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자치이야기③]특별자치도 위상부터 재정립해 나가야
"특별하지 못한 특별자치도 과연 실체는 있는가"

▲ 김태환 지사가 지난 23일 포르투갈 마데이라주를 방문, 알베르토 주앙 자르딩 주지사와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마데이라의 차이

김태환 지사가 포르투갈의 마데이라를 방문하고 돌아와서, “마데이라에서는 주지사를 프레지던트(President)라고 부르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의 마데이라는 포르투갈 헌법에 의해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헌법 제6조 제2항은 마데이라에게 독자적인 정치적ㆍ행정적 법제와 자치적 정부조직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헌법에 의해 포르투갈의 다른 지방과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았고 실질적인 통치권을 중앙정부와 분점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곳의 수장을 ‘프레지던트’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어떤가? 제주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근거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자치도법‘이라 한다)’이라는 개별법률에 근거가 있을 뿐이다. 헌법에 근거가 있느냐, 법률에 근거가 있느냐는 단순한 법체계상의 차이가 아니다. 헌법에 근거가 있다는 것은 통치권력을 분점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확고하게 승인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이기 때문에 그 특별한 지위는 헌법의 변경이 없는 이상 유지된다.

그러나 법률에 의해 창설된 특별자치도는 국민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국회를 통과한 것이지만, 국회의원 다수의 의사에 의해 얼마든지 변경가능한 지위이다. 이런 지위 상의 차이는 단순히 수장의 호칭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

과연 특별자치도의 실체는 있는가?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제주특별자치도가 중앙정부에 요청한 2단계 제도개선과제, 특히 ‘Big3’로 불리는 면세지역화, 법인세율 인하, 항공자유화에 대해 중앙부처들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중앙부처의 논리들 중에서 특별자치도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만 언급하고자 한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른 측면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나 타당성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중앙부처의 논리에 틀린 점이 있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입장에서도 반박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로 삼고 싶은 것은 중앙부처들이 반대논리중 하나로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별자치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다른 지역을 동일선상에 놓고, “제주에 대해서만 특례를 인정하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는, 결국 ‘특별자치도’를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즉 제주도와 다른 지역을 동일한 지위로 보는 것이다.
아마 중앙정부 관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같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몇 가지 제도와 규제완화를 시범적으로 해 보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외에 경제자유구역도 있고, 지역개발을 위한 다른 특별법들도 있는데 왜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서만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특별자치도의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도대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말하는 ‘특별자치’란 어떤 개념이고 무엇을 위해 도입된 것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지금은 그 답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법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법률만이 제주특별자치도의 객관적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한 자치권을 보장하기 못하는 특별자치도법

제주특별자치도법은 무려 363개의 조문이 있는 방대한 법이지만, 여러 가지 모순점을 안고 있는 법이다.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제1조)한다고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법률에서 일일이 특례를 인정하지 않는 한,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한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새로운 권한 하나를 이양 받으려 해도 법을 개정해야 한다.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사무’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이양한다고 하지만, 정작 제주도를 위한 사업추진도 제주특별자치도의 권한으로 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일개 중앙부처(건설교통부)의 산하기관으로 되어 있다. 이사장도 건설교통부 장관이 임명하고, 사업계획이나 예산도 건설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사무’를 모두 이양한다는 것은 말잔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중앙부처의 지원이나 승인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면, 특별자치도 이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변했는지 의문이다.

기존의 방향과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이야기를 꺼내면서 개헌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지만, 차기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개헌의 내용이 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방향과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특별한 지위라면 헌법에 명문화되어야 한다. 이런 지위보장이 없이 중앙부처와 개별적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몇 가지 권한을 이양받고 몇 가지 특례를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면, ‘외교, 국방, 사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양 하겠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고 어울리지 않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 실체는 불분명하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책임지지 못할 정치적 수사만 날렸을 뿐, 제도적인 지위는 보장해주지 않았다. 쏟아낸 말은 많지만, 실질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도민들은 그런 정치적 수사만 믿고 막연한 환상만 가지게 되었다.

지금 제주특별자치도와 마데이라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권력배분구조나 헌법상의 위상이 전혀 다르다. 그것이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프레지던트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호칭을 논하기 이전에 특별자치도다운 위상을, 그리고 특별자치라는 단어에 맞는 실질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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