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릿당동산 동녘밭 4.3희생자 유해발굴 현장 설명회
"정확한 개체수 파악 어렵지만 4.3유적지 지정 필요"

제주시 화북1동 속칭 '가릿당동산 동녘밭'으로 알려진 곳에서 4.3당시 학살과 암매장이 한곳에서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제주4.3연구소 유철인 상임이사와 제주대 강현욱 교수(의과대학 법의학교실)를 책임자로 구성된 '가릿당동산 동녘밭' 4.3희생자 유해발굴단은 26일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당시 이곳에서는 학살과 함께 암매장이 한곳에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4.3유적지로 지정해 유해 발굴지역과 그 일대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발굴단은 4.3당시 군인들에 의해 민간이 30여명이 학살, 암매장 됐다고 알려진 '가릿당동산 동녘밭'에 대한 발굴조사를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11일간 진행했다.

그 결과 완전한 유해는 발굴하지 못했고 두개골, 하악, 지골, 족골 등 파편화된 상태의 유해 87점을 발굴·수습했다.

▲ 우은진 연구원
이날 현장 설명회에서 우은진 연구원은 "문헌조사와 증언을 통해 발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곳이 4.3당시 학살·암매장지였음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발굴지역이 생활경작지 등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유해들이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유해는 두개골, 지골, 요골, 치아 등 불완전한 유해들이 다량 출토된 데다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아 정확한 개체수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 6개체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유해는 왼쪽 발부위가 2개 나란히 발견됐다.
또 "유해 외에 140여점의 유류품이 출토됐는데 탄피가 주를 이뤄고 이 외에 의복·곰방대 등이 발견됐다"며 "출토된 탄피는 한국전쟁 당시 사용됐던 것과 같은 종류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우 연구원은 "학살·암매장지 내에서 출토된 유해와 유류품의 분포가 명확히 구분되는 점으로 미뤄 당시 희생자들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1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총을 쏘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해 가운데 어린이로 추정되는 유해는 발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강현욱 제주대 교수(의과대학 법의학교실)는 "가릿당동산 동녘밭 현장은 4.3당시 학살과 동시에 암매장이 이뤄진 곳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발굴조사와 문헌조사, 목격자의 증언 등에 따르면 30~40명의 희생자를 사격하는 데는 10명 정도가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책임자인 유철인 제주대 교수는 "학살지를 굳이 보존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겠지만 이곳은 4.3의 60년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4.3유적지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발굴된 유해를 볼 때 학살과 암매장이 이뤄진 1~2개월 후에 사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체의 일부가 떨어져서 현장에 남게 된 경우도 있겠지만 총을 난사해 희생자들의 사체가 뿔뿔이 흩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 후 학살·암매장지인 것을 알면서도 삶을 살아야 했기에 이곳에 농작물을 심고 살아가야 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강현욱 교수가 유해발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참여한 송경기씨(68)는 "당시 인근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의 명단을 확보해 유족들에게 알려주었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송씨는 실종자 유족으로 가족이 가릿당동산 동녘밭이나 박성내에서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릿당동산 동녘밭에 대한 4.3유해 발굴 조사는 오는 9~10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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