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어린이도서관 '책속에 풍덩 오감에 풍덩' 어린이책잔치

태풍의 영향으로 잔뜩 흐린 날씨에 더위가 온몸을 엄습하는 오후. 또 다른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는 곳이 있다.

3일 오후 제주시 탑동해변공연장 전시실 안은 책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로 바깥 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관장 임기수)이 마련한 '책속에 풍덩 오감에 풍덩' 어린이 책잔치.

이번 책잔치는 선별된 아동도서의 전시와 함께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책들의 나들이였다.

태엽이와 태반이, 두 아들과 함께 온 양정금씨(제주시 삼도1동)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즐겁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양씨는 "단순한 도서전시형태가 아니라 오브제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여서 뜻 깊은 것 같다"며 "우리 주위의 폐품이나 소품을 이용한 오브제 작품들을 보며 집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책의 모습들.
책을 자주 읽어주고 엄마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는 양정금씨.

엄마의 영향으로 양씨의 큰아들 태엽이는 책을 아주 좋아한단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흥미를 유발해 줄 수 있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으로 독서를 유도하는 것도 좋다는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 엄마와 함께 책나들이에 나선 수연이, 민성이.
수연이(8)는 동생 민성이(5)와 엄마 김혜선씨(제주시 노형동)와 함께 이번 책 나들이를 찾았다.

얌전하게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수연이 엄마 김혜선씨는 "제주에서는 아이들이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가 많이 부족한데 오늘 이런 행사가 있어서 즐겁다"며 "아직 한글을 못 깨우친 작은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 편"이라고.

이날 책잔치에는 타카도노 호오코의 그림책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의 내용들을 전시해 아이들의 깜찍 발랄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정형화된 사각형의 책꽂이를 탈피한 로봇 모양의 책꽂이에는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이 선별한 아동도서가 가득 꽂혀있다.

목욕하는 책, 변기에서 응가하는 책 등 평소 접할 수 없는 모습을 한 책들을 보며 아이들은 연신 감탄한다.

▲ 타카도노 호오코의 그림책 「내 머리가 길게 자란다면」의 내용들.
꼬마 과학자, 사자왕, 설문대 할망, 학교 가는 길, 초록별에서 온 왕자, 빨래판 거인, 내친구 윤아, 노래하는 내동생 등 모두 8개의 오브제 작품을 전시하고 각 작품들마다에 낱말카드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직접 만져보고 소리도 들어보며 작품을 한껏 감상한 후 마음에 드는 단어가 적혀있는 낱말카드를 고른다. 자신이 고른 5~7개의 낱말을 가지고 연상되는 것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또 다른 오브제 작품을 만든다.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현장에서 전시하니까 아이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책 속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이는 임기수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 자신이 고른 낱말에 맞는 그림이나 글을 표현해 만든 작품을 빨래를 널듯이 전시하고 있다.

임 관장은 "아이들에게 닫힌 공간에서의 전시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와서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얘기하며 "아이들에게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체험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 오브제 작품 '초록별에서 온 왕자'의 스프링 팔을 신기한듯 만져보는 윤아.
전시를 위해 설문대어린이도서관 회원들은 2개월 전부터 봉개동 쓰레기매립장에서 주워온 폐품들을 선별해 오브제 작품을 만들었다.

도서관 후원회원인 이현미씨(제주중 교사)는 "아이들이 선별된 도서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행사를 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책과 더 가까워지고 또 폐품 등을 이용한 오브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재활용의 개념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잔치는 내일(4일)까지 계속되며 설문대어린이도서관에서는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종의 '아나바다' 형태의 '어린이 소망시장'을 개최한다.

문의=설문대어린이도서관 749-0070.

 

▲ 이날 전시된 오브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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