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32년만에 '무죄'선고 '명예회복'
'조작간첩' 강희철씨 재심도 가능성 높아…이장형씨 '사망'

강희철씨가 지난해 6월14일 제주지법에서 재심 결정을 내리자 이장형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법살인'으로 논란을 빚어온 '인혁당'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대표적인 조작간첩 사건으로 평가받는 강희철씨에 대한 향후 재심 재판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23일 ‘인혁당 재건위’사건에 연루돼 지난 1975년 긴급조치 1호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이 집행돼 숨진 우홍선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형이 집행된 지 무려 32년만에 억울한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지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으며, 일부 공판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증명력이 없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 중 피고인들이나 공범에 대한 조서는 피고인들이 이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로 채택할 수 없고, 공범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조서는 변호인들이 동의를 하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이 없어 역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내란예비음모 혐의 등 모조리 무죄로 판결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현재 제주지법에서 재심 재판을 받고 있는 강희철씨에게도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희철씨는 지난 1986년 12월4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제주지법으로부터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987년 9월8일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돼 13년간 복역하다 1998년 8.15특사로 가석방돼 8년간 보호감찰을 받고 있다.

강희철씨 역시 1986년 4월 제주도경에 연행돼 85일간 불법구금됐고, 구금조사 동안 6일간 음식물 섭취를 못한 것은 물론 구타와 물고문 등을 받았다.

강씨는 체포된 지 132일만에 고문조사 끝에 도내 관공서와 주요기관, 학교 등의 위치를 북한에 알렸다는 간첩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됐었다.

강씨는 2005년 9월5일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14일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수사과정에서 불법사실이 인정된다"고 재심 결정을 내렸다.

강희철씨가 지난 2005년 9월5일 제주지법에 재심을 민원실에 청구하고 있는 모습
현재 강씨는 제주지법에서 9차 재심 공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1986년 강씨를 수사했던 경찰관 등 39명을 증인으로 요청한 상태다.

10차 공판은 오는 31일 오후 4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인혁당 사건이 '무죄'선고로 강씨의 재판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관들이 제대로 '증언'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미 재심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재판부가 '수사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무죄를 밝힐 수 있는 자료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희철씨는 '명예회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고문전문가'로 악명높은 이근안씨의 모진 고문에 의해 조작간첩이 된 '이장형씨'(74)의 경우에는 명예회복과 진실을 밝히기 어렵게 됐다.

이장형씨가 지난해 12월27일 '췌장암'으로 제주대 병원에서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두환 군사독재가 한창이던 1984년 6월 북한을 방문해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돼 85년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98년 8월15일 가석방됐다.

이씨는 2005년 8월24일 천주교인권위원회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청구'를 접수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1년 이상 심리를 하지 않은 채 계속 보류하며 사건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지난 10월 병원에 치료차 갔다가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판정을 받고 45일만에 사망하게 된 것이다.

YTN은 민주화 20주년 특별기획 '진실' 에서 '이장형씨'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중 이씨가 사망했고, 22일과 23일 양일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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