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하루만에 케이블카 관련 입장 삭제

이틀 후로 예정된 케이블카 관련 공청회를 앞두고 환경부가 조변석개 식으로 입장을 빠꿔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8일 열릴 공청회에서 자연공원내 케이블카 설치여부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공청회에 참여할 지정토론자들에게 이와 관련한 주제발표문을 발송했다.

이 발표문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작년 8월에 발표한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보다도 후퇴한  케이블카 정책이 실려 있었다. 이에 따라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자치단체들의 로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마져 제기됐다.

또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결과를 마치 국민들 대부분이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시키는가 하면, 공청회 지정 토론자들조차 케이블카 찬성론자들로 다수 구성해 환경부가 앞장서서 자연공원내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가 당초 공청회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자연공원내 삭도설치 검토(안)'에 따르면, 1년 전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식물생태 측면'에서 ▲녹지자연도 8~9등급 이상 지역으로 식물상이 우수한 경우 ▲생태자연도 1등급 이상 지역 ▲천연습지, 고산대, 원생지, 극상림지역 ▲보전가치가 높은 식생 서식지인 경우 케이블카 설치 불가지역으로 제시했었던 데 반해, 환경부는 이중 '고산대'를 불가지역에서 아예 삭제했다.

환경부는 또한 "녹지자연도 8~9등급 이상, 생태자연도 1등급 이상 지역으로 식물상이 우수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100×100m의 현지 정밀 조사결과 등급 미만이거나, 원자연으로 복원이 가능한 수준의 미미한 개발이라면 입지선정이 가능"하도록 해 케이블카 설치 가능성을 열어줬다.

또 KEI는 지형·지질 측면에서 한라산(윗세오름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고산지대의 양호한 식생지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케이블카 불가지역으로 지정했으나, 환경부는 이 역시 없애 버렸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타당성 조사'를 공원관리청이 맡도록 한 KEI의 규정도 삭제한 후, 케이블카 설치 사업자가 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해 사실상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자치단체와 사업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환경부는 여기에다 환경부 홈페이지에 '자연공원내 삭도설치 허용여부' 등 9개 항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마치 국민여론조사 결과인 것처럼 발표해 환경 단체들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사이버 여론조사에는 5월20일부터 6월19일까지 30일간 16개 시도에서 2640명이 참석했는데 97%가 케이블카에 '찬성'하고 반대한 참여자는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지리산 케이블카와 관련이 있는 전남·광주지역이 1808명(68.5%), 설악산 케이블카와 이해관계가 있는 강원지역에서 326명(12.3%)가 참여하는 등 전남·광주지역과 강원지역에서 80.8%가 참여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왜곡시킨 게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환경부는 또 8일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사회자를 포함한 8명의 지정 토론자 중 2명만 반대토론자(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오구균 호남대 교수)로 지정해 사실상 이날 공청회를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을 확보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KEI가 최종용역보고서를 마련하면서 가진 공청회에서도 토론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환경부는 자신들이 발표한 이 같은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자, 6일 오후 "당초 환경부 안으로 제시된 안은 환경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안일 뿐"이라면서 관련부분을  '일괄 삭제'한 내용을 토론자들에게 재발송해 또 한번 빈축을 샀다.

한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녹색연합 등 전국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환경부가 당초 자신들이 내 놓은 안이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며 삭제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삭제한 내용을 갖고 공청회를 한다면 이는 지난해 8월 공청회 내용과 마찬가지가 아니냐"면서 공청회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공청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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