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천 원광대 교수의 '서예치료의 가능성 모색' 강연회 열려

각종 치료학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국내·외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종전에 치료학과 무관하다고 여겨졌던 분야들까지도 치료에 동원되고 있는 추세이다.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이용언)은 서예를 치료의 차원으로 접근해 보는 '서예치료의 가능성 모색'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마련했다.

8일 오후 3시에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다목적실에서 서예치료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김수천 교수(원광대 서예학부)의 강연이 진행됐다.

김수천 교수는 1987년에 대만에서 서예심리치료에 관한 연구로 유명했던 홍콩대학의 고상인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서예치료학에 첫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서예치료는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치료에 비해 그 역사가 짧아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1년에야 한국서예치료학회가 발족돼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 김수천 원광대 서예학부 교수.
김수천 교수는 "서예를 하면 막연하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서예가 구체적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떻게 좋은 지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서예치료는 한의학적으로 예방의학으로서 마음의 평형을 유지해주고, 재활의학적으로는 능동적 자기치료를 가능하게 해 다른 예술치료와 차별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집필법과 완법, 몰입, 명구, 서예호흡 등 4가지 부문을 통해 서예가 심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손가락 자극으로 장기 기능 조절해 주는 집필법, 단전에 힘이 생기는 완법

김 교수는 "붓을 잡는 것 자체가 손 운동인데 손 운동은 신체운동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서예의 집필법이 건강에 미치는 효능에 대해 설명했다.

수지침에서는 손을 오장육부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고 보고 각 손가락에 자극을 줌으로써 인간의 장기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같은 맥락으로 서예의 오지법을 통해 손가락이 자극됨으로 간·심장·비장·췌장·두뇌·호흡기·폐·신장·자궁이 건강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서예의 완법이란 팔꿈치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태극권의 침견수주(어깨와 팔꿈치를 처지게 함)와 유사한데 이는 단전에 힘이 생기게 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몰입의 효능

'서예를 할 때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정신의 몰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초심자들의 경우는 서예를 통한 100% 몰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동양에서는 예부터 참선과 명상 등의 수행을 해 왔는데 서예는 참선·명상과 같이 마음을 잡는데 훌륭한 효능이 있다.

서예를 할 때 인간의 두뇌와 심리 상태를 알아보는 연구가 있었는데 서예를 통해 두뇌활동은 크게 활발해지고 마음은 안정과 평온을 찾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예는 한번 획을 그으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일회성이 있어 고도의 긴장을 요하는데 이는 창조적인 긴장으로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매사를 성실함으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명구를 통한 정서의 순화

서예의 소재로 선택되는 글은 대부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명구가 중심이 되는데 이를 통해 정서를 순화시키고 양질의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김 교수는 "서예는 끊임없이 되뇌면서 글을 쓰기 때문에 눈과 손과 마음이 모두 동원돼 마음에 새기는 행위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서예를 통해 읽혀지는 명구가 일반 독서와 다른 특별한 효과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가늘고, 고르고, 깊고, 길고, 부드러운 호흡

서예를 하면 심신의 변화가 오는데 이는 서예의 호흡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산만한 성격인 사람이 경우 흔히 '호흡이 뜬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서예를 하게 되면 호흡이 가늘고, 고르고, 깊고, 길고, 부드러워짐을 알 수 있다.

호흡은 육체의 건강을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격수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수행에서 호흡의 수련을 중요시 여겼는데 김수천 교수는 "서예호흡은 작위적인 수련의 호흡이 아니라 자연호흡이므로 누구에게나 교육이 가능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다양한 치료사례를 들어 서예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단순한 서예교육이 아닌 윤리적·심리적 감수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서예치료 양성에 함께 할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의 강연에 따르면 서예치료는 절제력·집중력·인내력·자신감·긍정적 사고방식 향상, 도덕성 회복의 효과가 있으며 자세교정이나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김수천 교수는 "'잘 써야 된다' '상 받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무욕의 글씨를 쓰면 그것이 바로 심신 수양이고 서예치료의 기본이다"고 말한 후 "제주가 서예치료라는 새로운 문화의 태동지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 이날 강연회를 찾은 청중들.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은 2001년부터 서예교실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 올해는 한자교실까지 확대 개설했다.

사회재활팀 김명렬씨는 "국내에서도 서예치료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라서 연구결과나 임상사례 등의 자료를 갖고 논의 중"이라며 "서예를 맹목적인 습득이 아닌 치료의 개념으로 서예치료사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을 선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서예치료 도입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