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지사 사건] 강경한 검찰 의지에 맞서 김 지사측 거물급 변호인단 구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태환 지사에 대한 사법부의 첫 공판이 시작되면서 제주도청 공무원은 물론 지방정가를 포함한 도민사회의 눈과 귀가 제주지법으로 쏠리고 있다.

이미 신구범·우근민 전직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부에 의해 '지사직과 공민권 박탈'로 단죄된 데 이어 그 뒤를 이은 김태환 지사마저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됨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재판부의 판단 일거수 일투족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처음으로 열린 이날 첫 공판은 변호인단의 심리기일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져 재판시작 5분만에 종료되는 다소 싱거운 공판이었으나 향후 전개될 재판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대목이 포착됐다.

검찰 수사기록서 재판당일까지 왜 제출하지 않았나?

우선 검찰의 수사기록서가 재판이 열리는 이날까지 변호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포함한 수사기록서는 변호인측의 요청에 의해 재판이 열리기 수일 전에 변호인측에게 전달되는 게 재판절차상 관행이다.

하지만 김 지사 수사기록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김 지사측 변호를 맡은 전호종 변호사도 "재판이 열리는 날까지 수사기록서가 제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담당 재판부가 변호인측의 심리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왜 수시기록서가 제출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첫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검찰의 신문방향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취재기자로서는 당연한 일.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에 철저한 '함구령'을 내렸다. 자칫 자신들의 신문 방향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염려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당연히 사전에 제출해야 할 수사기록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차원에서 해석된다.

검찰, 현대텔콘 로비의혹·대납의혹 연장선상서 '직권남용' 사건 바라 봐

일차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행정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비록 사전 수사과정에서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현대텔콘의 김태환 지사에 대한 로비 의혹, 2억2700만원의 폐수처리 원인자부담금 대납 문제에 대해 여전히 '의혹' 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 지사의 직권남용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의 분위기는 이외로 '강경'하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기 않기 위한 일종의 '신경전'으로도 해석된다.

검찰측은 "이 같은 사건도 유죄가 안되면 어떤 게 유죄가 되느냐"며 유죄를 확신했다.

김태환 변호인단, 법무차관·재판장 동기·전직 제주지법판사 총출동

반면 김태환 지사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김태환 지사의 변호인단은 호화군단으로 짜여져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한 김 지사측의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두 변호사만 출석했으나 전체 변호인단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 변호인은 사시 12회 출신인 한부환 변호사로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전고검장, 법무부 차관,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정통 검찰출신의 거물급이다.

김 지사는 또 한국의 대표적인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의 권오창·최정수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포함시켰다. 이중 권오창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전담하는 제주지법 김인겸 수석부장판사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사시 동기이자 서울고등법원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도 갖고 있다. 권 변호사는 지난 1996년부터 3년간 제주지방법원 판사로도 재직했었다.

또 제주에서는 전호종 변호사가 합류했다. 전 변호사는 제주지법 판사로 재직하다 지난 2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날 법원에서 만난 변호인단도 검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김 지사의 '무죄'를 확신했다.

내달 8일 2차 공판에서 사건의 핵심인물 김성현 부시장 증인출석 여부 관심

권오창 변호사는 "김 지사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변호인단은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달 8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당시 제주시 상하수도사업소장이었던 김성현 현 서귀포부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김 부시장의 진술을 토대로 김 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을 만큼 이번 사건에서 김 부시장의 진술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달 8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는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중심으로 놓고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찰측과 무죄를 이끌어 내려는 변호인측의 일전불퇴의 법정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김태환 지사가 법정에 선 7일은 공교롭게도 김 지사가 제주도지사로 취임한지 정확히 '한달'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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