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뒷이야기

'길고 길었던' 입학식 기사를 쓰고나서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수십 번 '반복하며' 들었던 아침인사는 이거였습니다.

"유나는 어떵 학교는 잘 댕겸서?"
"아이는 요새 어떵햄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려 아이는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 지면 빌려 학교를 '재밌는 곳'으로 만들어주신 선생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꾸~벅!)

▲ 첫 등교(울먹이며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아이).

▲ 입학식 날.
그러나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아내를 포함해 '어른들의 무지와 오해'가 있었습니다.
제 딴엔 콧잔등이 아려오기도 했던 입학식 '뒷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합니다.

▲ 평소 좋아하던 스파게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
처음에 저는, 딸아이의 입장에선 학교가 '무서운 곳'일 수도 있겠다는 데에만 온정신을 팔았습니다.
그래서 첫 등교를 마친 아이가 '학교가 재미있었다'는 말을 해 적잖이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 첫 등교길(싱글벙글 대며 학교로 향하는 아이).

▲ 등교를 잘 하는가 했더니...

   
 
 

함께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싱글벙글 웃기까지 했던 아이였습니다.

▲ 계속 뒤돌아보는 아이.

그런데 정문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발걸음 재촉하다가 흘깃 뒤돌아보니 아이가 울상을 짓더군요.

▲ 표정도 불안하고...
울음 터지기 직전인 아이. 하는 수 없이 교실 앞에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그러고 돌아서며 다시 흘깃 뒤돌아보니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 교실 앞에서 울먹이는 아이.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생활은 재미있다면서 정작 정문 앞에선 울어대니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다음 날은 더 모질게 마음먹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정문 앞에 도달한 아이를 지켜보고는 마음을 놓고 뒤돌아섰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몇 걸음 옮기다 '흘깃 흘깃'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이는 제자리에 붙박이처럼 서 있었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것 같기도 한 아이.

그러나 굳게 마음먹고 종종걸음으로 아이의 눈길에서 벗어났습니다. 학교 인근의 슈퍼마켓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슈퍼마켓 주인아저씨에게 대신 살펴주라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 그냥 계속 있는데요"

기왕에 굳게 마음먹었던 지라 따뜻한 봄날 같았으면 온종일이라도 그냥 내버려 뒀을 겁니다.
그러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추위 속에서 하릴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는 아이.
슈퍼에 숨어 동동거리다가 하는 수 없이 다시 정문 앞의 딸애 앞에 다가섰습니다. 딸아이의 뺨에 차갑게 식어가는 눈물.

아이를 교실 앞으로 다시 데려갔습니다. 뒤돌아 오는데 딸애는 계속 눈물을 훔치고 있더군요.
별 수 없이 모질게 이별을 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든 약속을 제키고 집으로 귀가를 했습니다.
제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봤습니다.

"너, 학교가 재밌다고 하면서, 아침엔 왜 그렇게 울었어?"

그런데 아이가 정말 이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슬퍼서"

"뭐가 슬퍼서 그랬는데?"

가슴 가득 차오르는 궁금함을 애써 누르며 다시 물어봤습니다.

"아빠가 자꾸 뒤돌아보니까,그게 슬펐어"

내가 뒤돌아보니까 슬펐다고? 약간은 헷갈렸지만 다시 물었습니다.

"왜, 아빠가 불쌍했어?"

"응"

아이는 학교가 두렵고 무섭기보다는 '아빠의 뒷모습'이 더 슬펐던 것이었습니다. 아아, 이 아빠의 터무니없는 오해와 무지라니……. 콧잔등이 아려왔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딸아이의 말은 더더욱 놀라움을 줬습니다.

"나, 내일부터는 혼자 학교에 갈 거야"

"뭐? 혼자? 왜?"

뒤통수를 치는 듯한 아이의 말이 이어집니다.

▲ 달음박질로 등교하는 아이(슈퍼마켓 안에 숨어 겨우 찍었습니다).
"아빠가 자꾸 뒤돌아보니까, 눈물이 자꾸 나와. 그래서 이젠 혼자 갈 거야"

"혼자 갈 수 있겠어?"

"응, 혼자 가면 아빠(뒷모습을) 안 봐도 되니까, 갈 수 있을 거 같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말을 전화로 아내에게 전하니 아내의 목소리도 떨리더군요.

"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차원 더 깊게 생각했네"

▲ 씩씩하게 등교를 합니다.
그 뒷날 아이는 혼자 씩씩하게 등교를 했습니다.
노파심에 먼저 출근하는 척 하며 집을 나와 슈퍼에서 숨어 카메라 셔터를 준비하던 저는 아이의 모습을 미처 담을 수도 없었습니다. 아이가 달음박질로 한달음에 학교에 갔으니까요.

다다음날엔 더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이젠 친구와 함께 등교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사진을 찍기 위해 문방구에서 몰래 숨어 있었는데 아이는 친구랑 싱글벙글대고 있더군요.

▲ 친구와 신나게 학교로 향하는 아이.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피사체'들.
엉겁결에 한 장의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아이의 친구에게 그만 들켜버렸습니다.

"어? 유나야, 너네 아빠다"

"어? 아빠네? 아빠, 왜 거기 있어?"

"어, 그러니까, 그게……. 그냥! 아빠 갈게"

그렇게 얼버무리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출근을 했습니다.

▲ 손을 꼭 잡고.
이후로 아이의 등굣길을 몰래 지켜보며 문방구나 전봇대 뒤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다가 저를 의심한 행인들에게 '당신 뭐하는 사람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아이는 이제 씩씩하게 '혼자서'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 '재밌는 학교'를 향해...
아이의 등굣길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곤 합니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드러난 현상으로 재단해선 안된다는 걸 말입니다.
입학식 때는 제대로 먹지 않았던 유나가 이제는 동생 유은이랑 맛있게 스파게티를 잘 먹고 있다.

▲ 횡단보도의 아이들 '지킴이'.
▲ 넘어진 아이도 일으켜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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