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심사소위, 수형인 126명 등 407명 결정…명예회복 '새전기' 마련

군·경의 거센 반발로 희생자 선정을 놓고 3년 가까이 진통을 겪어왔던 제주4.3 수형인들이 마침내 '희생자'로 결정됐다.

제주4.3사건 희생자 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재승·대한변협회장)는 28일 오후 3시 위원회 회의실에서 제33차 희생자 심사소위를 열고 피해자로 신고된 407명에 대한 심의를 벌여 희생자로 결정했다.

이 중에는 그 동안 군·경측이 "수형인 명부에 등재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희생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희생자 결정에 거센 반발을 해 왔던 수형인 126명이 포함돼 지난 2001년 10월 1차 회의에서부터 논란이 돼 왔던 '수형인' 문제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희생자 심사소위가 이날 희생자로 결정한 수형인은 작게는 징역 1년에서부터 많게는 징역 20년까지 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수형인 명부에 기록된 피해자들로 그 동안 상당한 찬반 논란과 거듭된 심사 끝에 이날 회의에서 처음으로 희생자로 결정됐다.

3년가까이 찬반 논란 빚은 '수형인' 문제 마침내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심사소위에서는 "지난해 정부의 공식문서로 발간된 4.3진상조사보고서가 '제주에서 열린 군법회의는 법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재판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단지 수형인 명부에 이름이 등재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판결문도 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희생자 선정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다수를 이뤘다.

이에 대해 일부 일부 군·경측 위원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법적 안정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결국 논의 끝에 만장일치 희생자로 결정됐다.

이날 희생자로 결정된 126명의 수형인은 4.3중앙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으나 군·경측 위원들도 반대를 하지 않음에 따라 하반기로 예상되는 국무총리 주재의 전체 중앙위원회 회의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박재승 변협회장을 비롯해 김삼웅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대한매일 주필), 박창욱 전 제주4.3유족회장,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임문철 중앙성당 주임신부, 배찬복 명지대 교수, 한용원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등 7명 전원이 참석했다.

'4.3군법회의 정상적인 절차로 볼수 없다' 는 4.3보고서 결론 인용 결정

수형인에 대한 문제는 지난 2001년 10월 희생자 심사소위 1차 회의가 열릴 때부터 군·경측에서 "수형인을 희생자로 선정할 수 없다" "비록 군사재판 자료가 부실하다 하더라도 수형인 명부가 정부의 공식 문서인 만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희생자 선정을 반대해 왔다.

반면 대부분의 소위원들과 도내 4.3단체에서는 "4.3당시 이뤄진 군법회의 자체가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적으로 이뤄진 군사재판 일뿐만 아니라 판결문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수형인 명부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희생자 선정을 반대하는 것은 4.3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군·경측에 강력 반발해 왔다.

4.3 심사소위가 이날 126명의 수형인에 대해 희생자 결정을 함에 따라 그 동안 상당한 논란 속에 '반쪽 명예회복'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정부의 희생자 결정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명예회복 사각지대 방치된 '수형인' 재평가... 희생자 명예회복 새 전기 마련

현재 4.3위원회에 접수된 희생자 중 수형인으로 분류된 피해자는 1609명으로 이중 1400여명은 군법회의를 통해 수형인 명부에 등재됐으며, 나머지 160여명은 3.1사건 등 일반재판에 연루됐다가 나중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특히 4.3당시 군사재판 등에 회부돼 처벌을 받은 전체 수형인은 3836명으로 이중 58.5%인 2127명이 아직 희생자로 신고조차 되지 않아 명예회복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너무 오래 기다렸지만 기쁘다. 4.3 문제해결 또 다른 하루로 기록될 것"

이날 심사소위에 참석한 임문철 신부는 "너무나 기쁘다. 오래 기다렸지만 보람이 있었다"면서 "그 동안 4.3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역사적 걸림돌이 돼 왔던 수형인 문제가 오늘 마침내 해결됨에 따라 4.3문제 해결과정에 새로운 물꼬를 튼 또 다른 하루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문철 신부는 "오늘 회의에서 한 위원이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신중히 결정할 것을 주문하며 '유보'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나머지 모든 위원이 찬성을 해 결국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인내로 기다린 탓에 오늘 만장일치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한편 지금까지 4.3 희생자로 결정된 피해자는 7424명으로 이날 결정된 407명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783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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