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현장취재] 서민들의 목소리-서문공설시장 편

서문공설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토요일 오후인데도 썰렁하기만 했다.

선거때마다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없이 민생투어 장소로 제주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동문시장과 서문시장을 꼭 방문을 하였다.

유권자들이 가장 큰 관심사인 지역경제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유권자들에게 직접 피부로 와닿게 함으로서 득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시장의 상인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들이 시장의 상인을 만나면서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경청하기 보다는 언론보도을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지 않은 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를 하면서도 진작 서민의 최첨병인 재래시장의 상인들인 서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실되게 귀을 기울렸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문시장 후문을 들어서면서 좌측편에 위치한 세탁소의 부모씨(여,57세)는 30년동안 서문시장의 역사와 함께 했을만큼 이마의 주름살이 깊게 패여 있었다.

그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미싱으로 옷수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인사를 하면서 나의 소개를 하자 처음에는 시쿵등한 반응이었으나 요즘 먹고 살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그녀는 서슴없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세탁소는 기술을 갖고 있는 직종이여서 그런대로 먹고 살고 있지만 다른 상인들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네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은 완전히 인기가 없어 졌다는 것이다.

특히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부분 나이가 드신 연령층이 주로 이용하고 젊은 세대들은 자가용을 이용하여 대형 할인 매장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장상인들도 세상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장사기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한 장소에서 30여년동안 고추가루와 깨 등을 파는 박모씨(67세, 여)는 단골위주의 장사로 가게를 운영할 정도이고 새로운 고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형마트로 인해 서문시장 인근에 사는 용담동 주민마저 시장을 외면하여 갈수록 손님은 줄고 있다는 하소연도 들어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서 식육점을 13년동안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여, 43세)는 뜨내기 손님은 거의 없고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단골고객이 80%이상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재래시장 활성화 방법에 대해서는 손님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과 상품이 부족하고 한쪽으로 편중된 판매품목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문제하고 하였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여주인의 남편 이모씨(남, 55세)는 본업인 택시기사의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 아내가 운영하는 생선가게를 도와주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서문시장내에 자동차가 빈번하게 왕래하는 것도 손님들의 안전사고 및 통행을 불편하게 만들어 장사를 방해하는 요인중에 하나이다라는 불평도 털어났다.

건어물 및 식료품 가게를 20여년 동안 운영한 양모씨(여, 51세) 아줌마는 서문시장의 주변인구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일도지구 및 노형지구에는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나마 상권 형성이 잘 되어 있는데 용담1동은 아파트다운 아파트가 없다는 얘기도 하였다. 소비성이 강한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카드사용 등 재래시장이 시대흐름에 쫒아가지 못하는 점도 있다고 말하였다.

서문시장을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무엇보다 시장내 상인들이 가장 큰 불만은 서문시장을 현대화한다면서 97년에 신축한 2층 건물이 오히려 서문 공설 시장의 기능을
위축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적인 시설물인 쇼핑점도 아니고 재래시장도 아닌 아주 애매한 그야말로 애물단지라는 것이다.

현재 2층 건물내에는 80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는데 1년단위로 소유주인 제주시청과 계약을 갱신하고 있었다. 1층에는 거의가 대부분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2층에는 대부분 의류를 파는 품목으로 되어 있었다.

점포내 상인들은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품목 선정을 했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입주 당시 판매품목 선정과 층별 배치에 대해 제주시청에서 시장내 상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배치했다고 하지만 1층에 먹거리 위주의 식당이 난립되어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장사가 어렵다보니 현재 2층에 있는 일부 의류가게가 1층으로 내려와서 장사를 하여 동 품목을 파는 2층에 있는 다른 상인들간의 의견마찰로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중이었다.

서문시장 번영회장인 이모씨는 자체적으로 해결할려고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상인들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있고 어느정도 양측간의 합의를 보는 싯점에서는 한 두사람이 독단적으로 제주시청 관리부서에 민원을 제기함으로서 번영회의 중재와 조정이 허사로 돌아갔다고 말하였다.

이에 번영회장은 번영회의 손을 떠나 제주시청에서 결정을 해야하는 단계에 와 있는데 상인들의 불만을 속시원하게 조정을 해주던가 아니면 서문시장내의 분쟁해결 권한을 아예 번영회에 모든 걸 맡긴든가, 양자 택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서문공설시장이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야간관광상품을 개발하여 관덕정 목관아지를 출발점으로 중앙로 지하상가, 서문 야시장을 거쳐 제주 향교을 잇는 관광 워킹코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이것은 제주시청 차원이 아니라 제주도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을 것과 여행사 및 관광협회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체를 구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주차장 문제는 인근 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무료주차장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느낀점은 상인들끼리 분쟁도 결국은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의 소비가 위축된 점도 있지만 서문시장 현대화는 건물만 짓고 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땜질식 행정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 할 수 있다.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재래시장 주변여건과 네트워크을 형성하여 밤에 무료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의 야간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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