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지사가 28일 제주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계식(56)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정무부지사로 지명한 것은 그가 평소 밝힌대로 외자유치와 대 중앙절충 능력 등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적어도 그런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선거기간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줄곧 외자유치가 중요하다면서 정무부지사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이에따라 의회나 대 언론관계에 주력했던 정무부지사의 역할도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계식 정무부지사 지명자에게 거는 김 지사의 이같은 기대는 그의 이력에서 잘 나타난다. 국책 연구원과 경제 부처 요직을 거친 '경제통'의 이면을 엿볼수 있다.

우선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행정고시(8회)에 수석 합격한 수재.

그뒤 관세청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국제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자문관, 벨지움 루벵대학 객원교수,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 한국재정학회 회장,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공직과 학계를 넘나들며 이론과 현실을 두루 경험한 셈이다.

재정이 취약한 제주지역 특성상 국가예산을 주무르는 기획예산처 등에서 요직을 맡았던 사실에 주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예산 확보때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고, 경제통으로서 외자를 유치하는 데도 남다른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렸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재정개혁' '아담스미스 연구' '사회보장제도의 정책목표' '인플레 기대와 경제안정' '지방재정 개혁론' 등 다양한 저서를 남기면서 경제적 식견을 인정받았다.

이계식 정무부지사 지명자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교를 모두 서울에서 다니는등 사실상 서울에서 성장했다.

이씨는 자기소개서에서 행정고시 합격이후 관세청 근무, 해군 중위 제대, 미국 유학 등의 이력을 언급한뒤 "IMF 위기상황인 98년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으로서 2년반 동안 우리나라 공공부문 개혁작업에 진력했다"고 기획예산처 재직 시절을 가장 앞세웠다.

아니나다를까 이씨는 정부개혁실장 재직 시절 IMF 관리하에 들어간 한국을 삼풍백화점에 비유하면서 "무너진 삼풍 터에 파르테논 신전을 짓겠다"는 말을 남겨 널리 회자됐다.

특히 그는 IMF 근무경험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주도는 "외자유치, 통상 등 관련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국제자유도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중앙절충 능력, 조직 관리능력, 문제해결 능력, 의사전달 및 협상능력 등 점수부여 방식으로 심사했고, 특히 외국어능력 평가는 서울대 김세원 교수의 영어 인터뷰를 거치는등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쳤다"며 다방면에 걸친 이씨의 능력을 강조했다.

도청 안팎에선 이씨의 이같은 화려한 경력에 기대 그의 정무부지사 지명사실에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뭔가 달라도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그를 두고 인사청문 위원들이 어떻게  그의 취약점을 파고들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낳고있다.

김태환 지사가 이날 이씨를 정무부지사로 지명함으로써 논공행상식 인사 관행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으나, 정무부지사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선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됐다.

한편 심사위원회는 김형옥 전 제주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권영철 행정부지사, 김세원 서울대교수, 현순도 제주지방변호사회장, 김지훈 제주언론인클럽회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5일 오전 10시 도청 대강당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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