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지역만들기 현장을 가다] ④ 충남 태안 볏가리마을'박꽃같이 소박한 꿈이 영그는 볏가리마을' 컨셉

전국 곳곳에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가 바람을 타고 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는 생소한 이야기도,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니다. 좀 더 지속가능한 마을발전을 꾀하자며 '환경친화적인 개발논리'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준비한 곳은 여지없이 성공한 마을이 됐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헌신과 참여다. 제주의 소리는 2007년을 맞아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에 성공한 전국의 소문난 마을들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이들 마을들은 모두 '헌신적인 지역리더'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어우러졌던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제1부 마지막으로 충남의 촌마을 볏가리 마을을 찾았다. / 편집자 주

▲ 어김없이 장승이 손님을 맞는다
충남 태안군 볏가리 마을의 가구수는 모두 62호. 주민은 114명으로 체험프로그램에 47개 농가, 민박에 24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별도로 '운영관리위원회'를 구성, 10명의 위원이 참여해 모든 사업방향을 정한다.

볏가리 마을의 유래는 옛날에 전기 수리시설이 없을 때 하늘에 떨어지는 빗물로만 농사를 지을때 부락의 안녕을 지내는 '볏가리대 세우기' 제천행사에서 기인한다.

그만큼 농촌 마을 가운데 여전히 개발과 발전의 뒷전에 밀린 곳으로 산촌과 어촌이 어우러진 마을이었을 뿐이다.

"사실 우리마을은 관광지도 아니고 유적지도 아니예요. 언뜻 보면 산림이 울창해 산간 농촌 같지만 바다가 삼면으로 둘러싸인 해촌마을로 해수욕장과 해산물이 풍부한 건 있지요".

14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한원석 이장(70)의 말이다. 이 마을은 그린투어를 하기 전에는 호당 농외소득이 50만원 정도로 가난했다. 자연스럽게 노인들이 늘어났고, 굴 채취와 쌀농사로만 생활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 자랑스럽게 내걸린 현수막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정부가 지원하는 테마마을을 만들자는 마을 주민들의 선택으로 어렵게 모아졌다.

이렇게 시작된 마을가꾸기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농촌전통테마사업비 2억원을 지원받으며 마을살리기 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 방문객 식사를 손수 나르고 있는 한원석 이장
이후 도로포장비 등 군자체 사업비 2억9700만원을 보탰고, 매년 농림부가 개최하는 농촌 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수상(장려상, 우수상, 지난해 대상)으로 받은 상금 사업비 1억6000만원도 과감히 보탰다.

그러한 투자는 먼저 볏가릿대세우기 등 정월대보름 체험행사를 모티브로 해 (사)한국문화관광연구소을 통해 전문가 컨설팅을 받는 등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바다체험, 생태계를 볼 수 있는 갯벌체험, 굴체험, 염전체험을 개발해 낸 것도 이 때쯤이다.

지난해는 전통어업법으로 썰물때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를 잡는 '독살체험'과 전통혼례를 개발해, 체험객을 대상으로 재현하기도 햇다.

"사실 고구마 농사체험과 전통음식체험을 하지 않는 곳이 없어요. 단지 끼워넣기 정도로 진행하고 있을 뿐이지요. 솔직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없으면 매력을 끌 수가 없어요".

1년에 한 번밖에 할 수없는 정월대보름 '볏가리대 세우기'는 '가족볏가리대 세우기' 희망솟대 만들기' 등으로 변형해 연중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 체험마차 굴밭으로 출~발~
30~40분을 가야하는 바닷가 체험을 위해 '체험마차'로 돌아보는 '캠핑코스'도 마련했다. 대보름날에는 전통공예 복조리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제작비용은 마을에서 경로당에 지불하고 있다.

한 이장은 "처음에 실시한 솟대만들기는 대패, 톱질까지 하도록 했지만 잘 진행이 돼지 않았다"며 "이후 웬만한 물품을 만들어 주고 오리를 머리와 몸통에 끼우고 꼬리를 다듬는 방식으로 다소 간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히 고객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이야기다.

