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나푸르나여!(상)

안나푸르나, 이곳을 다녀와서 말과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무력하게 느껴졌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다'는 조상들의 수식어가 허언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내 짧은 글솜씨와 더듬한 말재간으로는 네팔과 안나푸르나를 말하기 힘들다.

이십년 넘게 생활방편으로 삼아온 글도 이럴진대 생짜 초보인 사진은 더 한심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진은 어설픈 대로 내 눈에 보이는 건 담았기에, 그리고 이미 찍어온 것이기에, 사진이라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상상은, 그리고 사유는, 당신들의 몫이다.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자마자 들른 '타멜 시장' 거리에서(한국의 이태원 같은 곳).

   
 
 
카트만두에서 20인승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제3의 도시 포카라로 이동하던 중, 비행기 안에서 찍은 히말리야 산맥의 모습. 구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산이 실제로 있음을 처음 확인하는 순간의 감동!

   
 
 
산행이 처음 시작되는 마을 어귀. 뭐, 여기는 한국과 별반 다름이 없는 풍경이다. 나무가 적다는 것 외에는.

   
 
 
울레리 마을로 가기 전 오르막에서 만난 초등학교 어린이들. 산마루턱에 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은 날마다 등산하듯 학교를 다닌다. 그들은 마치 새처럼 포로롱 포로롱 날라다닌다. 바로 이곳에서 백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네델란드 남자가 길가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우리와 산행 시작 때부터 마주쳤던 익숙한 팀의 일원이었는데…. 동행중인 아내와 아들은 혼비백산하고, 포카라로 어렵사리 전화를 해서 헬리콥터를 불렀지만, 그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한국팀은 트레킹 첫날 벌어진 '대형사고' 때문에 엄청 쫄았다.

   
 
 
스페인 도보여행 때는 내 무거운 배낭을 직접 지고 걸었지만, 이곳에선 모두들 예외없이 포터들을 쓴다. 그래서 나도 포터에게 카고백에 든 큰짐은 다 맡기고 간이배낭만 메고 걸었다. 이런 일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마지막날까지 맘이 쓰이고 불편했다. 몸은 무지 편했지만….

   
 
 
한동안 완만한 흙길이 계속되었다. 설산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도 이런 길을 걸었는데, 이곳도 비슷하다. 나라가 달라도 산의 보편성은 있는 것 같다. 딱 내 취향이다.

   
 
 
히말리야의 주요 봉우리들이 한눈에 보인다는 푼힐 전망대가 있는 산골마을 고라파니의 한 롯지(숙소).  이곳에서 한 일주일쯤 푹 썩고 싶었다. 허나, 일행과 여정이 짜여져 있어서, 하는 수 없이 길을 떠나야만 했다.

   
 
 
푼힐(다음에 집중적으로 그 사진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전망대를 둘러본 뒤, 이제 본격적으로 트레킹에 나섰다. 산행 사흘째쯤 되는 날이다. 이제는 설산이 늘 먼발치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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