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묵타르 시인 "우리를 해치려는 한국군과의 싸움을 우리는 두려워한다"

"아시아의 역사는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여전히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국주의 침탈, 전쟁, 종교간·지역간·계층간 분쟁, 독재 정치의 횡포는 끝나지 않았다.
아시아 민중들은 학살당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지배받고 길들여지며, 열등 종족으로 영원히 서구를 추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땅에서 버림받고 자원과 노동을 착취당하는 노예의 삶을 우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우리 아시아 작가들은 오직 하나의 염원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미래는 달라야만 한다. 인류의 모든 탐욕과 갈등의 대사를 대신 치르는, 아시아의 그릇된 운명을 우리는 이제 거부한다"(사랑과 정의, 평화 연대를 위한 아시아작가 평화선언 中/제1회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 참가자 일동)

이스라엘과 그 뒤에 숨어 있는 미국에게 끊임없이 탄압받는 팔레스타인, 미국으로부터 침공 당해 미국의 점령 하에 있는 이라크, 그리고 50여년전 미 군정 하에 수만명의 인명이 학살당했던 제주4.3. 이들의 공통점은 아시아라는 지리적 동질성과 함께 모두 제국주의 미국의 침략과 수탈, 그리고 학살을 당했다는 데 있다.

그 고난의 역사인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그리고 제주4.3의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난의 문학을 이야기 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 염무웅)가 주최하고 제주작가회의(회장 김광렬)이 주관한 제1회 아시아 청년워크숍이 '고통의 기억과 문학의 연대'란 주제로 3일 제주민예총 강당에서 열렸다.

▲ 워크숍에 참석한 팔레스타인 모하메드 시인과 이라크 묵타르 시인.
특히 이 자리에는 이라크 문인협회장인 하미드 알 묵타르 시인(48·본명 하미드 무사)과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54)가 참여해 '미국'과 '고난'에 대한 문학인의 연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묵타르 시인이 고 김선일씨를 위해 쓴 시 '故 김선일에게 보내는 편지'와 모하메드 시인의 '재갈', 그리고 제주민예총 회장인 김수열 시인의 '시여, 차라리 죽어버려라'가 낭독돼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고통의 문학을 공유하기도 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이 있는 사카키니 문화센터 운영위원인 모하메드 시인은 자신의 인생이란 "마치 두 개의 전쟁 사이에 끼어 있는 고요한 순간들인 것 같다"면서 1982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전쟁의 경험을 소개했다.

▲ 팔레스타인 모하메드 시인
"나는 그 시절에 대해 전혀 시를 쓰지 못했습니다. 나는 도시가 하루에 무려 23만 발의 폭탄 세례를 받고 초토화된 5월4일을 기억합니다. 포격이 멈췄을 때, 나는 방공호를 빠져 나오면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죽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시절에 대해 쓰지 못했습니다. 전쟁은 글을 창작해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전쟁에 대해 쓸 만큼 평화로운 여유를 전혀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하나의 전쟁은 나를 다른 전쟁으로 데리고 갑니다. 만일 내가 전쟁을 따라잡으려면 전쟁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나는 내가 또 다른 전쟁의 와중에 있는 동안에는 전쟁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일상화된 전쟁의 포화 속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문학인의 한계를 실토했다.

모하메드 시인은 자신과 시는 '갈등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전쟁의 와중에) 시가 무엇을 할 수가 있나"라면서 "나는 시가 뭐를 할 수 있는가를 믿지 않는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시를 써서 뭐하겠느냐고…"라고 말한 후 "이제는 전쟁을 시로 쓰고 싶지 않다. 전쟁을 노래하고 싶지 않다. 장미와 토마토를 노래하고 싶다"며 평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기원했다.
 
모하메드 시인의 고민은 이날 제주민예총 회장인 김수열 시인의 발표한 '시여, 차라리 죽어버려라'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한 끼니 밥도 되지 못하는 네가
한 방울의 물도 되지 못하고
한 방울의 피는 더욱 될 수 없는 네가
하물며 저 절절할 죽음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Your life is important.
My life is important, too.
Really, I don't want to die, please!'

꽃다운 젊음 하나 지키지 못하는 조국에서
더 많은 젊음을 총알받이로 보내야 하는 조국에서
너를 부여안고 눈물 흘린다 한들
풀 한 포기 키워내겠느냐
꽃 한 송이 피어나겠느냐

그러니, 시여
차라리 죽어버려라"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탄'에 비유했다.

▲ 이라크 문인협회장 묵타르 시인
모하메드 시인은 "미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변화되기를 바란다. 미국이 미치면 전 세계가 미쳐 버린다. 김선일씨가 죽은 것도 우리의 잘못이 아닌 미국의 잘못이다. 부시가 아닌 다른 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사담 후세인이 물러나고 나서 우리는 더 악한 것을 받아들였다"

묵타르 시인은 "사담 후세인 때문에 슬픈 일도 있었고 우리들은 슬퍼했다. 후세인이 없어지고 난 후에 미국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사탄'과 같은 존재였다. 후세인이 끝나고 이라크 사람들은 미국이 떠나기를 정말로 바라고 있다. 이라크인은 현재 미국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출했다.


모하메드 시인은 문학의 힘에 대해서 "아시아 작가들이 힘을 모을 때 미국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혼자서 할 일은 많지 않다. 작가들끼리 힘을 합쳐서 힘을 키워야 한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연대해야 한다.  아시아 작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미국 사람들은 이라크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이라크에) 간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사담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다. 미군은 결코 자유의 군대가 아니다. 우리가 뭉치면 그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묵타르 시인은 한국군이 이라크에 와서는 절대 안되다는 점을 역설했다.

묵타르 시인은 "한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라크와 한국, 팔레스타인과 한국, 아랍권과 한국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빠지고 있다. 왜 파병하려는 지 모르겠다"며 이라크와 아랍권에 일고 있는 반한 감정이 군 파병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라크인은 자기 나라에 해를 끼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군대가 이라크에 주둔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들을 해치고 또 한국군과 싸우는 것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다. 파병을 더 이상 원하지 않고 오더라도 미국의 깃발아래 오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UN이나 우리 스스로가 선출한 정부가 요구했을 때 온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점령군 미군의 깃발아래 오는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했다.

▲ 최상돈 민중가수가 김선일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곡 '목소리'를 부르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최상돈 민중가수가 최선일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추모곡 '목소리'를 불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감동을 이끌어 냈다.

"천리만리 타향에 나의 죽음 외롭다.
나도 살고 싶어라 내 목소리 들어라.떠나라
이 땅에서 피의 나라 이라크에서 오지 마라
형제여 보내지 마세요 어머니

가고파도 못 가는 이국만리 영혼아
전쟁이 없는 세상 다시 살아 만나자
가거라 너희들 돌아 가라 아메리카여
다시 오지 말아라 다시는 영원히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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