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사진작가 김수남을 기리다…7~20일 김수남 기념사업회 주관 추모공연과 유작전'

▲ 황해도 내림굿, 일월성신을 모신 후 무아경에서 춤을 추는 새 만신. 서울 석관동, 1981. 김수남작
세계 오지를 넘나들며 다큐 현장의 모습을 담았던 제주의 풍운아 사진작가 김수남(1949~2006)이 세상을 뜬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2월 태국의 치앙라이에서 소수민족 리수족의 신년축제를 찍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손 쓸 새도 없이 떠났던 그는 "다큐멘터리 작가는 현장에서 죽어야 한다"는 평소 말처럼 그렇게 떠났다.

국내 대표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수남의 1주기를 추모하는 공연과 유작전이 오는 7~20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지하1~지상 2층에서 열린다 (02-736-1020).

그와 돈독하게 지냈던 학계, 문화계 인사들로 이뤄진 김수남기념사업회(이사장 김인회ㆍ전 연세대 교수)가 마련한 유작전에는 민속학자 임돈희 황루시,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출판인 김형윤, 사진작가 배병우 등 30명이 뜻을 모았다.

특히 한국 전역을 돌며 굿판의 생생한 현장을 낱낱히 기록해 한국 무속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던 그는 '굿'을 제일 잘 찍은 사진작가로 기억돼 있다.

▲ 제주한림 출신 故 김수남 사진작가
경제논리로 인한 개발광풍과 함께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전근대적인 미신으로 몰려 사라져가던 무속 현장을 앵글에 담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끌어올린 그는 83년부터 93년까지 10년에 걸쳐 20권 짜리 전집으로 펴낸 사진집 <한국의 굿>으로 엮어냈다.

인류학, 민속학, 국문학, 종교학, 문학 등 여러 분야 학자들과의 공동작업 끝에 나온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남긴 사진은 무려 16만 컷. 1990년부터 아시아의 오지로 향한 그의 앵글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스리랑카, 중국 남부와 인도 북부까지 돌며 소수민족의 사라져가는 문화와 굿, 무당들을 담아냈다.

1949년 제주 한림에서 출생한 그는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해 월간 세대, 동아일보사 사진부를 지냈으며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굿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해 사진집 '한국의 굿' 전 20권의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 제주도 무혼굿, 망자의 넋을 건지는 심방. 죽은 이가 생전에 입었던 옷 혹은 짚으로 초메장(시체 만 드는 일)한 것을 등에 지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망자가 죽은 대서양을 향해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三魂) 부른다.제주도 북제주군 고산리,1981. 김수남 작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인 한국의 굿과 예인들, 아시아의 굿 사진을 중심으로 10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태국의 현장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찍었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공연 명칭은 '김수남을 위한 오구, 사진 밖으로 나온 예인들'. 고인이 생전에 자주 촬영하고 교분을 맺었던 큰 무당과 춤꾼들이 직접 넋굿과 공연을 펼친다.

유작전 '사진 굿 魂'은 전통예술 기록과 사진예술 양쪽에서 대표적인 고인의 작품을 골라 보여준다.

한편 기념사업회는 5일 고인의 홈페이지(www.kimsoonam.com)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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