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개동 양돈농가에서 돼지 사료로 공급하는 사진 아사히신문에 보도

썩은 단무지를 이용한 불량만두 파문으로 일본이 한국산 만두를 수입 중단한 데 이어 제주산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불똥이 엉뚱한 쪽으로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시 봉개동 한 양돈농가에서 불량만두를 돼지에게 사료로 주는 모습이 일본 아사히신문에 보도되면서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한·일 양국간 돈육수출 가축위생조건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제주산 돼지고기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한국측에 전달해 와 농림부와 제주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14일 오후 3시 한국 농림부에 "오늘 오후 5시까지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없다면 제주산 돈육의 수입금지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혀왔고, 농림부는 일본 한국대사관에 있는 농무관으로 하여금 농림수산성을 방문토록 해 이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3시간 동안 해명을 했으나 아직까지 일본측에서 한국측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日 농림수산성, "위생조건 위배된다..적절한 해명 없으면 수입중단" 통보

제주산 돼지고기 일본수출은 국내 다른 지역의 구제역 발생으로 중단돼 오다가 지난 4월27일에야 겨우 일본의 위생조건에 충족돼 지난 5월14일 63t이 첫 선적된데 이어 6월11일에도 8t 을 수출해 현재 71t이 수출된 상황에서 자칫 불량만두 파동으로 또다시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태의 발단은 불량만두 사건이 발생하자 제주시가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결과 불량 무말랭이로 제조, 유통 판매한 만두 3개 제품 1695kg을 긴급 압류해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한 양돈농가에게 사료로 공급하면서 비롯됐다.

제주시는 당초 회수한 불량만두를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으로 보내 매립하려 했으나 이를 사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봉개동 소재 양돈농가에게 의사를 타진한 후 돼지 사료로 이 농가에게 전량 공급했다.

불량만두 수거한 제주시, 쓰레기 매립장 매립방침 바꿔 양돈 사료로 공급

제주도내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서 불량만두 매립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했다가 제주시가 양돈농가에게 준다는 연락에 따라 취재를 포기했고 일부 언론사만 양돈농가를 찾아 돼지에게 만두를 사료로 주는 장면을 촬영했다.

문제는 민영통신사 뉴시스가 이 사진을 올리자 국내 주요 일간지마다 이를 받아 12일자 사회면 사진으로 보도했고, 이 사진은 다시 로이터 통신을 통해 일본 아사히신문이 13일자 국제면 사진뉴스로 보도하면서 일본 농림수산성이 이를 문제화하기 시작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한·일 돈육수출 가축위생 조건' 제5항6조(돈콜레라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킬 수 있는 처리가 가능한 잔반 이외의 것을 돼지에 먹게 해서는 안 된다)에 위배된다며 한국측에 강력항의하고 있다.

민영통신사 뉴시스 사료공급 현장 촬영…로이터통신 통해 아시히신문에 보도

농림부는 이에 따라 제주도에 관련사실을 조사토록 하는 한편, 돼지에게 불량만두를 사료로 주는 장면이 보도되게 된 경위, 그리고 실제 돼지가 불량만두를 먹었는지 여부를 확인토록 긴급 지시했다.

제주도는 양돈농가 현지 확인을 통해 돼지에게 만두를 준 것은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들의 연출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돼지는 불량만두를 먹은 사실이 없다며 15일 긴급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한편,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제주도는 "문제가 되고 있는 사진은 취재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촬영용으로 돼지가 없는 돈사에 살포한 것이며, 실제로는 돼지가 만두를 먹지 않아 전량 폐기토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 "언론사가 사진을 연출했다" 문제의 책임 언론사 쪽으로 돌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사태가 불거지자 불량만두가 어떻게 양돈농가에게 사료로 공급됐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엉뚱하게 "언론사가 사진을 연출했다"고 밝혀 제주도와 뉴시스간의 마찰로 비화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시가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간 것은 사실이나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들이 돼지에게 만두를 사료로 주는 모습을 연출하도록 요청해 결국 일본신문에 보도되게 됐다"며 돼지고기 수출중단 위기의 화살을 언론사쪽으로 돌리고 있다.

뉴시스, "제주시가 양돈농가에게 공급한 게 문제. 본질을 왜곡 말라" 반발

하지만 당초 쓰레기 매립장에서 매립하려던 방침을 바꿔 사료로 공급한 제주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제주도 당국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시는 불량만두를 쓰레기로 매립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농가에게 사료로 쓸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했고, 해당 농가가 이에 동의하자 불량만두를 봉개동 양돈농가까지 실어다 줬다.

때문에 돼지에게 사료로 공급한 제주시나 해당 농가가 아닌 이를 보도한 언론사쪽으로 책임을 돌리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해당 언론사측도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사료로 주는 모습을 촬영한 뉴시스 기자는 "제주시가 돼지에게 사료로 주기위해 불량만두를 농가에게 직접 공급했고, 또 농가는 이를 돼지에게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면서 "이 같은 상황은 전혀 외면한 채 '사진연출'이라고 몰아 부치는 것은 사태의 본말을 뒤집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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