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주도에 바란다(3)]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7년 새해를 맞아 제주도에 바라는 각계 인사의 바람을 연재한다. 세번째로 강신겸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글을 싣는다. 옥고를 보내주신 님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소망이 이뤄지고 명실상부한 특별자치의 기틀이 완성되는 한해가 되길 제주의소리는 희망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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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한 제언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공항에 내리면 다가오는 이국적인 풍경, 푸른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한라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독특한 생활양식, 산과 초원과 청정해역이 어우러져 관광지로서 제주도만큼 경쟁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다.

   
 
 
이 아름다운 제주가 세계를 만나기 위해 국제자유도시란 이름으로 또 특별자치도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기업들의 투자유치가 늘어난다는 소식은 더 없이 반갑다. 이처럼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기는 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 지지 않은 듯하다. 경쟁관광지에 비싼 물가와 질 낮은 서비스와 부족한 관광매력은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향후 개발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만나야

첫째, 제주는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만나야 한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과 과거 아픈 역사의 상처로 인해 어느 지역보다 배타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국제자유도시는 사람과 물자가 끊임없이 들어와 흐르는 ‘교류의 시대’로 나아감을 의미한다. 교류란 스스로 마음을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제주도가 도전하는 관광산업은 마음산업이다.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영원히 발길을 돌리게 된다. 도민들 스스로 이만큼 열었다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문제는 외부인들의 눈에 열렸음이 느껴져야 한다.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둘째,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convergence)이다. 96.4%를 차지하는 1차와 3차 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1차 산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3차 산업을 만나야 한다.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에서는 허브농장으로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프랑스의 와이너리와 와인은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생산하는 농업에서 보여주는 농업으로 전환한 결과이다. 농어촌은 있는 그대로 훌륭한 체험상품이 될 수 있으며, 농수산물은 관광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관광은 제주농업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관광, 기대하지 않은 1%로 승부

   
 
 
셋째, 관광, 기대하지 않은 1%로 승부하라. 그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은 거대 담론으로 일관해 대규모 하드웨어개발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다. 물론 정부의 지원과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제수준의 관광지란 규모의 크고 작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제주의 관광시설과 인프라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하지만, 왜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는가? 문제는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세심한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 주목하라(attention to detail), 그리고 고객이 기대하지 않은 1%를 전달하라. 행정적 지원이 아니라 사업자와 주민들의 열정으로 바꿔야 할 몫이다.

문제는 상상력과 창조력

   
 
 
넷째, 문제는 상상력과 창조력이다. 세심한 감수성으로 끊임없이 시장의 변화를 읽고 기회를 포착하고, 가용 자원을 동원하여 최적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늘 변화하고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는 시장에서 성공하는 길은 ‘재원’이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못했던 시장, 세상에 없는 유일한 것(olny one), 독특한 비즈니스모델로 현실을 돌파해야 한다. 세계가 두바이에 주목한 것은 초고층빌딩이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과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미 상당수의 프로젝트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만큼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은 것은 창조적 상상력에 기반한 무한한 실험정신과 지칠 줄 모르는 집중력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목표는 기업과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는데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사람들 스스로 자랑할 만한 물건과 시설,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자의 ‘近者說 遠者來’ 즉, 가까이 있는 주민들이 긍지를 갖고 즐겁게 살아가도록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도 부러워 저절로 찾아오게 된다는 원리를 깨닫는 것이다. 세계를 지향하되 그 시작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함으로써 주민들이 즐거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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