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소리야 들어줘③] 장태욱 시민기자

제주지역에서 최초로 창간된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가 창간 3주년을 맞았다. ‘활자의 시대에서 비트의 시대’로 넘어가는 세계 출판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인터넷 언론이 활성화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또 많은 지역 종이신문들이 지역유력인사들과 직업 언론인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시민기자들과 독자들에게 문이 개방된 인터넷신문의 활성화는 지역 민주화에 있어 한 걸음 진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제주의소리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애초의 야심찬 포부를 품고 출발했다. 시민기자로부터 다양한 진보의 소리를 수렴하고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세상사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만 제주의소리가 애초에 지향하고자 했던 목표를 되돌아보면, 3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넘어설 만큼 공론의 광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소리가 창간 된 이후 지난 3년 제주사회는 내외부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거대 지각변동을 경험해왔다. 제주국제자유도시건설, 제주도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 갈등, 국제평화의 섬 추진 등이 그것들이다.

이 때 마다 제주의소리는 각 사안에 대해 정보전달에는 성실히 임했는지는 모르지만, 상황을 정리하고 올바른 공론을 형성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비유하자면 방송사가 인공위성을 통해 월드컵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면서도, 정작 꼭 필요한 해설자는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중요한 지역현안에 대해 각계의 전문성있는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론사가 상황을 정리해서 주민 공론을 형성하는 데는 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갖는 아쉬움은 지나친 도정집착, 혹은 도지사 중독증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지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임과 지역 최대 공급자이자 수요자로서의 경제적 역할을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해 버린 상황에서 상당히 많은 이슈가 도정에서 나온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도지사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뉴스거리가 되고, 매일 같이 올라오는 도지사 관련 기사마다, 과거에 사용했던 이미지파일이 되풀이되어  첨부되는 것은 참신성은 부차적으로 보더라도, 그 상품성마저 떨어뜨린다.

도정이나 도지사 관련된 기사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민생과 관련된 정책사안일 때라야 한다. 그 밖의 도지사를 비롯한 유력가들의 신변잡기(身邊雜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독자들을 호사가로(好事家)로 만들게 되어 신문은 물론 독자들의 수준마저도 떨어뜨릴 뿐이다.

세 번째 아쉬움으로 명칼럼의 부재를 말하고 싶다. 최근 국민일보 노조가 자사 신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한국일보엔 강준만, 고종석이 있고, 경향신문에는 김우창 칼럼이 있다. 서울신문만 해도 진중권을 영입했다. 우리 신문엔 과연 누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칼럼이 신문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 초기화면 상단 메뉴판에 ‘칼럼’난은 보이지도 않고, 기사로 채택되는 대부분의 칼럼은 시민기자나 외부 인사들의 특별기고문으로 채워지고 있다. 물론 필자도 시민기자로서 몇 편의 칼럼을 제주의소리에 기고한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칼럼이 계획성 없이 외부 기고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문이 자신의 지향점을 명확히 하면서 동시에 공론형성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수 전문적인 고정필진들을 확보해서 지속적으로 상황에 맞는 칼럼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제주의소리의 역사가 3년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민기자들이나 독자회원들의 입장에서는 특정 인사들에게 고여 있었던 언론참여의 기회를 되찾은 지 3년이 되었다는 말이다. 필자의 경우도 학교 졸업 후 잃어버렸던 ‘대자보판’을 다시 찾은 지난 2년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3년이 지난 현재 제주의소리가 전체 지역 언론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언론’ 취급을 받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역인터넷 신문 중에서는 맏형임도 부정할 수 없다. 제주의소리가 갖는 언론사적 의미가 작지않은 만큼 나갈 길이 순탄지만도 않고,그 책임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사들이 앞 다퉈 창간되면서 ‘지역 언론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주의소리가 망망대해(茫茫大海)를 항해하는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실의 등불을 밝혀 애초에 가고자 했던 목적 항 까지 도달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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