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제와 삶의 여유

주 5일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양대 노총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걸 보면 껍데기만 남을 우려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어쨌든 역사의 진전이다. 정작 그랬어야 한다. 사람 사는 목적이 뭔가? 인간답게 살자는 것 아닌가? 노동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노동이어야 한다. 물론 50∼60대 어르신들의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젊은 날 쏟았던 노고에 대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염려 놓으시고 삶의 여유를 가져주었음 좋겠다. 그래서 기업의 '돈'논리에 영혼을 팔지는 않았음 좋겠다.

주 5일제와 삶의 여유, 그건 토요일엔 그저 푹 쉬든지, 자기 개발 혹은 가족과 함께 하며 살라는 말이다. 더 줄여 말하면 스트레스로부터 하루라도 더 벗어나 있으라는 의미다. 그런 까닭에 토요일엔 신문도 보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건 쇼다!

그러나 어쩌랴, 괜히 신문을 들었다가 삶의 여유를 빼앗겨 버렸다. 2003년 8월 23일자 대부분의 지방지에는 북제주군 관광산업발전위원회(위원장 허향진)가 관광개발사업장을 방문한 기사가 실려있다. 방문한 그 위원회에선 '친환경적' 사업 추진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친환경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라.' 타이틀만 보고 본문을 읽지 않고 지나갔다면 좋았을 것을, 쓸데없이 본문까지 읽어 내려갔다가 그만 짜증이 나고 말았다.

이미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견되어 사업자가 사업권을 반납까지 했던 한라산리조트 조성 사업지를 방문하곤, 그 자리에서 친환경적 사업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자동차 경주장 대신 친환경적 동물원의 면적을 확대, 세계적 수준의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아찔했다. 이게 친환경적이란 말인가?

한라산 리조트 예정지가 어떤 곳인가? 조천읍 중산간 지역에 있는 곶자왈 지대로 대부분 면적이 지하수 보전 2등급 지역이며, 녹지 자연도 역시 7등급으로 환경부 기준에 따르면 원형보전이 필요한 곳이다. 때문에 사업자 측에서도 개발권을 반납했던 게 아닌가?

굉음을 자아내는 자동차 경주장은 애당초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동물원 역시 웃기는 일이다. 친환경적이라면 동물은 그들이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본래의 환경에서 살도록 놓아 두어야 한다. 풍토도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잡아다가 혹사시키는 것, 그게 친환경인가? 어차피 그들의 사육 시설을 만들려면 현재의 곶자왈을 상당 부분 밀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 부대 시설로 들어설 진입로, 주차장, 매점 등은 어디 허공에 지을 건가? 친환경적으로?

게다가 세계적 수준의 동물원이라니? 서귀포의 애물단지 월드컵 경기장의 교훈을 아직도 모르는가? 세계적 수준의 동물원을 만들었을 경우, 수지 타산이 맞겠는가? 누가 서울대공원의 동물들 대신에 비행기 값까지 들여가며 제주에 와서 그 비싼 동물들을 감상하겠는가?

이건 쇼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개발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해가기 위해 만든 들러리일 뿐이다. 그럼 속내는 뭔가? 뻔하다. 이어지는 기사를 보자. 위원들은 블랙스톤리조트 사업지까지도 방문했던 모양이다. 여기도 환경적으로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지역이다. 대부분이 지하수 보존 2등급, 녹지 자연도 7등급이다. 최소한의 환경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별법'을 내세우며 이런 무지막지한 사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적 골프장'과 '선량한 살인범'?

그런데 위원회에서는 이곳에서도 역시 "환경보전 문제로 제시되었던 부분 등을 적극 보완 조정하는 등 친환경적 골프장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바로 이거다. 골프장이다. 그런데 뭐 '친환경적 골프장'?

이건 형용 모순이다. 골프장이 어떻게 친환경적일 수 있는가? '선량한 살인범', 이런 표현도 말이 되나? 골프장 건설을 위해 원시림을 밀어내는 것 그 자체가 반환경적인 만행 아닌가? 그 위에 깔린 녹색 잔디가 친환경이라고? 에라이, 이 양반들은 똥과 된장도 구별할 줄 모르나? 숱하게 뿌려대는 농약과 엄청나게 뽑아 올리는 지하수에는 눈길을 외면하고 그저 '저 푸른 초원'만 있으면 '친환경'이 되는 건가? 그 속에서 '님과 함께' "나이스 샷"이나 외치면 그게 친환경인가?

"독수리 5형제, 그거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유행가 가사에 '사랑'이 남용되는 건 촌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정겹다. 그러나 돈 욕심에 눈이 벌건 사람들에 의해 '환경'이란 단어가 남발되는 건 아무래도 구역질 난다.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5형제,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녹색 감수성이 돈 욕심보다 큰 사람이라야 맡을 수 있는 배역이다.
정말,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요즘 욕본다.

사람들아, 제발 솔직들 해 져라. 그리곤 노골적으로 말해라. 돈 좀 벌기 위해 환경 좀 해치자고. 그대도 안 잡아간다. 당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그 잘난 '특별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걸로 밀어 부치면 되는 거 아닌가. 뭐가 그리도 구려서 되도 않게 '친환경'을 갖다 붙이는가. 아님, 국어사전을 이 참에 확 바꿔 버리든지. 위원회에는 그 잘난 학자들도 많으니 한 번 해볼 만 한 일 아닌가.
<이영권의 직설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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