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붕개굴에서 링거 등 감염성 폐기물 11자루 수거…지하수 오염 우려

▲ 17일 덤불개굴에서 링거 등 감염성 폐기물 11자루가 수거돼 동굴내부와 함께 지하수의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 전역에 산재해 있는 숨골 역할을 하는 천연동굴이 '쓰레기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의 천혜자원인 자연동굴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의식이 부족한데다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행정당국마저 손을 놓고 있어 천연동굴이 각종 쓰레기 불법 처리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동굴환경연구회(회장 송성한)와 제주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가 남제주군으로부터 의뢰 받아 17일 남제주군지역 소재 천연동굴에 대한 정비사업을 펼친 결과 덤붕개굴과 수산굴 등에서 다량의 각종 폐기물이 수거됐다.

특히 성산읍 신산리 소재 독자봉 앞에 있는 덤붕개굴에서는 반드시 별도의 처리시설을 갖춘 업자에게 위탁처리해야 하는 병원에서 나온 각종 감염성 폐기물들이 상당수 수거돼 일부 병의원에서 감염성 폐기물을 고의적으로 이 곳에다 갖다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동굴환경연구회와 동굴연구소 회원 8명이 이날 8m의 수직동굴을 줄사다리를 이용
▲ 이날 수거된 링거와 주사기병에는 쓰다 남은 주사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해 내려가 2시여 동안 작업을 펼친 결과, 병원에서 갖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링거병과 주사약 병 등 200여개에 감염성 폐기물이 동굴 내부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또 수거된 링거병과 주사약병 속에는 아직도 사용하다 남은 주사액이 들어있어 이 곳 덤붕개굴 천연동굴이 병의원에서 버린 감염성 폐기물로 심하게 오염돼 있으며 지하수원으로 침투됐을 가능성도 높은 것도 보였다.

이 곳에 버려진 대부분의 링거병과 주사약병은 어디 곳에서 생산되고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라벨이 전부 떼어진 채 버려져 있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곳에 갖다 버렸으며, 자신들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라벨을 떼 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곳 덤붕개굴에서만 수거된 감염성 폐기물만도 11자루나 됐다.

또 수산동굴에서도 여섯 자루의 생활쓰레기가 수거되는 등 지금까지 관리가 소홀해 왔던 제주도 천연동굴이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중산간에서 바닷가까지 연결된 천연동굴이 한라산 중산간 일대의 숨골 역할을 하고 있어 천연동굴이 오염된다는 것은 곧 지하수가 오염된다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 동굴환경연구회와 동굴연구소 회원들이 동굴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수산봉 앞.
뒤늦게 나마 남제주군이 천연동굴 보전사업을 펼치며 1단계로 천연동굴 보고서를 작성하고 경고판과 함께 보호책을 설치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한 데 이어 2단계 보존사업으로 동굴내 정비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나머지 자치단체는 천연동굴 보전사업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도내에 있는 천연동굴은 166개에 이르고 있으나 남제주군이 올해 사업으로 추진하는 8개를 비롯해 시급히 보존해야 할 19개 동굴을 제외해 놓고는 나머지는 관리의 손길에서 아예 멀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나머지 천연동굴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함께 보전관리방안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 수산굴 속으로 로프와 줄 사다리를 통해 내려가고 있다.
이날 동굴보전사업에 참여한 최용근 제주도동굴연구소 연구원은 "제주에 있는 천연동굴은 자연적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개발로부터 시급히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동굴들"이라면서 "그러나 아직도 동굴에 대한 자치단체의 인식이 부족해 방치되면서 동굴 내부가 심하게 훼손되고 나아가서는 제주의 지하수원 마저 오염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