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고통받는 친구…1%의 희망이라도

                                       친구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달  제주시내 H병원에서 간암말기 선고를 받은 마흔 두 살의 친구가 대책도 없이 기다리고 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해서 서둘러 서울 삼성병원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입원실이 없어서 불가능하단다. 지인을 통해서 백방으로 힘을 써 보았지만 그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겨우 외래로 진료를 받았지만 1%의 희망을 안고 찾아간 병원은 냉정했다. 3개월밖에 살수 없다는 환자한테 3주후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한다.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는가. 3주를 넉넉히 기다릴 수 있다고 누가 장담 할 수 있는가. 장기는 이미 썩어가고  마지막을 준비해야 될 때에.

 나 역시도 6년째 암투병을 하고 있다. 다행히 이 친구처럼 말기 까지 악화된 상태는 아니어서 몇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하루 아침에 상태가 악화 될 수 도 있는 것이 암세포의 성질이라는 이야기를 그동안 많이 들어 왔다. 그래서 늘 불안하다. 약을 제때에 복용하지 못했을 때에도, 진료일자가 조금만 늦어지거나 몸에 이상신호가 오거나 하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죽음과 암세포와 싸워야 하는 이 친구의 심정을 모른채 할 수가 없다.

 3주를 맥 놓고 기다릴 수 없어 제주시내 대학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역시 이 병원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소화가 안되니 식사조차 할 수가 없어지고 링거에만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그 친구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병문안도 못 갔다. 다른 친구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가히 짐작이 갔고  측은지심으로 마음이 여간 심란한 게 아니다.

  의사와 현대의학을 믿으면서도 이런 경우에는 허무해진다. 아픈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곳이고 좋은 신약이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그 또한 나에게는 해당 안 될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힘 없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너무도 작다는 사실을 인정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제주도는 여러가지로 취약하다. 그 중에서도 고급진료 혜택을 못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절감하는 바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면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수소문해서 찾아가지만 기다림에 지치게 된다. 적어도 일주일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병원의 제도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묻고 싶다. 병원측 아니면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3주를 기다리는 내내 친구의 몸은 이미 중환자가 되어버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누구나 아름답다고 하는 섬에서 죽어가는 내 친구에게 1%의 희망이 빨리 찾아 오기를 기대해 본다. 100%의 절망으로 포기하기 이전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