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④] 이호해안과 골왓마을방사탑

작년이던가?

제주시 해안도로가 이호해수욕장까지 연결되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호해안을 찾는다.

이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이로써 하나 더 많아지고 편해졌지만, 해안도로로 가는 길을 택하고 싶지는 않다.

도두마을 앞을 지나는 길을 따라 걸어가서 이호마을의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따라 마을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마을이 주는 정감도 마음에 담는다.

이호마을의 옛지명을 보면, ‘백개’ 또는 ‘가몰개’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뒤에 공통적으로 붙은 ‘개’라는 지명은 해안가를 의미하는 지명이고, 이호해안을 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곳과 바위자갈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구분되는데, 모래로 이루어진 쪽이 흰 백(白) ‘백개’이고 바위자갈로 이루어진 쪽이 ‘검은’에서 유래한 ‘가몰개’라고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의 이호(梨湖)라는 한자지명의 유래는 이호주변의 모래의 하얀색이 배꽃의 색을 연상시키고, 이호해수욕장 서쪽의 예전에 논이 있었던 ‘덕지답’을 호수로 보아 ‘이호’로 이름지은 것으로 추측한다.

▲ 왼쪽 사진이 이호의 모래해안과 자갈해안을 가르는 경계인 방사제(防沙堤)이고, 오른쪽이 이호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다.
마을지명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이호는 모래해안과 바위자갈해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호해수욕장의 동쪽에는 바다쪽으로 약 400m나 길게 뻗은 방사제(防沙提)가 있는데, 이호해수욕장의 모래유실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이 방사제를 경계로 모래해안과 자갈해안으로 나누어진다.

이호해수욕장의 너른 모래사장을 보면 ‘어떻게 모래사장이 만들어질까’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먼저 모래사장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첫째는 육지의 암석이 부서져서 하천에 의해 바다로 흘러오고 그것이 바다에 쌓인 모래가 있다.

둘째는 바닷가에 살고있는 조개나 고둥의 껍질이 부서져서 쌓인 모래가 있다.

셋째는 산호가 부서져서 생긴 모래가 있고, 넷째는 해초 중 붉은색 해초에서 생기는 홍조단괴라는 것으로 이루어진 모래가 있다.

이외에도 수중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되어 쌓인 응회가 모래를 이루는 곳도 있다.

▲ 왼쪽부터 이호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바다와 만나는 이호천이다. 이호모래사장주변의 하천들은 현무암 모래를 싣고와서 바다에 내려놓는다. 가운데가 모래사장을 지키는 모래언덕 '사구', 오른쪽이 사구를 지키는 식물인 순비기이다.
그러면 이호모래사장은 어떨까?

이곳의 모래색깔을 보면 회색빛을 띠고 있다.

제주의 화산암인 현무암이 많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이 많은 현무암모래는 어디에서 와서 쌓였을까?

바닷가에서 형성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주변의 하천에서 냇물을 따라 흘러와서 바다에 이르고, 해변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라는 해류가 이곳을 택해서 집중적으로 날라다 놓은 것이다.

이호모래사장 주변에는 ‘마두내’, ‘원장내’, ‘외도천’ 등 하천이 바다와 만나고 있어서 이러한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호모래사장도 조개나 고둥의 껍질로 된 모래가 포함되어 있지만 현무암모래보다는 적어서 검은 빛을 띠는 것이다.

▲ 여름을 맞은 이호의 모래사장풍경. 파래가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려진다. 예전에는 해조류는 농사에 소중한 거름으로 쓰였다.
모래사장은 단순히 모래를 공급하는 곳만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래사장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서 바닷가에 있는 모래로 된 언덕인 사구를 없애고, 그 대신에 방파제를 쌓고, 그 뒤에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만들어서 결국 모래사장이 사라지는 결과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모래사장 뒤의 사구는 모래사장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우선 바다에서 부는 바람에 모래가 멀리 날려가지 않도록 모래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강한 파도가 밀어닥칠 때 완만한 경사로 파도의 힘을 약하게 해서 모래가 바다로 쓸려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방파제는 강한 파도가 밀어닥칠 때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부딪힌 다음 바다로 향하는 힘을 강하게 한다.

자연히 강한 물살에 해안가의 모래는 바다멀리 쓸려나가게 된다.

이호해수욕장을 가면 모래사장 뒤쪽의 사구를 찬찬히 살펴보자.

모래사장의 사구에는 순비기라는 식물이 있다.

모래사구 위를 힘차게 덩굴을 뻗으며 모래를 꼭 움켜잡고 있다.

순비기는 여름에 꽃이 피어 가을에 열매를 맺는데, 열매의 향기가 좋아 베개 속에 넣어두면 두통을 없앤다고 한다.

그리고 물기에 강해서 예전에는 물허벅을 담는 바구니를 순비기로 짜서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모래사장을 지키는 사구를 튼튼하게 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순비기나무 뒤로는 키 큰 해송이 순비기 위를 지나서 날아가는 모래를 잡아준다.

▲ 골왓마을의 방사탑들이다. 골왓마을에는 방사탑 5기가 있다.
이제 이호해수욕장입구쪽으로 나와서 골왓마을로 가자.

골왓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이호2동으로 이호해수욕장옆을 지나는 4차선 도로의 맞은편 지역이다.

골왓마을에는 마을 곳곳에 방사탑 5기가 있다.

방사탑은 ‘사악한 기운을 막는 탑’이라는 뜻으로 마을의 입구나 기가 약한 곳에 쌓았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 곳 방사탑은 100여m 내에 5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왜 이처럼 이 마을에 방사탑이 많은 지도 의문을 가져봄직하다.

또 한가지는 이 곳 방사탑의 꼭대기에 있는 새의 머리가 모두 바다로 향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방사탑이 ‘사악한 기운’을 막는다고 했는데, 그러면 바다에서 나쁜 기운이 오는 것일까?

우리 조상들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마을에서 나이드신 분을 만나면 이야기해 달라고 졸라보자.

▲ 왼쪽부터 12년전까지는 논이었던 덕지답이다. 지금은 미나리재배지와 갈대밭이 자리잡고 있다. 가운데가 습지를 매립하여 집을 짓고 있는 모습, 오른쪽이 덕지답 습지에 물을 주는 용천수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방사탑 5기를 모두 만났다면 제주에 얼마 없는 논이 있었던 곳으로 가보자.

이호마을 4차선 도로가 지나는 양옆에 지금은 미나리재배를 조금하고 있고, 나머지는 갈대가 자라는 곳이 예전에 논이었던 ‘덕지답’이다.

이곳에 벼농사를 그만둔 지는 12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길 한쪽의 습지는 누가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 매립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의 한쪽을 보면 지금도 용천수가 나와 습지를 적시고 있다.

매립으로 잘려나간 습지위에 여전히 흐르는 물….

키울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아픈 젖줄처럼 느껴진다.

이호의 이름을 만들었던 덕지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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