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 ①] 제주공항 고인돌

[ 제주에 대한 글들을 써오다가 문득 목표를 가지고 차근히 글을 적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제주의 해안주변을 따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중하고 정감이 가는 곳을 찾아서 모자라지만 정리해보려고 결심했다.

제주에 사시거나 제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보신다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거나, 아니면 모자란 지식으로 틀린 부분을 많이 찾으실 지도 모른다. 혹시 틀린 부분이나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길 바라며 소박한 글을 시작한다. - 글을 시작하며 ]

제주의 관문인 제주공항, 수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제주사람들도 많이 가는 곳이지만, 이곳에 고인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항상 비행기시간에 휘말려 쫓기듯 오가는 곳이라서 그런가? 제주공항은 거리여행 뿐 만 아니라, 먼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공항 고인돌(왼쪽)과 그 뒤편에 있는 방사탑이다. 방사탑은 마을의 입구나 기운이 허한 곳에 돌을 쌓아 세운 것으로 이름 그대로 사악한 기운을 막는 역할을 한다. '거욱대'라고도 불린다.
제주공항 고인돌은 주차장 남쪽,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차요금을 정산하는 출구 옆에 있다. 이 곳에는 고인돌 2기가 있는데, 만들어진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000년 전후의 탐라국시대의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는 특히 공항을 에워싸고 있는 용담동이 고인돌의 수와 규모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는 점에 비추어, 이 지역에 강한 부족이나, 국가의 중심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참에 고인돌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알고 지나가자. 우리나라에 산재한 고인돌은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북방식 고인돌은 지붕을 이루고 있는 큰 돌을 받치는 기둥이 크고 길다. 우리가 많이 접했던 고인돌의 형태다. 이에 비해서 남방식 고인돌은 기둥이 작고 짧다. 또 한가지는 평평하고 넓은 돌을 땅 위에 덮어놓은 것으로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왼쪽에서부터 북방식고인돌, 남방식고인돌, 개석식고인돌이다.
이곳의 고인돌들은 남방식 고인돌로서 단번에 보기에 ‘이 것이 고인돌이구나’라고 알 수 있는 형태이다. 하지만, 제주의 여러 곳의 고인돌이라고 하는 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이 것이 고인돌인지 그냥 큰 돌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둥이 없는 고인돌인 개석식 고인돌인데, 그러면 무슨 근거로 이것을 고인돌이라고 판단할까?

고인돌은 보통 부족의 족장이 죽었을 때, 족장을 땅속에 묻고 큰 돌을 옮겨다가 그 위에 지붕모양으로 받치거나, 덮는다. 그러면 그만큼 큰 돌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적당한 바위에서 일부를 잘라내어서 옮겨온다. 지금처럼 강한 공구도 없는 예전에 이처럼 거대한 돌을 어떻게 잘라내었을까? 우선 잘라낼 부분을 정하고, 그 선을 따라 군데군데 작은 홈을 판다. 그 다음에는 바짝마른 대추나무로된 쐐기를 박아서 물을 흠뻑 적시면, 나무쐐기가 물에 불어서 바위를 금가게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하면 결국 바위가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 때 나무의 쐐기를 박기 위해 미리 파놓은 홈을 치석(治石)이라한다. 이 곳 고인돌에는 치석의 흔적을 명확히 볼 수 있다. 또한 잘 관찰해보면 지붕이 되는 돌의 윗면에 탁구공 크기만 한 매끈하게 움푹 패인 것을 불 수 있다. 이것을 성혈(性穴)이라고 부르는데, 여성의 성기모양으로 이곳에 손을 비벼서 다산(多産)과 풍요를 기원했다고 한다.

▲ 고인돌에서 옛사람들의 지혜와 생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왼쪽이 치석이고, 오른쪽이 성혈이다.

2000년전 고인들의 생각과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 제주공항에 있다. 고인돌에 기대서 아주 오래전 조상들의 그 시대 속으로 빠져들어 본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음과 분주히 오가는 차와 사람들... 어느덧 아득한 고대의 숨결에 묻히고 만다.

▲ 공항고인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이다. 왼쪽 위부터 가시가 험상궂은 머귀나무의 수피와 머귀나무의 잎, 그리고 탐스럼게 달린 비파열매, 아래 왼쪽부터 문주란, 잎자루가 빨간 굴거리나무, 잎이 여덟손가락이어서 팔손이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어서, 공항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이곳이 제주로구나 느낄 수 있게 한다.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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