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좌충우돌 디카사진 찍기(8)-마지막회

그러면 디카사진을 어떻게 활용할까요?

많은 분들이 이미 미니홈피, 블로그와 카페 혹은 홈페이지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에 사용하는 데는 300만화소 카메라면 충분합니다. 디카사진의 최소사이즈가 가로 640픽셀인데 우리가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리는 사이즈는 대체로 600사이즈 정도거든요. 그러니 단순히 위의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면 파일의 용량을 다이어트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제 작품사진(?)이 나올지도 모르고 사진으로 인화하려면 원본사이즈가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혹여 사진을 보고 출판제의 같은 것이 있을 때에도 사이즈가 작으면 곤란하거든요. 그러니 애써 600만화소급 이상의 카메라를 구입하지는 않더라도 기왕에 가지고 있는 디카가 고해상도의 기능이 있다면 고해상도로 저장하시기를 권합니다.

이제 마지막 시간입니다. 사실 아마추어로서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학으로 익히면서 경험했던 것을 나누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듯하여 용기를 냈습니다.

아직도 사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무엇이든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려운 법이지만 사진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저 수박겉핥기식의 사진 찍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수없이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무엇을 했는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1.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

 
▲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사진을 담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 김민수
 
어줍지 않은 사진이지만 제가 살고 있던 곳이 제주도였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광들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주제로 삼고 있는 들꽃뿐 아니라 오름, 바다, 등대는 좋은 소재였지요.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사진만 가지고 승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진 한 장만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하시는 작가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들을 찍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하나 둘 쓰기 시작했습니다. <포토에세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진에 의미들을 부여했던 것이지요.

카메라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때 어느 일간지의 사진기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한 장마다 얼마나 감동인지 그에게 사진을 선별해 주면 사진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당사자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글 솜씨로 인해서 그 일은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비록 작품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을 때의 느낌 혹은 내가 찍고자 하는 주제를 찾아서 사진을 찍으니 그만큼 글감이 풍부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평소에 내가 가진 것은 남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간혹 멋지게 나온 사진이 있으면 그것을 누군가와 공유하려고 했고, 그것이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표출되었던 것입니다. 사진에 대한 비판과 칭찬이 어우러지면서 저는 사진의 세계로 더 깊게 들어갔습니다.

2. 세상과 소통하면서 얻게 된 부가이익

 
▲ 이렇게 책으로, 월간지로 엮어져서 좋은 평을 받기도 했다.(교보문고 집계)
ⓒ 김민수
 
일단은 많지 않지만 기사원고료가 생겼습니다.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몇 개월 원고료를 모으다 보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만 사실 원고료는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원고료는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이익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제 기사를 접한 분들이 다양했기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출판제의를 통해서 인세를 받고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들을 출간했고, 둘째는 월간지나 계간지 등에서 사진 혹은 글을 청탁하여 고료가 발생했습니다. 카메라에 들어간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는 사진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사진관련 사이트에서 사진전을 할 때 출품도 하고,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초청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부끄러운 사진들도 있지만 나만의 색깔을 가진 사진도 간혹 있었기에 사진은 하나의 취미를 넘어서서 내가 하는 일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외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결국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사진을 매개로 해서 시골목회를 신명나게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 따로 자신의 일 따로가 아니라 연결점을 만들면 취미 이상을 넘어선 자신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3. 인테리어소품으로 디카사진 사용하기

 
▲ 이렇게 간단하게 포토샵을 이용해서 블라인드 및 각종 인테리어소품을 만들 수 있다.
ⓒ 김민수
 
들꽃사진이나 가족사진 등을 인화해서 벽면에 장식을 했습니다. 들꽃사진에 이름을 달아 코팅을 한 후 벽면을 가득 채웠더니 어느새 식구들 모두 들꽃박사들이 되었습니다. 도배를 하는 대신 사진으로 거실을 꾸몄는데 도배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막내가 학교에서 들꽃이름을 쓰는 시간이 있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특이한 이름을 더 잘 외우나 봅니다. 개구리발톱, 처녀치마, 노루귀, 애기똥풀 등등의 이름을 썼더니 선생님이 개구리발톱이나 처녀치마가 정말 꽃이름이냐고 묻더랍니다. 식물도감으로 확인을 하신 선생님께서 놀라셨지요. 그래서 막내도 학교에서 꽃박사로 통합니다.

그 외에도 실사현수막을 이용해서 블라인드 만들기, 각종 머그컵이나 베개 등에도 내가 찍은 사진들을 넣어서 꾸밀 수 있습니다. 벽면에 장식하는 것 외에는 비용이 조금 더 비싸서 감히 엄두를 내지는 못했지만 인테리어소품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4. 사진과 관련된 글들을 씀으로 새로운 시각을 얻다

 
▲ 오마이뉴스는 나를 세상과 소통시키는 장을 열어준 소중한 매체였다.
ⓒ 김민수
 
글쓰기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글쓰기란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사진이었는데 그 당시의 느낌들을 풀어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그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다보니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보는 순간, '아, 이건 언제, 어디에서 찍은 것이구나!' 떠오릅니다. 병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살아가면서 이런 병 하나쯤은 거느리고 사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식구들에게 간혹 '글 쓴 대로 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말하는 대로 살지 못함이 부끄러우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고, 또 그렇게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들꽃을 찍기 위해서 많은 시간 낮은 곳을 바라봐야 했고, 때로는 우거진 풀섶에서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꽃을 찾기도 했고, 골짜기를 헤매다 허탕을 치기도 했습니다. 어느 겨울날에는 제일 먼저 설련화(복수초)를 찍어 올리겠다고 겨울 숲 속을 매일 걸으며 새싹이 언제 올라오는가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먼저 선수를 치곤 했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들꽃, 그들과 눈을 맞추면서 자연의 섭리를 조금은 깨닫게 되었고,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이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5. 가족들의 역사를 기록하다

 
▲ 아이들의 어릴적 모습을 담아두는 것은 가족사이기도 하다.
ⓒ 김민수
 
저는 인물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닙니다만 가족들의 일상을 담는 것은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기에 몇 달 전 사진을 꺼내어 보아도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실감이 납니다.

제가 주로 사진을 찍다보니 정작 내 사진은 드뭅니다. 삼각대를 놓고 찍을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서 자신의 사진을 찍기가 뭐합니다. 그런데 막상 돌아보면 후회가 많이 됩니다. 내가 살아왔던 흔적들을 조금 더 가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지요.

6. 연재를 마치면서

 
▲ 우리 아이들도 들꽃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어느 봄날 물찻오름에서...
ⓒ 김민수
 

독학으로 카메라를 익히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던 것들을 풀어놓으면 이제 막 디카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역시 아마추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진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느꼈던 단편들만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주절주절 개인사로 흐를 것 같아서 아홉 번의 연재를 계획했다가 한 꼭지를 접고 서둘러 연재기사를 마칩니다.

타포털사이트에도 이번 연재글이 깜짝뉴스나 메인에 배치가 되면서 여러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결국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라 담는 사람의 눈이 문제요, 기술적인 것은 차후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이면 좀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노력 끝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사진, 그것을 가지시길 바라면서 연재를 마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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