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감귤 시책사업비 횡령 혐의로 공무원 11명을 입건함으로써 농가 어려움을 아랑곳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 자금은 생산량을 줄여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감귤 산업 회생에 쓰기 위한 것이어서 감귤값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농가들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구나 이번 사법처리 인원은 시·군별로 1개 읍·면 또는 1개 동만을 추려 수사한 결과로서 이런 사례가 만연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있다.

감귤 시책사업비는 밀식 감귤원 간벌에 참여한 자생단체 회원이나 군인,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의 중식비 및 교통비 등에 지급토록 된 실비 보상금 성격의 경상 경비. 제주도가 지난 2001년부터 감귤 경쟁력을 높이고자 특수시책으로 펴온 사업에 쓰일 돈이다.

제주도는 내부 지침으로 이 자금을 자치단체나 농, 감협 직원을 위해선 절대 쓰지 못하도록 엄격한 제한을 뒀다. 공무원들이 시책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점심을 해결한 경우에도 중식을 제공한 것으로 꾸미거나, 참가인원을 부풀렸고, 간벌에 참여하지도 않은 자생단체 회원들이 마치 점심을 제공받은 것처럼 공문서를 위조했다.

이렇게해서 빼돌린 사업비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과 식사를 하거나 외상값 변제, 직원 회식비 등에 쓰여졌다.

농가의 어려운 사정을 공무원들이 외면했다는 눈총을 살 만한 대목이다. 특히 제주도는 올해 감귤 폐원 보상비가 부족하자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는 등 감귤 관련 예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이미 일상화된게 아니냐는 점이다.

일부에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자체 감사 정도로 끝날 일"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경찰 수사로 말미암아 문제가 됐지,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공무원들도 간벌에 참여했고, 개인적으로 착복한게 아니라 회식을 했다면 별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으로 들린다.

경찰이 한 동사무소의 횡령 혐의를 포착한 이후 수사를 확대한 결과 대부분 지자체에서 비슷한 사례가 적발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4개 시·군에서 1곳씩 샘플링한 4곳 가운데 3곳에서 횡령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일 수는 없고, 또 이만하면 충분히 경종을 울렸다고 판단,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으나 자치단체가 얼마만큼 의지를 갖고 자체 감사 시스템을 가동할 지는 의문이다.

이번 일로 자치단체의 보조금 집행에 대한 허술한 관리실태도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해 도비 1000만~2000만원을 배정받은 2개 자치단체가 집행잔액을 반납을 점을 들어 횡령사례는 있을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수사로 이중 1개 자치단체의 횡령사실이 적발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