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 창립 15주년 기념식…힘들었던 지난 활동 반추

지난 15년 동안 제주도민들의 한으로 남아왔던 제주4.3의 진상규명과 도민들의 명예회복에 앞장 서 왔던 제주4.3연구소가 24일 창립 15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해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단초 마련을 자축하고, 보다 완벽한 4.3문제 해결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했다.

제주4.3연구소(소장 이규배)는 이날 오후 6시30분 제주시 파라다이스 회관에서 4.3연구소 회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갖고 지난 15년의 세월을 반추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연구소 역대 이사장과 소장을 지냈던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과 지금은 고인이 돼 버린 정윤형 홍익대 교수의 가족, 고창훈 제주대 교수, 강창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그리고 4.3중앙위원인 박창욱씨와 임문철 신부를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 이규배 4.3연구소장.
이규배 소장은 기념사를 통해 "지난해 4.3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도민과 유족에게 반세기 만에 정부를 대표해 사과해왔다"면서 "4.3연구소는 지난 89년 연구소의 문을 연 이후 오랜 세월동안 고통의 굴레에 빠져있는 도민의 한을 감싸 안아왔으며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헌신하면서 시작과 정점에 서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소장은 "4.3연구소는 그 동안 특별법 제정과 보고서 작성을 하는 데 있어 이론적 틀을 제시해 왔으며, 20여권의 단행본과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국제적 연대도 공고해 해 왔다"며 지난 역사를 설명했다.

이규배 소장은 "4.3연구소는 이제 15주년을 맞아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자세로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며, 평화와 인권의 연구소 전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와 인권의 문제를 심어나갈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난 반세기전 제주4.3에서 큰 실수를 했던 정부는 이번 이라크 전쟁과 김선일씨 사건에서도 잘못된 역사를 다시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우리가 바라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15년간 4.3연구소를 이끌어 왔던 현기영 초대 소장 겸 이사장에게 공로패(맨 위)가,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남다른 공헌을 한 장정언 전 국회의원(가운데), 양조훈 4.3중앙위 수석전문위원(전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장)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이규배 소장의 기념사에 이어 김영훈 제주시장과 이성찬 제주4.3유족회장도 축사에 나서 지난 15년 제주4.3을 위해 헌신해 온 연구소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연구소가 초심을 잃지 않고 도민을 위해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15년간 4.3연구소를 이끌어 왔던 현기영 초대 소장 겸 이사장과 고 정윤형 교수, 고창훈 교수, 김창후 전 소장에게 공로패를 주는 한편,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남다른 공헌을 한 장정언 전 국회의원(전 제주도의회 의장), 김영훈 제주시장(전 도의회 4.3특위위원장), 양조훈 4.3중앙위 수석전문위원(전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장), 김종민 4.3중앙위 전문위원(전 제민일보 4.3특별취재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4.3연구소 산파역할을 하며 초대 소장과 이사장을 맡았던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은 지난 15년의 세월을 되새기면서 "오늘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지만 15년전인 지난 89년 5월10일 용담동 골방에서 개소식을 할 때는 사람들이 몇 방울 없었다"면서 "(시대가) 무서워서 개소식에 와도 되는지…서울에 있는 강창일 국회의원, 김명식 시인, 고 정윤형 교수, 고희범 한겨례신문 사장도 이사였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결국은 나만 참석했었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 왔다.

현기영 원장은 "돼지머리를 놓고 개소식 고사를 지내는 데 보안사와 안기부 경찰 등 정보기관 3명이 딱 버티고 서 있어, 1979년 보안사에 끌려가 매를 맞아 10여년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나로서는 가슴을 조릴 수밖에 없었었다"면서 "다행히 당시 박경훈씨(현 민예총 제주도 부지회장)가 옆에서 그들과 한바탕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어려웠던 4.3연구소 설립과정을 설명했다.

▲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현기영 원장은 "4.3연구소 회원들은 지난 15년동안 항상 형제, 자매라는 혈연적 느낌으로 지내왔으며 4.3연구소란 말만 들어도 이제는 흥분된다"며 "4.3연구소의 지난 15년 공동체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맙게 느끼고 영광스럽다"고 15년의 소감을 말했다.

현 원장은 이어 "4.3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4.3의 진상규명도 아직 제대로 안돼 있는 시점"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4.3연구소 15년의 발자취를 담은 동영상물 상영과 강덕환 시인의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라는 축시 낭송도 있었다.

▲ 지난 15년간 4.3연구소에서 발행된 4.3관련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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