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거개입사건, 27일 오전 5차 공판 속행
증인만 66명 출석, 3일동안 검찰 집중심문 시작

방어축제 대참사로 3명이 목숨을 잃고 이영두 서귀포시장과 김홍빈 선장이 아직 발견되지 않는 등 제주사회가 뒤숭숭 한 가운데 김태환 지사를 비롯한 공우원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된 9명에 대한 5차 공판이 27일 오전10시부터 시작된다.

이번 5차 공판은 지난 24일 4차공판에서 재판부가 압수수색 증거능력 인정여부와 관련해 검찰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판을 정해진 기일내에 계속 진행시키겠다는 사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 있어 검찰과 변호인측의 본격적인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또 변호인측이 신청한 66명에 대한 심문이 이날부터 3일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되게 돼 이번 사건의 외형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제주지법 형사합의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27일 오전10시부터 김태환 지사를 비롯한 공직선거법위반혐의 피고인 9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5차 공판을 속행한다. 이날 재판에서는 변호인측이 신청한 증인 66명에 대해 검찰측 심문이 시작된다. 피고인에 대한 심문이 이뤄질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지난 24일 4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압수수색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며 압수문건의 증거능력을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한 변호인측의 주장을 일축한 채 곧바로 피고인 심문에 들어가지 김 지사 등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사실상 검찰측의 심문을 회피했다. 묵비권을 행사한 셈이다.  또 변호인측도 "반대 심문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다음 기일에 반대심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과 피고인측의 계속된 '묵비권'으로 정상적인 공판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듯 재판부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집중심리 기간 중 '피고인 심문'없이 곧바로 '증인심문'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문일정도 검찰과 변호인과 협의하는 관례를 깨고 27~29일 나흘 동안은 검찰측의 증인심문, 또 내달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동안은 변호인측 증인심문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27일 속개되는 5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조직표'와 '주간보고'의 인지여부와 선거관련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조직표는 도청 실과장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읍면별 관리책임자로 명시된 문건이며, 주간보고에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열린우리당 동향을 보고하고, 지역별·직능별 책임자에 대한 임명과 지사의 격려 전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다.

검찰은 이 조직표가 '선거 조직표'로 공무원들이 5.31 지방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고 있는 반면, 김 지사측은 주민투표 등 도정 업무와 관련된 일상적인 조직표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Y서기관과 민간인 K씨가 '조직표'를 주도적으로 작성했으며, H서기관은 남원지역 관리공무원과 선거책임자를 선정해 관리해 왔다면서 4차 공판에서 피고인들을 심문했으나 이들은 답변을 거부했다.

김 지사 역시 문건의 존재사실은 인정했으나 이게 선거용이라는 검찰의 심문에는 응하지 않았다.

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설 66명이 검찰 심문에서 어떤 답변을 할지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날부터 법정에 서게 될 공무원과 민간인들을 상대로 조직표를 들이대며 공무원들이 선거에 구체적으로 개입했음을 밝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들의 심문이 이날 이뤄질 지 아니면 4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먼저 증인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심문을 한 후 나중에 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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