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연대, 친환경 급식 이색 제안…"내년부터 한 끼니는 우리 쌀로"

친환경 학교급식조례 중 '우리농산물'이란 표현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친환경 급식연대가 6일 김태환 지사를 방문해 친환경급식 조례 '재의결' 여부에 상관 없이 내년도 예산에 친환경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비를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단순히 예산을 반영해 주도록 요구한 게 아니라 친환경급식이 우리농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과 제주의 '친환경 감귤'을 상대지역 식단에 올려 놓은 방안을 제의해 주목을 끌고 있다.

친환경조례 대표 청구자인 고병수 신부와 이석문 전교조 제주지부장, 이태권 전농제주도연맹 의장, 백경호 흙살림 제주도지부장, 김미랑 여농 제주도연합회장, 강봉균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등 급식연대 집행부 인사들은 이날 오후5시 김태환 지사와 면담을 갖고 친환경 급식 실행에 대한 김 지사의 적극적인 의지를 주문했다.

백경호 흙살림 지부장은 "김태환 지사는 제주시장 재임시절부터 친환경급식과 친환경농업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급식연대 또한 친환경 조례를 제정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한다는 것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을 뛰어넘어 친환경 우리농산물을 살리는 실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친환경 급식 제공의 필요성이 강조했다.

백 지부장은 "급식연대의 내년 목표는 농약을 살포하지 않은 무공해 쌀로 만든 식사를 하루 한끼 학생들에게 먹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도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 백경호 지부장이 친환경 급식의 필요성을 김 지사에게 설명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에게는 점심식사로 제공되는 쌀은 정부미로 학무모들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고 무공해 쌀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해 32억원(유아원부터 초·중·고교생 전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석문 전교조 지부장은 김 지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석문 지부장은 "급식연대의 목표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농업을 부강하게, 제주를 청정하게'에 있다"고 말을 꺼낸 후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을 우리 학생들에게 공급하고 거꾸로 우리는 농약을 뿌리지 않은 감귤을 비롯해 친환경 농산물을 경기도에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며 친환경 급식 제공과 함께 제주의 친환경 농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구상을 제시했다.

즉 제주도는 경기도 농민이 생산한 친환경 쌀을 학생들의 식단에 올리고, 제주에서는 친환경 감귤을 학생들에게 공급하자는 제주-경기도 농민 서로에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자는 것이다.

이석문 지부장은 "제주도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양 지역 농산물 교류와 제주지역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은 시민사회단체가 책임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지부장은 이와 함께 "제주도가 32억원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시·군을 물론 교육청도 함께 분담을 한다면 그렇게 큰 부담은 안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정부의 지원도 받아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예산 확보방안도 설명했다.

고병수 신부는 "제주도의 현안이 감귤 살리기인 상황에서 친환경 감귤을 생산해 낸다는 것은 생산자들에게 고품질 감귤을 생산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는 동시에 감귤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득했다.

고 신부는 이어 "성당에서 여러 가지 서명을 받기도 하지만 이념적 사안에 따라 서명을 하는 신도도 있고 참여하지 않는 신도들도 있으나 이번 친환경조례 제정 서명만큼은 젊은이에서부터 나이 드신 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들이 동참해 줬다"면서 "이는 우리 학생들에게 친환경 급식을 제공하고, 우리농업을 살리자는데 모든 분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태환 지사의 적극적인 이해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태환 지사는 "제주시장시절 재임시 4000만원의 예산을 친환경 급식에 배정했으며, 지난 6.15 재선거때는 친환경 농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친환경급식과 친환경 농업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밝힌 후 "친환경 농업만이 제주농업을 살리면서 차별화 시키는 길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급식연대 관계자들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김 지사는 또 제주와 경기도 친환경 농산물을 교류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는 "감귤을 포함해 친환경 농산물을 어느 한 시기는 몰라도 연중으로 생산해 공급할 수 있겠느냐"며 "제주시장으로 있을 때 호텔에 우리농산물을 공급하도록 했으나 결국은 공급이 안된 경험이 있다"면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이어 "32억원이라는 예산이 결코 적은 예산은 아니"라고 전제한 후 "예산 부담도 있기 때문에 우선 시·군교육청 별로 나누든지, 아니면 초·중·고교 별로 나눠 시범운영을 한 후 점차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의지를 보였다.

김 지사는 "아직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려면 2~2개월이 남은 만큼 오늘 당장 이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실무차원에서 충분한 검토와 도교육청과의 협의도 필요한 만큼 다음달(8월) 중으로 다시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해 이날 모임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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