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제주도민대회-촛불대행진' 열려

제주에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도내 21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도민대회-촛불대행진'이 24일 오후 7시30분 한국은행 앞에서 열렸다.

이들은 "정부는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정한 국익이야말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전쟁 중단과 평화의 염원을 담아 촛불을 밝혔다.

▲ 민요패 소리왓 현애란씨의 1인 시위극.
민요패 소리왓 현애란씨는 이날 이라크 파병과 전쟁을 반대하는 1인 시위극을 선보였다.

아기구덕('요람'의 제주방언)을 업은 갈옷 차림의 맨발 여인이 도민대회에 참여한 군중들 사이로 요령을 치며 등장했다. 여인은 구덕을 내려놓고 자장가를 부르며 아기를 재우려 한다. 아기는 좀처럼 잠들지 않는 듯 하다. 바깥 세상이 시끄러운 탓일까. 여인은 아기를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여인의 몸부림이 자못 가슴 아프다. 잠든 아기를 구덕에 눕히고 다시 요령을 치며 사라지는 여인.

현씨가 마지막으로 외친 "나는 살고 싶어요!"에서 사람들은 고 김선일씨의 마지막 절규를 떠올리는 듯 했다.

▲ 도민대회에 참여한 도민들이 민요패 소리왓 현애란씨의 1인 시위극에 푹 빠져있다.
현씨는 전쟁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갖고 지난 5월24일부터 1인 시위극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석문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군입대하는 아들을 보며 우리의 어머니들이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지 그 때는 몰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석문 지부장은 "우리 어머니들에게 군입대는 곧 전쟁터를 연상케 했고 숱한 전쟁에서 그네들의 아버지가, 오빠가, 남동생이, 남편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경험한 어머니들은 아들의 군입대가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돼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며 "더 이상 우리 어머니들이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며 눈물짓게 해서는 안된다"고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했다.

▲ 이석문 전교조 제주지부장.
이 지부장은 또 "필리핀의 철군 결정은 진정한 대중의 힘(people power)이 이뤄낸 성과"라며 "정부와 우리 모두는 이라크 파병의 허구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희선 제주통일청년회장은 이날 호소문에서 "미국이 종전을 선언한 지 1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미국과 영국의회에서 잘못된 정보에 의한 전쟁이라는 공식발표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날마다 들리는 소리는 그들의 전쟁놀음에 죽어가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죽음"이라며 "포로들에 가해진 미군의 조직적인 고문과 강간을 통해 우리가 본 것은 더러운 침략전쟁의 악마성"이라고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비난했다.

양희선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는 어찌하여 잘못된 전쟁의 끝자락에서 이 전쟁은 잘못된 전쟁이니 우리는 이 전쟁에 동참하지 못하겠노라고 당당하게 외치지 못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양희선 회장은 "이라크 전쟁의 추악한 본질과 이유 없이 죽어 가는 이라크인들과 폐허가 돼 가는 이라크를 떠올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파병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전쟁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고 파병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도민대회에는 청년노래모임 '청춘'이 이라크 파병 반대를 촉구하는 노래 공연도 선보였다.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도민대회가 끝나자 집회에 참여했던 200여명은 '이라크 파병 철회' '전쟁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중앙로를 거쳐 탑동광장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도민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집회장 한켠에서 장난감 칼을 들고 천진하게 칼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은 언제쯤 전쟁의 참혹함을 알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 이날 도민들은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도민대회'를 마치고 탑동까지 촛불행진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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