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에 울려퍼진 에코재즈밴드의 감미로운 선율

며칠전 가족 중 한 사람이 몸이 아파 제주의료원을 찾았을 때이다.

사방으로 그림이 가득하고 건물 로비에 놓여진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 그곳이 병원인지 문화센터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내가 병원을 찾았던 그날의 병원은 매우 분주했다.

병원에 때 아닌 악기와 음향장비가 설치되고 의자들이 배열되는 등 일반병원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병동마다 다니며 환자들에게 '곧 공연이 있으니 모두 로비로 나와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 처음에 환자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습니다.
병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홍성직 제주의료원 원장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홍 원장은 "우리 병원은 한달에 한두번씩 이런 공연을 한다. 이 자체가 환자들에게는 치료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잠시 후 병원 로비에서는 케롤송과 함께 색소폰 연주의 리허설이 이루어졌고 주위엔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어느덧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 애코재즈밴드와 홍성직 원장의 멋진 공연.
공연은 에코재즈밴드와 홍 원장의 멋진 색소폰 연주로 시작됐다.

에코재즈밴드는 민요와 대중가요, 팝송, 캐롤 메들리 등을 연주하고 노래해 순식간에 병원을 공연장으로 바꾸어버렸다.

이번 공연의 취지가 좋아서 찬조출연하게 됐다는 어린 학생의 색소폰 연주 등이 이어지자 무표정하던 환자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표정이 살아나고 음율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한 할아버지는 흥에 겨워 휄어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했다.

▲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서히 흥이 나나봅니다.
공연을 감상하는 모두의 눈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뻣뻣하던 몸들을 움직여 장단을 맞췄다.

잠시 후 환자 가운데 한 명이 무대로 나와 노래를 부르자 모두들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환자의 멋진 공연에 대한 답례로 병원 직원과 실습 나온 간호대생이 함께 답가를 불러 병원은 남녀노소, 환자와 의사, 연주자와 청중의 간극이 무너지고 흥겨운 축제장이 되었다.

잠시나마 모든 아픔과 고통을 잊고 괴로움도 녹아나는 장이 됨을 느꼈다.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 환자, 휠체어를 좌우로 움직이며 장단을 맞추는 환자, 그리고 즐거워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져 옴을 느꼈다.

   
 
 
문화의 사각지대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하모니는 그 어떤 공연과 퍼포먼스보다 아름다웠다.

오늘날 문화가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지만 손길이 미치지 않는 그늘진 곳에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는 에코재즈밴드팀들이 새삼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에코재즈밴드는 2001년에 창립해 제주시립 희망원, 자원봉사 한가족 송년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음악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단체인 에코재즈밴드는 음악을 통해 불우한 이웃과의 거리를 좁히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해 우리나라에 자원봉사 문화의 정착을 위한 활동을 몸소 실천을 하고 있었다.

이 공연을 보면서 치료란 검진하고 약물을 투여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노인들이 많은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그림을 가르쳐 주는 등 다양한 예술행위를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환자와 의사간의 따스한 교감과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더 좋은 치료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 다른 예술가들도 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곳에서 문화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문화전파와 함께 그들에게 따스한 선물을 나누어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 미술문화운동실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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