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감사 해임사태로 본 제도적 문제
"총리실 직속도 좋고, 지역사회 참여·통제도 보장돼야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의 양시경 전 감사가 제주헬스케어타운 토지매입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건설교통부로부터 해임되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이후에 다른 절차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JDC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JDC는 왜 생겼는가?

어떤 기관이 있을 때, 그 기관의 존재이유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JDC라는 기관이 탄생하게 된 것은 200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개정되면서부터이다. 2001년 당시의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JDC의 설치명분은 “공공성과 능률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조직형태가 바람직하다”, “장기적인 계획하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문구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왜 하필이면 JDC가 건설교통부 산하에 있어야 하고, 임원의 임면ㆍ승인, 감독, 예결산 승인, 시행계획 승인 등의 권한을 왜 건설교통부 장관이 행사해야 하는 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이라는 위상은 공공성과 능률성, 전문성과 독립성을 추구하는데 별로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대한민국의 중앙부처 산하기관들 중에는 낙하산 인사, 경영능률 부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공공성과 능률성,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형태가 건설교통부의 산하기관이라는 형태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JDC는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구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별법과 JDC정관에 의하면, 시행계획의 수립ㆍ집행, 선도프로젝트 추진, 투자유치, 교육ㆍ의료기관 유치, 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위한 자금조성 등 JDC의 역할은 제주특별자치도 못지않다. 그러나 이사장ㆍ감사의 임면 등이 제주와는 무관하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JDC는 지방자치와는 무관한 기관(중앙부처의 산하기관)으로 되어 있다.

제주는 배제되어 온 JDC 임원 임명과 해임절차

이번 양시경 감사 해임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JDC 이사장이나 감사의 임면에 제주특별자치도나 제주도민은 관여하지 못한다.

이사장의 장기공백으로 인해 문제가 생겨도 중앙정부가 이사장을 임명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해임을 할 것인지는 건설교통부 장관의 권한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해임결정의 당부를 떠나서 권한과 절차상 제주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또한 JDC에서 추진하는 사업에서 큰 문제가 발생해도 제주특별자치도나 제주지역사회에서 관여할 수 있는 길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감사를 해도 건설교통부가 하는 것이고, 건설교통부에서 어떤 처분을 할 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서도,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건설교통부의 처분만을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제주를 위해 설치된 JDC의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정작 제주특별자치도나 제주도민은 구경꾼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제자유구역청과 비교한다면?

JDC와 비교할 수 있는 경우를 국내에서 찾는다면 경제자유구역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지금 인천, 광양만, 부산ㆍ진해에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설치되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광역시의 출장소 개념이고, 광양만과 부산ㆍ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방자치단체 조합(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립한 조합)으로 설립되어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의 역할은 JDC와 유사하게 투자유치와 핵심프로젝트 진행이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청의 청장 임명권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시ㆍ도지사에게 있다. 시ㆍ도지사가 경제자유구역청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고, 다만 재정경제부장관과 사전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ㆍ도의회의 참여나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주민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 대해 중앙정부가 불만이 있는지 광양만권과 부산ㆍ진해권 경제자유구역청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고, 여기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도 지방자치의 영역에는 속하지만, 이런 전환을 추진하는 데에는 중앙정부의 개입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경제자유구역청의 상황과 비교한다면, JDC의 위상은 더욱 이상하다. 비슷한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인데,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방자치에 소속되어 있고, JDC는 중앙부처의 산하기관이다.

JDC의 위상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

이런 점들을 참고하여, 그동안 누적되어 온 JDC의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풀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시 한번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져 본다. JDC가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이어야 할 이유가 명확하게 있는가?

사업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건설교통부의 산하기관으로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업무는 국무총리실에서 주관하는데, 왜 JDC는 건설교통부 산하에 있어야 하는가? 경제자유구역은 재정경제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방자치의 테두리 내에 들어와 있는데, 왜 JDC는 그 조차도 되지 않는 것인가?

JDC가 건설교통부 산하에 있다고 해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JDC 홈페이지에 있는 예산서를 보면, 2002년부터 2006년까지의 JDC가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모두 합쳐도 173억에 불과하다(반면 면세점 수입은 점차 늘어 2006년에는 1,789억원, 2007년에는 2,052억원을 예산으로 잡고 있다).

▲ 하승수 제주대 교수
지금 상태라면 JDC는 제주도민의 참여와는 거리가 먼 기관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기관이라면 주민의 직ㆍ간접적인 참여나 통제 하에 있어야 하지만, JDC는 그것과는 무관하다. 특별자치도나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기관이 필요하다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되는 것이 위상에 맞다. 지금 국무총리 산하에 있는 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나 사무국이 그런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이라는 JDC의 위상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위상도 아니다.

 실제로 지금의 JDC는 실행기관이고 사업기관이다. 제주를 위한 실행기관이고 사업기관인데, 그 기관의 구성과 운영에 제주도민들의 직ㆍ간접적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5년여의 경험을 바탕으로 JDC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신중한 검토와 논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문제가 있다.
  [하승수·제주대 법학부 부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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