마을을 찾는 도시민도 2003년 61회 2550명, 2004년 121회 6553명, 2005년 170회 1만 521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마을에 들어오는 체험비는 1인당 5000원. 여기에 인절미 한말 만들기(5만원), 솟대만들기(4만원)을 받는다. 농가소득은 대부분 민박과 체험비 등으로 채워진다.

여기에 언론홍보도 빼뜨릴 수 없다. 그렇게 시작한게 월별 이벤트 행사다. 볏가리마을의 정월대보름 이야기(1~2월중), 꽃떡을 만들어 먹는 '봄내음과 갯바람'(4~5월), 육쪽마늘 수확과 염전체험(5~6월),여름에는 '1일 농부 1일 어부체험'(8~9월), 볏가리 마을의 전통문화체험 한마당(11월) 등 월별 이벤트를 마련하며 홍보에 주력했다.

볏가리 마을은 2004년 '내나라 여행박람회' 등 각종 박람회 출전 홍보는 물론 도농교류를 위해 9개 업체와 학교와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해 실속을 다지며 다각적인 교류홍보도 해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자랑하고 싶은 향토자원과 도시민이 좋아할 프로그램을 일치시키는 작업에 마을의 모든 역량을 쏟았다"며 "우선 도시민들에게 일상적이지 않은 동식물과 자연경관을 소개하기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주요 테마로서 '백사슴 12마리가 집단으로 살고 있는 곳 보여주기', '거북바위에서의 해안선 보기', '석양 무렵 구멍바위와 수평선 보기'가 그 것이다.

▲ 체험마차

▲ 체험하는 모습

이렇게 해서 만든 주제가 '볏가리 환상코스체험'.

마을회관에서 출발해→동물농장 구경→거북바위에서 오자미 만들어 소원 빌기→푸른 해안선 감상→바닷가 모래밭에서 솟대를 세워 도농의 믿음과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로 마감한다.

무엇보다 소금이 많이 나오는 염전체험, 동물 먹이주기 체험농장, 갯벌체험, 엄청난 굴밭에서 굴따는 체험이 압권이다. 또 소나무를 갯벌구멍에 넣는 쏙잡기 갯벌체험도 인기다. 이를 시루에 찌거나 밀가루에 튀겨 먹는 경우도 '특이'와 '별미'라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볏가리마을 손영철 사무장은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이처럼 도시민들이 열광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이제는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신뢰하는 방법을 오히려 농촌체험을 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보화마을로 선정되면서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볏가리 마을은 앞으로 테마가 있는 첨단정보화마을로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주민의 65~70% 이상의 고령화가 진행됐지만 '성공 가능성'을 엿보면서 어느 마을 보다 활력이 왕성하다.

나이를 초월하고, 오히려 모든 마을 주민마다 집안에서 입금확인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뱅킹'까지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까지 세워 놓았다.

현재 볏가리 마을은 상표.서비스표까지 등록신청이 돼 있다. 이미 4종류의 농산물 포장지를 제작했고, 마을이미자 통합 BI가 개발돼 있다.

이 마을은 주민들간의 '결속강화'에 힘입어 앞으로 '하면된다'는 사기가 충천해 있다. 무엇보다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자신감을 갖도록 한 든든한 힘이 된 것이다.

이들이 잡는 마을 컨셉은 간단했다. '박꽃같이 소박한 꿈이 영그는 볏가리마을'.

"한마디로 도시민들은 촌티나는 농촌을 찾고 보러 오고 있을 겁니다. 마을경관을 더욱 농촌답게 만드는데 더욱 주력하는 것, 그게 바로 한국 농촌이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 끝없이 펼쳐진 굴밭
   
 
 
▲ 굴밭체험 현장을 가르치는 손영철 사무장
▲ 3년 연속 수상했다.
   
 
 
▲ 솟대
   
 
 
   
 
 
▲ 체험객이 세운 솟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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