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13㎏ 뺀 나만의 비법] 적게 먹기·운동하기 ·물 많이 마시기 등

둘째 지운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64㎏를 유지하던 체중은 군대전역을 할 때도 변함이 없었고, 결혼한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첫째인 원재가 태어났을 때도 그다지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몸무게가 둘째 지운이 이후에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체중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정도에 이르게 됐습니다. 넉넉한 사이즈로 사 두었던 옷들마저도 더 이상 늘릴 수 없게 되었고 몸무게는 77㎏까지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에 살찐 사람이 아무도 없던터라 "아, 나는 살찌는 체질은 아닐 거야" 하고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저만의 착각이었던 거죠.

신체에 생긴 변화

맞벌이 부부인 저와 아내는 둘째 지운이가 태어났을 때 서로 요일을 정해 저녁에 아이 보기를 분담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는 요일이면 자연스레 군것질 거리를 찾게 된 것이 체중 증가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요람에 지운이를 눕히고 재우면 왜 그리 허전한 생각이 들던지. 라면을 끓여 먹거나, 만두를 튀겨 매일 밤마다 달콤한 야식을 즐겼습니다. 어떤 날은 저보다 늦게 퇴근을 하는 아내에게 요구르트와 크림빵을 사 오라고 해서 요구르트 여섯 개를 컵에 한꺼번에 따르고 크림빵과 같이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잠이 들면 함포고복(含哺鼓腹·잔뜩 먹고 배를 두드린다)이 따로 없더군요. 이런 생활을 반복했더니 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77㎏까지 도달하게 됐던 겁니다.

살찌기 전에는 실제 나이보다 적어도 '대여섯 살은 어려보인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영락없이 배 나온 아저씨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습니다(참고로 저는 올해 만39세 입니다). 더군다나 77㎏인 체중에서 더 이상 멈춘다는 보장도 없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더 이상 맞는 옷이 없어 새 옷을 장만해야 했습니다. 결국 딱 한 벌 밖에 없는 양복마저 앞 지퍼를 올리는 게 불가능해져 친구 옷을 빌려 입기까지 했습니다. 그날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살을 빼자!"

제가 살을 뺀다고 선언하자 아내는 성공하면 자기도 따라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평소 복스럽다는 말을 듣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았던가 봅니다(아내는 살찐 것은 아니고 통통한 편입니다).

인터넷이나 방송매체에서 수많은 비법과 프로그램은 철저히 무시하고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성공 후에 보니 많이 일치하더군요). 우선 제 몸의 신체기능에 이상은 없는지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했습니다.

다이어트 하기 전에 검사하려고 한다니 의사 선생님도 아주 흥미롭다는 듯 검사결과를 보여주며 성공 여부를 꼭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사실 의사 선생님은 저 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준비작업을 마치고 실행에 옮기면서 우선 살찐 원인부터 파악했습니다.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과식과 야식 그리고 운동부족, 또 굳이 밝히자면 빈번한 음주. 이렇게 원인을 파악하고 평소의 습관과는 반대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드디어 2006년 5월 살빼기에 돌입했습니다.

적게 먹기- "새 모이 같아요"

 
▲ 오늘 아침에 제가 싼 도시락입니다. 반찬은 직원들도 같이 먹으려고 일부러 많이 담았고 아내에게도 똑같은 것을 싸 줬습니다.
ⓒ 강충민
 
평소 한 끼에 먹는 양을 세 끼로 나누어 먹기로 했습니다. 즉 먹는 양을 1/3로 줄인 거죠. 처음 일주일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배고픔이 얼마나 참기 힘든 고통인줄 난생 처음 경험했습니다. 딱 두 숟가락이면 끝날 분량의 밥알을 최대한 아끼면서 젓가락으로 밥알을 센다는 기분으로 먹었습니다.

반찬양도 당연히 줄였고요. 그 대신 포만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국은 넉넉하게 먹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들 녀석이 저녁에 돌아와서는 과자를 제 옆에서 먹으면서 "아빠 하나 줄까?" 할 때였습니다. 그때마다 "됐거든" 했지만 한 번 더 권유했다면 아마 받아먹었을 겁니다.

도저히 참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부피는 크고 열량은 적은 토마토, 오이를 잘근잘근 씹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식사량을 줄인 대신 반찬 메뉴는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집 음식 만들기는 제 몫이라 그건 좀 수월했습니다. 이를테면 두부 한 장, 구운 고등어 아주 조금, 삶은 계란 1/4, 무나물 무친 것 몇 가닥, 시금치 몇 가닥. 집안 식구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약 올리듯 반찬이 풍성하다고 좋아했습니다.

또한 점심 도시락을 갖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살빼기 전에도 아내와 제 도시락을 쌌었는데 전보다 훨씬 양을 줄여 도시락을 쌌습니다. 점심때 회사직원들이 한 마디씩 하더군요.

"새 모이 같아요."

