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제이유의 덫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제이유의 덫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가족도 제이유의 피해자다

갑자기 둘째 형님이 뇌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뇌종양이라고 한다. 한 달 전 까지도 건강해 보였는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고 몇 년간 형님이 살아 온 길을 생각해 보았다.

형님은 제이유의 피해자다. 사소한 피해가 아닌 전 재산을 내 놓은 피해자다. 물론 그 일을 시작할 즈음에 형님은 자신감이 넘쳤다. 가족들은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은근히 형님의 성공을 기대했다. 안방에 10억이라는 글을 크게 써서 붙여 놓을 만큼 열정과 확신이 대단했다.

그게 다단계의 덫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아니 알고 있다해도 이 정도까지 큰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 말린다고 말렸지만 적극적이지도 못했고 이미 형님은 제이유의 덫에 걸린 뒤여서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설마걸마했던 제이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아직도 그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지만 피해자수가 어마어마한 만큼 액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형님은 이 사건이 공중파를 통해서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하는 가족들을 비웃으며 설득하려 했다.  그런 형님에게 더더욱 절망을 주고 싶지 않은 가족들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내색조차 못했다. 이후 형님은 야위어갔다. 몇 달 사이에 체중이 십킬로 이상 빠지는 모습이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형님은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했다고 뻔한 변명을 했다. 그 속을 아는 가족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형님에게 더 이상 큰 피해가 없기를 기도 할 뿐이었다. 더 이상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고 빚 독촉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힘없는 서민에 불과한 가족들은 방법이 없었다.

자존심이 강한 형님은 피해액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속시원히 털어 놓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 피가 말라가고 있었다. 마당 한 구석에 수당으로 받은 물건들은 쌓여 있지만 이런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돈도 안되거니와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리는 것도 골치거리가 된다는 것을 소문을 통해 들었다.

1%의 희망으로 병원에 가기전까지도 제이유 사무실에 꼬박꼬박 출근을 하던 형님이다. 전답을 날리고 심지어 살고 있는 집까지 내 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왜 아니 그렇겠느가. 비밀아닌 비밀을 혼자서 감추고 해결해 보려 애쓰다 낳은 결과가 '뇌종양'이라는 진단이다.

수술은 잘 됐다고 한다. 결과는 며칠을 기다려 보아야 나온다고 하니 조마조마하다. 무능한 남편을 만나 세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면서 얼마나 억척을 부렸는지 보지 않아도 다 아는 나는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난감하다. 노후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제이유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다.

어리석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고 이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건강까지 잃게 되었으니 그 심정을 누가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 가족들 모두 조심스러워 하고 있으면서도 종합적인 부작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제주도가 제이유 피해가 제일 크다고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살아 온 순수한 섬사람들의 특성을 제이유는 기발하게 이용해 먹은 셈이다. 권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서민들의 투자한 돈으로 거액의 수당을  당당히 챙겨갔다. 

그리고 그 피해의 몫은 모두 서민들이 차지다. 알고보니 제이유의 피해는 남이 일이 아니다. 알게모르게 감당하지 못해서 생명을 끊는 사람도 있고 형님처럼 사는게 사는게 같지 않은 최후를 맞는 사람도 적지 않다. 조그마한 섬에서 일어난 전쟁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제이유의 불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원폭의 힘처럼 그 휴유증으로 남은 삶을 시름시름 앓을 사람들이 많은 줄 안다.

이제라도 누군가 힘을 써 주었으면 한다. 파혜치고 적당히 처벌을 내리는 데에서만 그치지 말기를 바란다.  억울한 사람들의 입장을 손톱만큼이라도 이해한다면  말이다. 형님의 건강한 모습을 위해 기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사노라면 2007-02-11 19:11:32
정말 안타깝군요
힘과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간직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2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