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관계전문가 자문을 거쳐 새롭게 수정.보완해야

제주도는 최근 ‘101가지 체험관광 상품’을 개발, 이를 소개하는 포켓용 가이드북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 가이드북에는 역사`문화, 레포츠, 생태`환경, 위락`휴양, 신화`전설 등 8가지 주제별로 ‘101가지 체험관광' 상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계절이나 주`야간, 날씨 등에 알맞은 관광선택 정보를 실어 관광객들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볼거리 중심의 제주관광을 탈피하여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제주도 당국이 전향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감 속에 가이드북을 한 장씩 펼쳐 보다가 충격 속에 이내 덮고 말았다.

먼저 '역사 분야'에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과 관련한 유적이 빠져 있다. 이거야 물론 아직 공개적인 관광상품으로 제출하기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며 넘어간다 치자.

그러나 ‘문화 분야’의 ‘종교체험’ 꼭지에 이르러서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제주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약천사’와 개신교의 ‘이기풍 선교기념관’, 천주교 ‘신창성지’ 3곳을 들고 있다. 물론 도내 3대 교단을 의식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당신앙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와흘본향당’이나, 제주 불교문화와 역사를 대변하는 ‘원당사지 5층석탑’이나 ‘법화사’ 등이 제외된 채 최근 지어진 ‘약천사’가 제주불교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문화(사)적 가치' 보다는 '규모의 가치'를 우선한 결과다.

더욱 황당한 것은 ‘생태`환경 분야’의 체험 상품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들이다.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삼다(三多)체험’ 분야의 하나인 ‘돌’ 체험 상품으로 ‘목석원’과 ‘금능석물원’, ‘대정석재’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체험’에 방점을 둬 그런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목석원과 금능석물원과 대정석재를 동일한 비중으로 나열한 것은 넌센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공사중인 ‘돌문화공원’은 그렇다치더라도, 제주의 돌문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 줄수 있는 곳이 현재 제주에는 ‘목석원’ 이상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건 약과다. ‘식물체험’ 분야의 추천 상품으로는 ‘한림공원’과 ‘일출랜드’를 권하고 있다. 물론 이곳도 말 그대로 다양한 식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곳은 제주의 자연 그대로의 식물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굳이 인공적 시설을 권한다면 제주의 거의 모든 식물을 보여줄 수 있는 ‘한라수목원’이 적당하며, 자연 그대로의 식생을 체험한다면 제주지역의 ‘숲체험’ 시 일순위로 뽑고 있는 ‘비자림’이 어울린다. 이외에도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선흘 ‘동백동산’이나 납읍 ‘금산공원’도 추천할 만 한 곳이다.

또한 생태`환경분야에 ‘신비의 도로’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으며, 제주 생태체험의 일순위로 뽑히는 오름탐사가 ‘레포츠 분야’로 소개되고 있는 것, 생태`환경 분야에 적합한 산굼부리 등을 ‘분화구 체험’이라 하여 ‘위락`휴양 분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위락`휴양 분야에 ‘테라피체험’이라 하여 ‘한화리조트’, ‘샤인빌럭셔리’,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을 소개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설은 웰빙바람을 타고 부유층을 겨냥한, 최근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시설이지, 제주도 차원에서 특별히 권장할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잘못하면 특정호텔의 영업을 간접 홍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략하려 한다. 필자가  몇가지 사례를 들며 위와 같이 문제제기하는 이유는, 이 가이드북이 나름대로 새로운 제주관광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또한 이를 위해 많은 노력과 도예산이 지출된 결과물임에도, 이상의 문제들로 인해  오히려 그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왕 만들 바에는 제대로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에서 몇가지 코멘트를 한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혹자는, 이 가이드북을 기존의 관광상품에 ‘체험’이라는 단어만 붙여진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내리기도 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 가이드북을 제작하는데 현장의 노하우와 프로그램이 반영돼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본다. 그동안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생태문화관광 상품의 개발과 홍보를 위해 노력해 일선 관광업계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최소한 수렴했다고만 해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 가이드북 1천부를 발행하고 추가로 팸플릿 3만부를 제작, 도내외 여행사에 배포 제주도 101가지 체험관광 상품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추가 제작함에 앞서 이 가이드북에 대한 관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새롭게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게 좋을 듯 하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