나에 맞는 운동하기

 
▲ 64㎏를 가리키는 체중계입니다. 어제 운동을 다녀와서 바로 찍었습니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땀 흘리는 양이 적습니다.
ⓒ 강충민
취미로 배드민턴클럽에 가입하여 종종 체육관에 나가곤 했었는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배드민턴이 운동량이 많은 탓에 병행한다면 살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레슨까지 신청했습니다. 더위가 시작되는 5월이다보니 땀을 흘린다기보다 땀이 내린다고 할 정도가 되더군요. 스매싱 30회, 클리어 30회, 헤어핀 30회, 드라이브 30회 이 동작을 쉼 없이 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코트바닥에 주저앉아 버릴 때도 많았습니다. 머리 위로 쉼 없이 셔틀콕이 쏟아져 내리는데 속수무책으로 방관만 한 적도 많았고요.

그런데 신기한 건 꼭 쓰러져 죽을 것 같다가도 체육관 밖에서 한 숨 돌릴 때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레슨이 끝난 후 비슷한 수준의 클럽회원들과 시합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재미가 생겼습니다. 코트바닥에 내가 흘린 땀으로 미끄러질 때도 역시 행복했습니다.

시합 중간 중간에 물을 계속 마셨는데 냉동시킨 2ℓ 생수와 그렇지 않은 생수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격렬한 운동을 하고 땀을 흠뻑 흘린 뒤에는 운동 전후의 몸무게가 2㎏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는 밥 대신 냉장고에 넣어둔 수박 세 조각과 토마토 한 개를 먹고 허기를 채웠습니다. 사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머릿속을 계속 떠 다녔지만 '이것이 나의 업보다'라고 생각하며 꾹 참았습니다.

그리고 집과 회사를 걸어서 출퇴근하는 것도 예전처럼 똑같이 했고요. 틈나는 대로 회사에서도 허리를 좌우로 돌린다든가 두 손을 깍지껴서 무릎을 세운 채로 땅바닥에 대기를 반복했습니다.

물 많이 마시기

 
▲ 어제도 체육관에서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배드민턴의 매력입니다. 제가 다니는 곳은 연동배드민턴클럽입니다.
ⓒ 강충민
 
운동한 후가 아니더라도 물은 꾸준히 마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뿐 아니라 낮에도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특히 밥을 먹고 난 후에는 30분 간격을 두고 물을 마셨습니다.

그냥 물 마시는 것이 지겨우면 따뜻한 물에 녹차 잎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조금 우러난 뒤에 마셨습니다. 훨씬 개운하더군요. 녹차 우린 물을 냉장고에 두었다가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좋고요. 대신 녹차는 티백이 아닌 제일 좋은 잎 녹차를 이용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2ℓ의 먹는 샘물을 하나 사고, 그 물을 다 마시고도 녹차 우린 물까지 마셨으니 엄청난 물을 마셔댄 것이지요. 그 덕에 소변의 양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아무튼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갑자기 줄인 식사량 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변비가 생겼는데 그것도 자연스레 없어지더군요.

살이 빠지기 시작하다

 
▲ 77kg일때의 모습(왼쪽)과 64kg인 현재의 모습
ⓒ 강충민
 
술자리도 피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사니 주변에서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원하는 것이 쉽게 이루어지겠습니까? 살빼기 노력을 시작한 처음 일주일 동안은 아무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면서 77㎏에 꿋꿋이 멈춰 섰던 체중계가 서서히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난 뒤에는 운동 전에 비해 2㎏ 차이가 나서 눈을 의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동안 배드민턴 레슨시간과 시합 중에 헉헉대던 체력도 경쾌한 스텝으로 바뀌었고요.

살이 빠지는 중에도 항상 '방심하지 말자'고 머릿속에 각인시켜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 살빼기를 시도한 지 한 달 만에 드디어 60㎏대로 진입을 했고, 두 달이 지난 7월 말에는 제 대학 때의 몸무게인 64㎏까지 도달했습니다. 77㎏에서 64㎏까지 감량했으니 정확히 13㎏를 뺀 것이지요.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살은 뺀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엔 요요 현상이 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 77㎏일 때 입었던 바지.(맨 왼쪽) 지금 입는 바지.(가운데) 대학입학 때 누나가 사준 옷인데 이제 맞습니다. 배나 옆구리 살은 전혀 없습니다. 바지 두 개를 겹쳐 보았습니다. 한 눈에도 확연히 차이납니다.
ⓒ 강충민
 

그러나 살빼기에 돌입했을 때의 강도는 아니어도 적게 먹는 것에 길들여져 있고, 지금도 배드민턴으로 꾸준한 운동을 하며 64㎏를 5개월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게 먹는 요즘이 훨씬 가뿐하고, 배고프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위가 작아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대형마트에 절대 가지 않습니다. 조금 싸다고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게 되고, 또 그걸 먹어 치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과식할 수 있으니까요.

저의 살빼기에 자극 받은 제 아내도 배드민턴클럽에 등록했고, 5㎏를 감량했습니다. 애들 때문에 저는 저녁클럽, 아내는 아침클럽인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요.

친구들 모임에 가면 두 종류의 얘기를 듣습니다. "야 넌 어떻게 늙지도 않냐!"라는 말과 "야 너 몰라보겠다"라는 말입니다. 앞의 말을 하는 친구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고, 뒤의 말을 하는 친구는 제가 77㎏에 육박했을 때를 만났던 사람입니다.

요즘, 어머니가 늘상 하시는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족영 먹엉 족영 싸라."(조금 먹고 조금 배설해라)

이런 것이 어디 비단 먹는 것에만 해당되겠습니까. 더 먹으려고 더 가지려고 얼마나 아둥바둥 댔는지 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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