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들의 실명을 공개키로 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여 공개를 강행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진실화해위는 긴급조치 위반사건이 위법ㆍ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사례라고 보고 작년 하반기부터 긴급조치로 기소된 사건 1,412건의 판결을 유형별, 긴급조치별로 분석해 '긴급조치위반 판결분석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함은 물론 언론에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위 보고서 별첨자료에는 사건번호와 피고인, 담당판사 이름, 판결내용이 실려 있었으나 전원위원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우 사생활보호를 위해 익명 처리키로 한 반면, 판사이름에 대해서는 공개법정에서 이뤄진 판결내용은 비밀이 아니고 판결내용을 분석하면서 판사이름을 적는 것은 당연한 조치이며, 이에 대해 아무런 정치적 의도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의 찬ㆍ반 의견이 엇갈렸고 몇몇 언론사는 사설을 통해 반대의사를 표명키도 했다.

이러한 찬반 대립의 배경에는 위 보고서에 이름이 공개된 판사 492명 중 10여명이 현직 대법관과 헌재재판관 등 지법원장 이상 고위직을 맡고 있으며 전직 대법원장 4명, 헌재소장 1명, 대법관 29명 등 전직 지법원장 이상 고위법관을 지낸 판사도 100여명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이미 진실화해위가 공개를 강행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입장이다. 보고서만으로도 충분히 유신시절 긴급조치의 위법, 부당함을 알릴 수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판사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은 판사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문제를 떠나서 해당 판사에 대한 평가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측컨대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될 경우 국민은 긴급조치의 위법, 부당함보다는 그러한 긴급조치에 대항(?)하지 못하고 이를 적용하여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판사들이 누구이고, 현재 이들을 무엇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사들의 변명은 비겁하다고 폄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도 한 몫을 하겠지만 말이다.

진실화해위가 의도했던 것이 이러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은 갈등보다는 화해와 화합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하고 싶다. / 허상수 한나라당 제주도당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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