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의 생태적 가치를 행정당국이 가볍게 생각"

제주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에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다. 그 자연환경만큼이나 인문환경도 육지부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졌다. 제주도가 한국 최고의 관광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육지부와는 다른 자연·인문환경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여 더욱 좋은 관광지가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제주는 관광을 위한 난개발의 바람에 휩싸여 있다.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자연림으로 보존되어 있는 곶자왈. 곶자왈이란 5-10미터 두께의 용암이 흐르다가 잘게잘게 부서지며 굳어버린 지대를 말한다. 제주도어로만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지하수의 중요한 충전지대이기도 하며, 제주도의 독특한 생태계가 생명을 이어가는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선흘곶은 제주도 동부에 위치한 70만평가량의 상록활엽수림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 규모로 보아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대이며 한반도에서도 유일하게 남은 최후의 상록 활엽수림지대이다.

전국 상록수 65종 중 31종이 출현하는데 종가시나무-구실잣밤나무를 우점종으로 한 상록활엽수림지역의 연령이 32-47년으로서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이 전체의 40%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생의 천이 과정(초지→덤불→낙엽·상록수 혼재림→상록수림)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흘곶안에는 곳곳에 습지도 풍부하여 환경부 보호종인 맹꽁이, 물장군, 순채, 물부추가 서식하고 있다. 그 외에 장수풍뎅이, 제주특산종 비바리뱀, 백서향, 백량금, 새우난의 집단으로 서식하는 희귀동식물 지대이기도 하다.

선흘곶내의 모시물굴과 반못굴은 4.3 당시 군경토벌대가 포위하여 굴속에서 생활하던 선흘주민 94명정도가 집단 희생되기도 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또한 난대성 상록활엽수림인 제주도 기념물 제 10호 동백동산과 기념물 제18호 백서향 및 변산일엽 군락 세계 최장의 만장굴, 최근에 발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미로형 동굴인 선흘 벵뒤굴 등도 선흘곶내 또는 주위에 있어 선흘곶 전체가 문화재적 가치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곳에 36홀 골프장, 호텔 등을 중심으로하는 관광지 개발계획이 절차이행중에 있다. 절차이행이 순조롭게 이뤄져 사업승인이 이뤄지는 2005년이면 한반도 최대, 최후의 상록활엽수림은 역사의 그늘속으로 사라져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곶자왈의 생태적 가치를 행정당국이 가볍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전역의 생태등급을 전산화한 지리정보시스템(GIS)에서도 이곳은 2,3등급으로 매김되어 있다. 또한 관광개발의 방향이 자연의 최소한 개발을 바탕으로한 생태관광이 아니라 골프관광, 카지노 관광 등 대규모 시설 위주의 개발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개발의 힘은 막강하고 보전의 목소리는 미약하기만 하다.

막강한 돈의 힘은 몰락해가는 농민들 틈으로 파고들어가 개발 찬성을 외치는 농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기 살을 파먹고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벼랑 끝에 다다라서야, 제주의 자연생태계가 무너진 다음에야 깨달을 수 있을까?

양수남님은 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