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편, 전쟁사 회수·홈페이지 삭제·강 의원 방문 등 '사전 작업'

제주4.3을 왜곡·변조한 '6.25전쟁사'에 대해 강창일 의원이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 질의한 답변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방부와 군사편찬연구소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제주출신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이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서 '6.25전쟁사'와 관련해 공개질의한 것은 지난 9일.

국회법에 따르면 공개질의에 대해서는 10일 이내에 답변하도록 돼 있어 17·18일이 연휴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주 월요일인 19일 국방부 장관의 답변이 강 의원에게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제주4.3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도민에게 사과했는데 대통령의 사과가 잘못됐는 지 ▲국방부장관이 '6.25전쟁사'의 서문을 직접 작성했으며, '4.3진상조사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을 당시 4.3중앙위원회에 참석했는 지 ▲'6.25전쟁사'가 4.3을 폭동으로 규정했는데 그렇다면 4.3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 지 ▲4.3 공식보고서를 뒤집고 역사를 왜곡한 책임을 물어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자를 문책하고 내용을 시정할 용의는 없는 지 ▲그리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도민에게 사과할 의향은 없는 지 등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나 군사편찬연구소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감지되고 있다.

군사편찬연구소는 '6.25전쟁사'가 도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정치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6.25전쟁사' 판매처인 전쟁기념관 서점에서 이 서적을 전량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기념관 서점 관계자는 "수요일(14일) 편찬연구소에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6.25전쟁사'를 전량 회수해 갔다"며 "우리가 보는 것까지 한 권도 남기지 않고 회수해 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느냐는 전화 문의도 많았으며 실제로도 많이 팔았고 또 택배 요청도 많이 받았으나 이제는 팔 수 없게 됐다"며 군사편찬연구소가 '6.25전쟁사'를 회수해 갔음을 밝혔다.

군사편찬연구소는 이와 함께 자체 홈페이지에 실린 '호국전몰용사 공훈록' 발간 경위에 제주4.3에 대해 '북한의 사주에 의해 남로당이 일으킨 사건'이라며 북한과 남로당 중앙당의 사주설을 실었으나 15일에는 제주4.3 관련 부분을 아예 삭제했다.

또 15일 오후에는 군사편찬연구소 부장이 강창일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강 의원측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서면답변을 받겠다"며 만나주지 않자 그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편찬연구소의 관계자는 '제주의 소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 차원에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정리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후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해 국방부와 군사편찬연구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관심의 초점은 국방부가 과연 어떤 수준의 답변을 할 지에 모아지고 있다.

국방부장관에게 공개질의 한 강창일 의원은 물론 4.3관련단체와 도의회의 의견은 ▲4.3중앙위원회 위원장인 이해찬 국무총리의 재발방지책 마련 ▲국방부 장관의 사과와 군사편찬연구소 관련자 문책 ▲6.25 전쟁사 전량 회수 및 폐기, 내용 수정 등으로 집약된다.

일단 국방부의 답변은 국무총리의 역할을 제외한 국방장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문제로 귀결된다.

국방부가 다음주초 답변에서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킬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다.

만약 이에 대한 다른 견해를 보일 경우에는 4.3단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과는 다른 본격적인 실력행사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제주도민과 국방부간의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국방부의 모습에 비춰 예상될 수 있는 답변은 ▲6.25 전쟁사는 민간인 학살이 아닌 군사작전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과정에서 '폭동'이란, 표현은 수식어에 불과하며 ▲민간인 희생사실이 누락된 것은 '유감' ▲6.25 전쟁사 전량 회수하겠다는 극히 원론적인 수준이 예상된다.

4.3 관련단체에서는 "국방부가 이 같은 수준의 답변으로 이번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고 생각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4.3도민연대는 청와대와 국회 항의 방문 의사를 천명한 바 있으며, 4.3유족회와 연구소는 배포가처분 신청 등 법적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31일 제주를 직접 찾아와 제주도민에게 사과를 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 이후 처음으로 오는 21~22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제주에 오는 시점과도 맞물려 있어 청와대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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