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군기지 예산안 129억 삭감한 김재윤 의원"회유·압박 시달려…군사도시에 누가 살려고 하겠나"

27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예산에서 제주해군기지 사업비 119억4800만원이 삭감되면서 예결특위에서는 제주해군기지 예산과 관련한 공방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정부부처 중 예산삭감이 가장 힘들다는 국방부(방위사업청, 해군)를 상대로 제주해군기지 관련 내년도 139억4800만원 중 연구용역비 20억원만을 남겨두고 싹둑 잘라낸 제주출신 김재윤 의원과 국방부와의 힘의 역학관계를 빗댄 말이다. 거대 골리앗인 국방부를 상대로 한 예산심의에서 아무리 칼자루를 쥔 국회의원이지만 초선 의원인 김재윤 의원이 결국 사업비 전액을 삭감하자 김 의원을 다윗에 비유했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으로 국방부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건 김재윤 의원과 이날 오전 전화인터뷰를 했다.

- 예산삭감을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한 걸로 알고 있는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 해군본부, 방위사업청이 전방위적 로비를 벌여 너무나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부처는 물론 일부 예결특위 위원들조차 ‘국방위에서 통과된 예산을 어떻게 예결위에서 이렇게 크게 삭감할 수 있나’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또 수석전문위원들도 ‘용역비까지도 제주도의 동의를 받도록 부대조건을 다는 경우가 있나’며 불만을 보였다. 또 모 예결위원은 ‘김 의원이 이렇게 하면, 방위사업청에서 일할 수 없다고 드러눕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번 제주해군기지 예산심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결국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인가?
“어느 위원이 저를 보고 '제주평화의 다윗'이라고 얘기하더라. 이를 듣고 그동안 힘들었던 것 말끔히 사라지고 보람을 느꼈다. 사실상 이번 예산은 139억4800만원 전액 삭감이나 다름이 없다. 비록 연구용역비 20억원이 편성됐지만 '제주도의 동의가 있을 경우'라는 부대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사실상 삭감된 것으로 봐도 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긴 것은 다윗이 뛰어난 전략과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옳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김재윤의 주장이 옳다’는 평가를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의견에 동의해주신 많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마음에도,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저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 김 의원을 상대로 많은 회유와 압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이버테러도 있었지만 저와 친한 사람들을 동원해 회유와 간접적인 압력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다음 선거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강경하게 나서지 말라’ ‘제주도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김 의원이 왜 그러느냐’ ‘나를 봐서라도 참아 달라’ 등등의 회유와 압력이 많았다. 저는 그 분들을 거꾸로 설득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으로 그릴 수 있는 제주를 물려주어야 하고, 다소 물질적 풍요가 부족하더라도 평화와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는 139억4800만원 전액을 삭감하려 했었다. 하지만 연구용역비를 수용한 이유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측의 의견도 저로서는 수용한 것이다. 찬반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여러분(찬성측)의 논리가 도민들에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번 해군기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제주출신 다른 국회의원의 협조가 있었는가?
“다른 의원 분들도 다들 열심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연구용역비 20억원에 대해 부대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이제는 공이 제주도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제주도가 미래 비전을 평화의 섬으로 설정하고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과 상상력으로 제주의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도민의 의견들을 잘 모아 주었으면 한다. 이번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현재는 다소 풍요롭게 살지 못하더라도, 자식들에게 이런 땅을 물려 주었나’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한 농민의 이야기를 인상 깊게 마음에 담아 들었다.  이 얘기를 도민 모두가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군사기지가 만들어진 곳은 군사도시로 명명된다. 제주도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가 군사도시로 명명 지어진 곳에 살고 싶어 하겠나. 백년 후, 천년 이후를 내다보고 제주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 아직도 힘이 있어야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많다.
“힘이 있어야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미국과 일본, 중국과 군사력 경쟁을 할 수 있나? 힘과 무기로는 지켜 질 수 없다. 평화는 협약과 외교력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를 보라. 누가 감히 스위스를 침공할 생각을 하는가? 그곳을 침공하는 순간, 평화를 깨는 ‘반(反평)화세력’으로 낙인찍힌다. 나는 제주도가 제네바처럼 전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평화하면 제주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제주야말로 평화를 가꾸는 상징으로 남아야 한다. 제주도와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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