변호인, 1~4차 공판 피고인 심문 준비하지 않아…재판부, 변호인 증인심문 기일 '일방 결정'

변호인 : "기일에 대해……"
재판부 : "됐습니다! 앉으세요!"

1~4차 공판까지 각종 문제를 제기하며 공세적 자세로 재판을 끄는 듯한 인상을 준 김 지사측과 변호인에 대해 재판부가 극심한 불쾌함을 표시하며 '일격'(?)을 가했다.

제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오후 1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태환 지사와 전현직 공무원 7명, 민간인 1명 등 총 9명에 대한 4차 공판을 오후 10시10분께 마무리했다.

이날 재판부는 3차공판에서 김 지사와 변호인측이 제기한 '검찰 압수수색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검찰의 압수수색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P 비서실장과 H 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 3시간 가까이 검찰과 변호인측의 법정공방 심문을 들은 후 2시간 동안 휴정했다.

오후 5시57분 속개된 후 재판부는 "이 사건 압수수색은 절차상의 하자가 영장주의 취지를 몰각해 증거능력을 부인할 정도에 이르지 않다"며 "증거능력이 있다"고 변호인의 문제제기를 기각했다.

"상급심에서 판단을 받겠다"…재판부 '검찰 압수수색 적법 결정'에 간접 '불만' 표시

변호인측은 "굉장히 복잡하고 번거로운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존중한다"고 숙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변호인측은 "저희가 문제삼은 압수수색의 위법성과 증거물의 능력에 대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겠다"며 "향후 재판절차에서 이런 것을 전제로 할 것이니 널리 양해를 바란다"고 간접적으로 재판부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변호인측의 양해를 무시하고 재판부는 30분간 휴정한 후 6시30분부터 검찰과 변호인의 피고인 심문을 개시했다.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받은 검찰은 탄력을 살려 H 서기관, Y 사무관, 민간인 K씨, 김태환 지사 순으로 피고인 심문에 돌입했다.

검찰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측은 말을 맞춘 듯 검찰 심문에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추후에 대답하겠습니다'라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변호인측도 반대 심문에 나서지 않은 채 "반대 심문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하겠다"고 버텼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월요일부터는 증인심문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일갈하자, 변호인측은 얼굴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변호인측의 '피고인 심문'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증인 심문'으로 들어가겠다는 재판부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오후 8시35분경 김 지사의 피고인 심문을 마친 후 재판부는 15분간 휴정을 한 후 오후 8시50분부터 S 사무관, M 주사, K 서기관에 대한 피고인 심문을 계속 이어갔다.

압수수색 증거물과 별도로 변호인측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O 이사관과 K 전 정책특보에 대해서는 검찰과 변호인측의 '피고인 심문'이 벌어졌다.

또 이날 압수수색 증거물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온 P 비서실장과 H 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증인심문을 마지막으로 4차공판을 마무리했다.

27~29일 검찰 증인 심문 ...12월 11~14일 변호인측 증인 심문 잇따라

재판부는 지루한 심문과정에서 다소 언짢았는지, 오후 10시10분경 갑작스레 다음 기일인 27일부터 29일까지 집중심리를 통해 검찰의 증인 심문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재판부는 12월11~14일까지 4일동안 변호인측의 증인심문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는 통상적으로 재판부가 변호인과 협의를 통해 차기 기일을 잡는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마디로 재판부가 그만큼 변호인에 대해 '적지 않게 화가 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이 증인을 68명 신청했지만 P 비서실장과 H 비서관은 이미 증인심문을 했기 때문에 66명"이라며 "66명 중 검찰과 증인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반대심문으로 준비하라"고 결정했다.

변호인측은 이에 대해 "기일에 대해…"라며 재판부에 요청하려고 했지만 재판부는 "됐습니다! 앉으세요!"라고 일축한 후 곧바로 재판장을 나가버렸다.

재판부가 피고인심문에 이어 증인심문 일정까지 잡게 됨에 따라 향후 1심 재판은 12월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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