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 이야기] 가족이란 피보다 서로를 향한 사랑을 나누는 관계

 

 

이혼과 재혼율이 증가하면서 가족형태도 한부모 가족,재혼 가족,입양 가족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가족 이데올로기’는 혈연 중심의 가족형태인 듯싶습니다.

피를 나눈 혈연가족만이 ‘정상적’이라는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아래의 '준희 이야기'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소장 강철남 tel:064-747-3272)에서 일하시는 강연지 선생님이 쓰셨고, 그림은 필자인 제가 그렸습니다.

가족형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무작정 뛰쳐나온 한 아이가 있습니다.
올해 16세인 준희(가명). 준희는 어린 시절 알게 된 놀라운 ‘진실’때문에 이제는 청소년 쉼터나 일시 보호소 등지를 오가며 전전하는 가엾은 소녀입니다.

4년 전 그러니까 준희가 초등학교 5학년 때입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준희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습니다.
비록 가정불화로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나간 엄마였지만, 엄마를 늘 가슴에 그리며 눈물과 미소를 번갈아 짓곤 했던 준희에게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 새엄마였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엄마는 물론 서로 의지하며 지내왔던,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남동생 민진(가명.10세)이마저 사실은 남남이었다는 또 다른 진실은 정말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할머니는 준희가 성장해서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만큼 아픔과 상처도 더 크리라 생각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일찌감치 어린 준희에게 털어놨던 것입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그런 마음과는 달리 이 날 이후로 준희는 둥지를 잃어버린 한 마리의 가엾은 아기 새 마냥 끝없는 방황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준희에게 있어서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한 아빠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지만, 점점 심해지는 아빠의 폭언과 폭력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엄마’라는 존재와 동생 민진이라는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준희는 아직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결국 아빠와 이혼을 한 엄마가 자신과 민진이를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돌아서던 그 쓸쓸한 뒷모습을 말입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준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엄마랑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사는 그 날이 올거야…….

그러나 그런 준희의 꿈과 희망은 할머니의 입을 통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준희는 오히려 할머니가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다면, 엄마는 달빛 같은 존재로 남았을 것입니다. 외로울 때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달빛 말입니다.

“어린 내가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왜 굳이 했어야 하는지…….”
준희는 끝내 눈물을 쏟아냅니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준희가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길 소망합니다.
비록 피는 함께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에게 있어 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서로를 향한 변치않은 마음과 사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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