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제주도에 바란다(5)] 김영철 KMAC 전략·HR그룹장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와 물류혁신 그림 필요"

2007년 새해를 맞아 제주도에 바라는 각계 인사의 바람을 연재한다. 다섯번째로 김영철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략·HR그룹장의 글을 싣는다. 옥고를 보내주신 님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소망이 이뤄지고 명실상부한 특별자치의 기틀이 완성되는 한해가 되길 제주의소리는 희망한다.(편집자주)----------------------------------------------------------------------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다. 이제 제주도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연말에 출장차 방문했던 제주의 모습에는 미래에 대한 활기보다는 오늘을 견뎌야 하는 삶의 피로감이 더 다가왔다.

탑동 부근 호텔에 머물며 늦은 저녁에 돌아본 중앙로와 칠성통, 탑동과 서부두의 풍경이 한 때는 잘 나가다가 쇄락한 하얼삔을 떠 올리게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행여 특별자치도 제주도의 미래가 이런 모습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잠시 스쳐갔었다.

위대한 경영 석학 드러커는 미래에는 ‘이미 발생한 미래와 만들어가는 미래’의 두 가지만 있기 때문에 미래는 예측하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한데 혁신에는 '시장 창조'와 '내부 혁신'의 두 요소가 있다고 했다.

제주도의 미래 역시 제주도의 혁신, 즉 시장 창조와 내부의 자주적인 혁신에 달려 있다고 본다.

시장창조와 내부의 자주적 혁신 필요

제주도의 미래 중심 산업은 관광 서비스업이 될 것이다.

비단 제주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산업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수출이 아무리 잘 되어도 고용이 늘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벌써 몇 해째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제야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에 착목하여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해 제주도 물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그런데 그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감귤 값 폭락이다.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의 소득 원천이었던 감귤이 이제는 축산물, 수산물에도 밀려나 더 이상 예전의 명성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거시적인 경제구조의 변화 그리고 제주도의 산업 구조 등을 고려하면, 제주도의 중심 산업은 관광 서비스업이 주축이 될 것이다.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시켜야

이런 점에서 드러커 교수가 말한 시장의 창출을 제주에 대입시켜 보면 관광 시장의 창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관광 시장, 그 중에서도 일본과 중국 등 동남아 나아가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시장의 창출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왜 그런지 잠깐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제주도 인구를 대략 55만이라고 하면 가구 수는 15만 정도가 된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도시가구 외식비 지출이 월 가구당 20~30만원이다. 제주도의 경우는 20만원 정도이고 이를 가구 수로 곱하면 월 300억원 규모가 된다. 마찬가지로 음식업소 수가 약 만개 정도로 조사되어 있는데 결국 업소 당 월 300만원 정도가 평균 매출이 된다. 즉, 제주도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이 없으면 먹고 사는 문제가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면 도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최소한 국내 다른 유명 관광지, 나아가 세계적 관광지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어야 제주도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민의 자주적인 특별자치도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관광 산업의 경쟁력 그것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도를 찾게 만들어야 하고, 찾아온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역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배타성이 아닌 환대(hospitality)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하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배타적인 지역이라는 것이다. 관광객들에게는 공원 입장료를 받으면서 제주도민들은 무료로 이용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배타적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배타성은 자주성과는 다른 의미일 것이고 배타성은 환대산업의 대표 격인 관광 서비스와는 거리가 너무 먼 특성이다. 배타성이 아니라 자주성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찾아온 고객들에게 만족감과 고객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대(Hospitality)하는 진실한 마음이 필요하다. 제주도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호스트라는 의식을 가지고 호스트에 걸 맞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 자연과 역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지역의 대학이나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이나 동호회 활동이 열린 방향으로 가야지 또 다른 배타성의 근거가 된다면 관광 산업에는 도움보다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제주 인지도 높이는 전략을

제주도를 찾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한류 열풍은 이런 점에서 좋은 여건을 제공해 주었고 더 많은 욘사마나 장금이 탄생에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

다음에는 찾아오기 쉬운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제주항공의 출범은 제주도가 독자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저렴해진 하늘 길로 관광객들도 이전보다 수월하게 제주도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경쟁자들이 함부로 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다가 일본의 지역항공처럼 비행기 자체가 날아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게 하여 인지도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적당한 시점에 근거리 해외 노선도 개척되어야 할 것이다.

물류혁신 방안 모색 필요

제주항공 등장까지 여객 요금이 주춤거릴 동안에도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 수송비는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여객에서 손해 본 것까지 화물 수송을 통해서 만회하려고 애썼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물류 수송에 대해서도 독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시점에 와있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물류 혁신의 구도를 잡아볼 필요가 있다. 해상 수송과 항공 수송의 성격을 구분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계획들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웃바운드 물량을 집결시켜 인바운드 물량과 결합한 수송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런 방식의 물류센터 운용은 대형 수송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나 일방적 인상 정책에 대해 제주항공의 예처럼 버팀목으로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생필품 가격이나 산업재 가격을 더 안정시킬 수 있고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통비용은 좁게는 제조자의 공장에서 떠나 유통업자(도소매)를 거쳐가는 비용을 의미하지만 넓게는 제조자의 유통비용과 소비자의 탐색 구매 비용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좁은 의미에서도 일반적으로 유통비용은 소비자 가격의 75%, 넓은 의미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끊임없는 제품의 코스트다운 속에서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영역은 유통이다. 유통을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의 부가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관광지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나 토산품을 발견하고도 선뜻 사기 어렵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들고 가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제주도 어디에서 구입하든 무료로 정확하게 관광객이 원하는 곳까지 배달이 가능한 택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역시 대표적 유통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목표와 로드맵 필요

제주도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핵심 산업으로 관광 서비스업을 설정하고 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언급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따로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목표와 로드맵이 필요하다. 인간의 창조 활동은 동물이나 곤충과 달리 목표에 대한 구상에서 출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까지의 로드맵이 잘 설계되어 있어야 중간에 길을 잃더라도 목표로 가는 방향을 놓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면에서 제주도 특별자치도의 구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자주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더 중요하게는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향에서 이런 목표와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제주의 소리’로부터 의뢰를 받고 평소 컨설턴트로서 활동하면서 고향에 대해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동의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겠지만 하나의 의견으로 너그럽게 참조해 주었으면 한다. 

                                  [김영철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략·HR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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