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탐라자치연대 오상준 사무국장

단추라는 것이 있다. 옷을 입는데 꼭 필요한 모든 옷의 기본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옷을 풀어헤치는 센스(?)도 필요하지만 역시 옷 맵시를 돋보이게 하고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려면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 그것도 첫단추를 말이다.

첫단추를 잘못 궤면 그 옷을 입은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거나 멋없는 사람으로 당장 낙인찍힌다. 결론적으로 첫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이라는 것이 있다. 정책을 ‘공익을 추구하거나 공적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래의 행동방안’이라 해 보자. 이와 같은 정책은 주로 정책과정(정책의제설정, 정책결정, 정책집행, 정책평가)를 거쳐 공적영역에 투영되고 실현되어 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다. 주로 행정이 정책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민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대다수 정책은 실패를 가져온다. 정책의 전반(정책의제설정, 정책결정)의 단계의 시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정책의 후반(정책집행, 정책평가)에서야 비로서 형식적인 시민참여의 공간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리 두 번째 단추를 잘 채운다고 해도 첫 번째 단추를 잘못 채운 순간 이미 정책실패는 예견되고 만다.

현재 서귀포시는 시외버스터미널이 2개 있다. 인구 15만의 서귀포시에 시외버스 버스터미널이 2개 있다. 새로 만들어진 터미널은 도의원의 설명을 빌리면 2005년 민선시장 시절 이루어진 “대형매장 유치사업”의 들러리라는 주장이다.

당시 민선시장은 단순히 구 시외버스터미널이 협소하고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대형매장을 유치한다는 명분”을 애써 외면한 채 이전하고 말았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 대중교통의 주역이었던 버스터미널은 시민들의 모든 애환을 담은 장소였다. 그러나 버스사업이 퇴조를 하던 1995년 용역을 가지고 10년이 지난 2005년 터미널의 필요성이 상당부분 상실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용도변경이라는 행정적 편의까지 서슴치 않으며 터미널을 이전하게 된다.

정책의 첫단추가 잘못 채워지는 순간이다. 이미 터미널 이용승객은 1993년 이래로 감소하고 있었으며 1995년 서귀포시 종합터미널 기본계획 수립당시 이미 목표연도인 1997년과 2001년에 버스터미널 이용객을 추정한 결과를 보면 감소일변도였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첫단추를 잘못 채운 버스터미널 이전사업은 명백한 정책실패를 낳고 만다.

이로부터 정책실패의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신시가지로 이전된 버스터미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하듯, 1일 승차권 판매가 1만 2000원에 불과하며, 이용승객도 100여명 정도이며, 도대체 어느 터미널이 진짜인지(?) 설명하기 난감하다.

게다가 버스업체들은 수익성을 들어 기존의 터미널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정책실패 악순환의 백미는 터미널 이전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자가용이 없는 서민들이다. 행정은 교통약자들에게 환승과 교통카드 하나면 시민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녹치 않다.

정작 터미널 이전사업에는 시민의 불편과 1-2년을 내다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어 현재 휑하니 터미널 자리는 비워져 있고 터미널로 인해 수익을 연명하던 사람들은 알음알음 자리를 뜨고 있다. 서귀포시 구도심권의 공동화를 낳고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대형매장이 성장도 그 하나다. 덧붙여 행정은 신시가지 버스터미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존의 버스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버스터미널 2개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민불편을 모른채 하며 행한 정책실패의 결과이다. 무엇보다 정책은 미래에 바탕한 행동대안이 되어야 하지만 서귀포시 버스터미널 이전사업은 대형매장의 들러리로 전락하여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위정자의 정책실패가 결국 지역에 악순환의 고리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서귀포시는 정책실패을 만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단순히 그 자리에 버스승차대를 설치한다고 해서 시민을 불편이 사라지지 않는다. 터미널이 협소하고 냄새나고 비좁으면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었다.

오상준 사무국장
또한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상권과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형매장을 등에 업고 공권력으로 집행한 정책이 급기야 실패를 부르고 악순환을 낳고 있다. 독단적인 정책결정은 정책실패를 매번 낳는다.

이제라도 서귀포시의 버스터미널이 왜 이런 정책실패의 들러리가 되어야만 했는지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첫단추가 왜 잘못되었는지 숙고해야 한다. 이제부터 행정이 무턱대고 터미널 이전만 주장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정책실패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잘라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