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천 정비현장에서..."자연을 훼손하면 법에 의해 처벌받습니다/제주시장"

▲ 제주도가 제주4.3연구소와 함께 유적지 보존작업을 벌이고 있는 화북 곤을동. 하얀선으로 그린 다리형태를 지나는 건천이 바로 화북천 정비공사 현장이다.
김영훈 시장님, 안녕하신지요.

시장님으로 취임하신지도 반년이 지나 벌써 8개월째에 접어들고 계십니다.

제주시는 물론 옛 북제주군 지역까지 관할 하시느라 분주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바로 엇그제까지 보름동안이나 26개 일선 읍·면·동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특별자치도 원년을 맞이하여,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시는 시장님의 모습 보기 좋네요.  건강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시장님, 그런데 하나 여쭙고자 합니다.

혹시 화북동을 방문하실 때, 화북천 정비 공사 현장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화북 비석거리 바로 인근이며, 공사 도중 4.3유해가 발견된 곤을동 초입 인근 지역입니다.

며칠 전 우연히 이 곳을 지나다가 화북천 공사현장을 보게 됐습니다.

수해예방과 복구를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화북천의 '하천정비' 사업은 그야말로 환경.생태와는 거리가 먼 '하천파괴' 사업이었습니다.

그동안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문제점은 언론과 환경단체에 의해 수다하게 지적돼 왔으며, 이럴때 마다 행정 당국은 '자연형 하천'을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화북천 공사 현장을 본 저의 느낌은, 하천의 심부까지 갈갈이 긁어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 공사현장을 뒤로하여 다음과 같은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자연을 훼손하면 법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제주시장 명의 안내판이 무색하게 바로 뒤편에서는 포크레인을 동원 하천파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도면 하천정비가 아니라 하천의 속살 아니 하천의 심부까지 긁어내는 하천파괴 공사다
주의의 말씀 ..."자연을 훼손하거나 무단점용할 때는 법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됩니다"... 제주시장

제가 보기론, 아니 삼척동자가 보아도 이것은 명백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시장님 명의의 안내판에 따르면 이 공사를 시행하고 있는 당사자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문제는 이 공사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아마도 행정기관이겠지요. (저로서는  '도'인지 '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안내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누가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마음같아서는 정말 그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하고 싶네요)

▲ 제주도는 지난 5월 4.3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한 긴급구제발굴팀을 통해 4.3 유해발굴을 했다.
그동안 역대 시장님들은 제주시의 비전으로 평화도시와 함께 '생태도시'를 천명해 왔습니다.

시장님께서도 2007년 시정방향의 하나로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생태환경 도시 실현"을 내세우고 계시더군요.(홈페이지에서 보니)

물론 저는 하천정비 책임이 시장님께 있다고 따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굳이 따진다면 도차원의 정책이 문제겠지요).

이 인근 곤을동 지역이 발굴되고 4.3유적으로 지정 보호되면서, 이곳은 제주시 지역의  대표적 역사유적의 하나로 앞으로 많은 역사.평화 여행객들이 찾을 것입니다. 비석거리는 물론 환해장성도 인근에 있기 때문이지요.

안내판 바로 옆에는 회북비석거리를 소개하는 문화재해설판이 있고 바로 그 옆을 공사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꼭 공사차량 출입도 문화재 옆으로 다녀야 하는지 궁금하다. 자칫 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
그런데 그 초입 하천이 이렇게 속살이 파헤쳐진 체, 아니 속살 정도가 아니라 속뼈까지 긁어버린 형상으로 마중한다면, 생태도시 제주의 이미지는 어떻게 될 까요, 아마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화북천 외에도 도내 곳곳에 이런 하천파괴 사업이 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덧붙여, 환경이 외치는 소리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추호도 시장님의 환경마인드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시작된 것 어쩔 수 없다면 더이상의 하천파괴만이라도 막아주시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연초부터 힘들고 바쁜 일정이실텐데 이런 서신을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네요.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시장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사족)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안내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파내시던지 내용을 바꾸시던지 하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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