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철수 제주시 환경관리과장

아침 출근길에 이도주유소 주변 골목에서 새벽청소를 하면서 바삐 움직이는 할아버지를 늘 볼 수가 있다.

이곳과 가까운 동네로 이사 온지 13년째 되었는데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도 매일 만날 수 있는 단골 고객이다.

아침 일찍 동이 트면 어김없이 대빗자루를 들고 집 앞은 물론 주변 간선도로와 이웃 골목길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쓸고 또 쓸어댄다.

그 뿐만 아니다.

양동이에 물을 담고 와서는 지저분한 아스팔트길 위를 씻어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음식물 수거함까지 깨끗하게 세척하고 닦기도 한다.

나는 항상 이런 아름답고 천사 같은 행동을 보면서 출근길이 가쁜 해지고 저절로 행복 속으로 빠져들면서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얼마 전에 이도2동사무소에 들렸다가 할아버지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양운봉 할아버지(71)이다.

젊은 나이 때부터 부지런하고 검약하여 어느 정도 재산도 불렸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키웠다고 한다.

새벽 아침마다 대빗자루와 물 양동이를 들고 누가 알아주던 말든 기쁜 마음으로 땀 흘리면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성자나 다름없다고 느껴진다.

정말이지 성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밤사이에 각종 쓰레기로 더러워진 동네 곳곳을 누비며 쓸고 씻어내는 착한 행동을 몸소 실천하는 시민이야말로 바로 성자라고 생각한다.

옛날 70~80년대는 새마을운동이 한창 힘차게 불타오르고 있을 때는 각 마을이나 동사무소에서 아침 일찍 확성기로 새마을 운동 노래를 틀곤 했었다.

이 새마을 노래가 골목으로 울러 퍼지면 주민들은 잠에서 깨어나 이웃간에 담소를 나누면서 골목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늘 골목길과 공한지가 깨끗했었다.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남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요즘은 아침 일찍 자기 집 앞이나 상점가 앞을 청소하는 시민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시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자활근로, 공공근로, 환경미화원들이 해 줄 것으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양 만큼 비용을 부담하며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전국 최초로 쓰레기종량제를 실시 한지 1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규격봉투를 사용 않고 무단 투기하는 비양심적인 시민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우리시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청경 도시임을 늘 부르짓고 있음에 볼 때 일부 시민들의 이 비양심적인 행태로 청정 도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일부 타 자치단체는 모범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정해년 새해를 맞아 자신의 마음속에 쌓여 있는 비양심의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 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양운봉 할아버지처럼 우리의 청경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강철수 제주시 환경관리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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