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허정옥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며칠 전(2006.12.27) ICC Jeju에서는 자사주를 임의유상매입하기 위한 목적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임의유상매입’이란 자기소유주식을 예고된 가격에 매입해 달라고 신청하는 주주에 대해 그 해당주식 금액만큼 회사가 매입해 주는 제도입니다.

ICC Jeju는 1997년 설립당시 면세점, 카지노, 케이블카, 삼다수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고수익의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많은 도민들로부터 자본참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이상의 계획이 실현되지 않아서 적자경영을 지속하게 되었고, 주주들과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특히 재일교포를 비롯해서 십시일반의 애향심과 고수익의 배당(자본)이득을 기대해서 자본참여를 한 개인주주들의 애로와 불만이 참으로 컸습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컨벤션호텔 부지매각대금으로 개인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해 주기로 결정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ICC Jeju에 대한 개인주주들의 주식매입요청은 봇물 터지듯이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밀려들리라 예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주총회가 끝난 자리에서 적지 않은 주주들이 제게 찾아와서 ‘주식을 그냥 보유하고 싶다’ 혹은 ‘이 기회에 주식을 더 매입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예상외의 반응에 놀라움과 반가움,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대표이사인 저로서는 진실한 경영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ICC Jeju의 경영현황과 미래전망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ICC Jeju는 2003년 3월 개관한 이래 해마다 약 20-30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해 왔습니다. 단지 회의시설만을 임대하는 현재의 사업구조로는 연간 30억원 정도에 이르는 건물유지관리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여기에다가 건립당시의 차입금 원리금과 감가상각비까지를 포함하게 되면 적자규모가 더욱 불어나게 됩니다. 올해도 전년보다 30% 이상 매출액을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20여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237건의 회의를 통해 20여만명의 참가자들을 유치하고 지역경제에 1,000억원 이상의 파급효과를 창출했으니, ‘산업 전체로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ICC Jeju가 개관한 이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해 보면, 2003년도 358억원, 2004년도 690억원, 2005년도 957억원, 2006년도 1,137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지난 4년 동안의 경제적 파급효과 총계가 3,142억원이고 보면, ICC Jeju를 설립하는 데 투입된 총사업비 1,806억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또한 유엔환경계획(UNEP)이사회,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총회,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 세계한상대회, APEC 통상장관회의 등 국제적인 행사를 통해 국내외에 드높인 제주의 이름은 수천억의 직접광고보다 더 효과적이라 여겨집니다.

2007년도에는 아태관광협회(ASTA)총회, 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UCLG)총회, 아시아광고대회(AD Asia) 등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격년제로 열리는 제주평화포럼도 명실 공히 국제회의전문시설인 ICC Jeju에서 열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8년도에는 세계작물학대회, 유니시티글로벌대회, 세계스카우트총회, 국제열대의학 및 말라리아학회 대회 등 더 굵직굵직한 회의들이 열리게 됩니다. 물론 2009년도 이후에는 컨벤션호텔이 문을 열게 되어 지금보다 회의유치 실적이 2-3배 정도 증가되리라 예상됩니다. 그야말로 2009년도 이후의 ICC Jeju는 명실상부하게 ‘365일 24시간 행사가 진행되는 회의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컨벤션산업의 특성상 회의만으로는 수익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시, 이벤트 등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면세점 등의 수익사업도 2007년도 내에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신중하게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C Jeju의 희망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 있음을 감히 단언코자 합니다. 저희 30명 임직원은 ICC Jeju가 제주관광의 상징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ICC Jeju를 ‘아시아 최고의 국제회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로서 저는 항상 ICC Jeju가 태동되던 광복 50주년과 도제실시 50주년의 해, 1996년도를 처음 마음으로 바라보며 일을 합니다.

당시 도지사께서 1백만 제주인을 향해 호소하였던 그 목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며 앞을 봅니다. “여러분에게 앞으로 제주를 국제회의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회의시설, 즉 컨벤션시설을 우리 제주도민들의 손으로 건립해 냄으로써 ASEM 유치 노력 때 보여주셨던 도민통합의 정신을 완성시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제주는 도 단위 유일의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도 ASEM 재무장관회의를 제주에 유치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같은 마음 같은 뜻의 총력경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제주인 모두, 특별히는 ICC Jeju의 주주님들께서 첫사랑의 열정과 희망을 견지하여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실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분의 애향 정신과 헌신 의지가 각인된 주주조형물이 ICC Jeju를 찾는 이들에게 전설 같은 감동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그리고 이 감동은 앞으로도 ICC가 제주의 진정한 랜드마크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엔진입니다. 이 점에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ICC Jeju의 희망은 저희를 낳아주신 제주도민과 주주님들의 변함없는 사랑이요 믿음이며 소망입니다.’

모쪼록 제주의 희망이 되시는 주주님과 고객, 도민 여러분께서 2007년 황금돼지의 전설을 입고 도약하고 비상하려는 ICC Jeju를 계속하여 믿어주시고 성원하여 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ICC Jeju는 기필코 여러분의 보람이요 기쁨, 비전, 자랑이 될 것입니다.

[ 허정옥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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