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포토에세이] 겨울산 설원의 땅으로의 초대

 
▲ 한라산에 핀 눈꽃
ⓒ 김강임
 
겨울산은 포근합니다. 숲이 있기 때문입니다. 벌거벗은 숲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이파리도 없이 핀 꽃은 날씨가 차가울수록, 바람이 매서울수록 더욱 아름답습니다. 고통 속에 피어나는 꽃의 아름다움, 그 꽃의 이름은 눈꽃입니다.

기온이 영하일 때 대기의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냉각된 꽃, 향기 없는 꽃 속에 빠져 본 적이 있습니까? 눈꽃의 매력은 한라산에서 맛보는 것이 최고 입니다. 바람결에 피어나는 꽃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 겨울 숲에 핀 눈꽃
ⓒ 김강임
 
한라산에 피는 눈꽃은 칼바람도 이겨냅니다. 해발 1950m에서 불어온 정상의 산바람도 수심 깊은 곳에서 솟아난 바닷바람도 다 이겨내기 때문입니다. 눈꽃의 색은 변함없이 하얗습니다. 신령이 사는 나라에서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신령의 산에 펼쳐진 설경, 그 설원의 땅이 바로 한라산입니다.

 
▲ 한라산 성판악코스 설경
ⓒ 김강임
 
지난겨울 한라산 성판악코스 산행을 잊지 못합니다.

하늘에서는 흰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등산로를 덮어 버리더군요. 발바닥에 느끼는 포근함은 겨울 숲의 아늑함만큼이나 따뜻했습니다.

오름 속에 피어나는 운해 또한 장관이더군요. 구름 위를 걷는 선녀가 된 기분, 비행기를 탄 듯한 알싸함을 기억합니다. 운해 속에 나타난 푸른 바다 또한 섬 산의 묘미입니다. 마치 천상의 계단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삼나무 숲 어우러진 속밭에 서면 눈 속에 주저 안고 싶은 충동에 카메라의 셔터만 터트립니다. 해발고도에 따라 각양각색의 풍경이 펼쳐지는 한라산, 봄의 전령사인 털 진달래도 키 작은 조릿대도 눈 속에 잠기니 이만큼 평온한 세상이 또 있을까요.

 
▲ 겨울산, 오름, 그리고 운해
ⓒ 김강임
 
 
▲ 마치 비행기를 탄 듯한 기분
ⓒ 김강임
 
 
▲ 속밭의 삼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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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록담을 가슴에 안고...한라산 어리목 코스
ⓒ 김강임
 
한라산 성판악코스가 정상을 향한 도전이라면 한라산 어리목 코스는 고지를 탈환하지 못하는 아쉬움입니다. 사제비 동산과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설원의 땅에 서면 백록담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하지요. 그러나 정상 탈환은 꿈일 뿐, 백록담은 모든 이의 가슴에 남겨질 뿐이지요. 윗세오름에서 정상을 꿈꾸는 아쉬움 또한 겨울 산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입니다.

 
▲ 눈덮인 진달래밭 풍경
ⓒ 김강임
 
 
▲ 어리목 코스는 설원의 땅 그 자체입니다
ⓒ 김강임
 
 
▲ 산마니아들의 한라산 산행은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 김강임
 
한국관광공사는 '한라산의 설경'을 2007년 1월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신산의 설경에서 초심의 마음으로 2007년을 열어갈 수 있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국관광공사는 2007년 1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신산(神山)의 설경(雪景) - 한라산 상고대와 눈꽃 체험', '백양사의 하얀 눈꽃 세상으로의 초대 - 전남 장성', '눈꽃 세상, 겨울낭만 - 강원도 인제 진동리', '녹차 한잔과 창밖 설경에 속세 시름 다 잊고 - 경기도 남양주 수종사' 등 4곳을 선정했습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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