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후반기 의장단 선출…불신 씻고 '시민 대표기관'으로 거듭나는 시금석

제주시의회가 29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어서 누가 새 의장으로 뽑힐지 관심사다.

제주시의회는 지난 2001년 6대의회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꼴사나운 '감투싸움'을 벌여 시민단체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데 이어 7대 의회 전반기엔 강영철 의장이 '취중 폭언'으로 물의를 빚는 등 온갖 구설수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원구성은 제주시의회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고 진정한 '시민의 대표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날 원구성에서 새로 선출할 의장단은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 자치교통위원장, 도시관광위원장 등 5명이다.

이목은 누가 의장직에 오르느냐에 쏠려있다.

강영철 의장이 지난 25일 "평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불 '출마'(?)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28일 현재 김상무 의원과 신관홍 의원 2명이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사실 의장단 선출은 별도의 후보 등록이나 소견 발표 등의 절차 없이 곧바로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출마' 또는 '불출마'란 표현 자체가 적합치 않다.

특히 이번에는 강영철 의장의 거취 문제가 최근까지 해결이 안되면서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느라 원구성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의장 후보군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장 꿈이 있는 의원들도 의중을 드러내기가 어려웠고, 의장직을 향한 행보도 그만큼 출발이 늦어졌다.

그러나 김상무, 신관홍 의원은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대로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물밑 접촉을 벌이면서 도전의욕을 사르고 있다. 김상무 의원은 3선으로 강영철 의장(4선) 다음으로 최다선이다. 반면 신관홍 의원은 초선이지만 도시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상무 의원은 "그동안 3선까지 하면서 의장을 해보겠다고 나선 적이 없다"며 이번이 첫 도전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혼자 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의원들이 찍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교적 덤덤하게 심경을 피력했다.

신관홍 의원은 "(강의장 문제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면서 "출마를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잘해보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10선이라고 의회를 잘 끌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대응했다.

한때는 이상윤 부의장도 하마평에 올랐으나 정작 본인은 이날 "마음을 비웠다"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제주시의원들의 이력을 보면 16명 가운데 4선과 3선 의원은 각각 1명이고, 재선은 허성부·안창남 의원 2명, 나머지는 모두 초선이다.

안창남 의원과 허성부 의원이 의장직에 뜻을 두고 있지 않은 것 자체가 이외다. 그러나 안 의원은 평소부터 "평의원으로 남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물밑접촉이라도 할수 있는 시간이 워낙 짧았고, 강의장 사태로 인해 선뜻 나설수 없는 분위기가 최근까지 이어져 29일 원구성에선 '이합집산' 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종의 '자유투표' 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강영철 의장의 이른바 '강심'이 한 후보에게 작용해 결과적으로 수렴청정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있으나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설에 불과하다.

이와관련, 의회 안팎에선 이심전심으로 "이번 만큼은 제주시의회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한 선거로 뿌리깊은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는 요구가 팽배해 있다.

후반기 2년을 이끌어갈 의장단 선출은 2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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