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적도민들의 소리(1)] 제주해안 '클린업 더월드' 운동-김녕프로젝트 준비하는 셰린 히바드씨

5년전부터 제주를 부르는 또하나의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그것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방편의 하나입니다. 제주에는 이미 다양한 국적이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3D 업종에 근무하는 노동자에서부터 제주총각과 결혼한 동남아 여성, 영어강사, 제주에 투자한 외국인 등등. 외국인 거주자만 보더라도 제주는 이미 국제자유도시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주국제자유도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제주를 살기가 어려운 곳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제주가 좋아 제주에 뿌리를 내려 살고 있는 제주도민들이면서도 그들은 '半제주인'이거나 여전히 외지인 혹은 외국인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도민사회의 통합'을 얘기하면서도 그 통합의 대상에는 배제되기 십상입니다.

제주가 좋아서 제주에 살고, 제주를 사랑한다면 모두가 제주도민입니다. 도민과 외국인이 함께 어우러진 '다문화 공동체' 이것이 진정 우리가 꿈꾸는 '국제자유도시'이자 '평화의 섬' 제주일 것입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3주년을 맞아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외국적 도민들의 삶과 애환, 그들의 제언을 기획보도합니다. 이 기획보도는 단순히 외국적 도민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뛰어 넘어, 그들의 경험과 제언이 내향적 국제화와 지속가능한 제주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적극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라며, 직접 의견을 주고 싶은 외국적 도민이나 이들을 소개해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 [편집자 주]


   
 
 
"엄마 외국인이예요 외국인!" "그래요 저 외국인이예요"

"제주도에 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요즘도 가끔 어린애들이 저보고 '외국인'이라고 손으로 가리켜요. 내 고향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쳐다보는 것도 '무례한 것'으로 여기는 데 제주에서 처음 '외국인'이라고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킬 때에는 무척 당황했어요."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원어민 강사인 셰린 히바드씨(47.Sherrin Hibbard). 이제는 당당하게 "저 외국인 맞습니다"라고 웃으며 얘기한단다.

셰린 히바드씨는 지난 2004년 9월, 1년 계획으로 한국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를 시작할 목적으로 제주에 왔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독특한 생활.문화에 푹 빠져 2년6개월째 제주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출신인 셰린씨는 외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호주에서 12년간 어업을 하면서 '선장' 자격증을 획득했다. 조선사업에 관심을 갖던 중 중동의 오만 전통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34살의 늦은 나이에 영국 웨일스대학에서 '해양 고고학'을 연구했다.

제주도에 오게 된 배경도 재미있다. 대학 졸업후 파푸아뉴기니 유통회사을 다니다 '비자'문제로 떠나게 되자 한국에 있던 친구가 셰린씨를 불렀고, 딱 1년만 한국에 머무른다는 것이 2년을 훌쩍 넘기게 됐다.

셰린씨는 "원래 울산을 신청했는데 교육부에서 제주로 내려가라고 해서 운좋게 제주에 왔다"며 "제주도에 왔더니 너무나 아름다운 해안선과 그속에서 일을 하는 해녀를 보게 됐고, 제주도 전통문화인 '굿'을 보면서 제주에 푹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제주여성은 '슈퍼우먼'…"일하고, 밥하고, 애키우고, 공부시키고…"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셰린씨는 본 제주여성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양문화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에게 불리했기 때문.

셰린씨는 "제주여성은 밥하고, 일하고, 애들 키우고, 공부시키는 등 집안일을 거의 다 하고 있었다"며 "어떻게 다하는 지 모르겠다.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 차이가 있는 지 모르지만 여성들이 모든 것을 해내는 것 같아 제주 여성들은 슈퍼우먼"이라며 "한국, 특히 제주에서는 가족 우선 문화가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불평을 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제주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셰린씨는 "큰 불편은 없지만 집을 구할 때나 은행계좌를 만들 때가 가장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 제주의 무속신앙 '굿' 제주가 지켜내야 할 '보물'

가장 인상깊은 점에 대해 셰린씨는 두말하지 않고 제주의 '무속신앙'이라고 말했다.

셰린씨는 "대학에서 배운 바로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전통문화와 풍습은 사라졌다고 배웠다"며 "하지만 제주의 '굿'은 퍼포먼스도 아니고, 관광객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하는 것이라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에서 계획된 '굿'은 달력에 모두 적어놓았다는 셰린씨. 특히 '송당.와흘 본향당'에는 반드시 가볼 계획이란다.

셰린씨는 "관광객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또 제주 굿을 알리는 홈페이지나 홍보도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 제주환경 아름답지만 관광지 곳곳에 '생활쓰레기' 넘쳐…김녕프로젝트 준비

   
 
 
셰린씨가 제주에 가장 불만인 점은 '생활쓰레기' 문제다.

그녀는 "제주 환경 자체는 너무 아름답고, 경치도 훌륭하지만 관광지 발밑을 내려다 보면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다"며 "내가 근무하는 사대부중에서 용두암이 내려다 보이지만 돌 사이에 생활쓰레기를 매일 보게 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녀는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먼저 생활쓰레기를 치워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제주도에 오기 전에는 환경에는 아예 관심도 없었다. 고향인 호주가 워낙 깨끗한 곳이었기 때문. 그녀는 "한국은 선진국이고 잘 사는 나라인데도 제3세계 나라처럼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있다"며 "쓰레기를 차나 길거리에서 버리면 사회적으로 안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셰린씨는 제주의 생활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김녕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환경단체인 '클린업 더 월드'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김녕세일링클럽이 시민단체와 주민과 함께 오는 9월15일 김녕항과 해수욕장 등 해안가 쓰레기 청소와 교육을 하는 김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클린업 더월드 캠페인 중 하나로 제주에서 여는 것"이라며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이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녀는 "외국인으로서 제주도에 와서 무엇을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주의 청정환경은 제주도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영어 잘하는 방법은?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말을 해라"

   
 
 
참고로 셰린씨와 인터뷰는 영어로 이뤄졌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인터뷰가 불가능했기에 뉴욕에서 공부하고 제주에 온 김성민씨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원어민 교사이기에 영어 잘하는 방법을 말해달라고 하니 셰린씨는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나는 매일같이 잘못된 한국말을 하면서 한국어를 배운다"며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언어는 시험을 보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며 "완벽한 발음이나 문법을 위해 말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영어를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도 "부모가 영어를 조금만 알면 먼저 아이에게 영어를 자주 써야 한다"며 "어린이들은 먼저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며 부모가 먼저 영어를 써야 아이들도 따라하게 된다"고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제주에 얼마나 더 머물 계획이냐는 질문에 셰린씨는 "오래 있을 계획이다. 빠른 시일내에 떠날 일은 없다"며 "제주는 나에게 매일 매일 모험을 주고,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제주에 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겪을 것"이라며 "제주도에서는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 “클린 업 더 월드(Clean up the World:세계를 깨끗이)” 운동 : '클린 업 더 월드'는 UNEP와 함께 치러지는 세계적 환경 이벤트로서, 매년 9월 세째주말을 '클린업 더 월드'로 지정,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직접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대청소(클린업) 운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9월 14일~16일이다. 이 캠페인은 1993에 처음 시작되어 2006년에는 100여개 국가에서 3천5백만명이 동시에 캠페인에 참여할 정도로 세계적 환경이벤트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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