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무현의 FTA와 김태환의 해군기지"FTA협상에서 받은 상처,고작 해군기지에 써먹나?"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지난 2일 김태환 지사는 "협상결과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일 한미FTA협상이 타결된 직후 김태환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도민의 뜻에 반하는 한미FTA협상결과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에 대해 웬만해서는 ‘NO’라고 하지 않았던 김 지사가 이날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감귤이 제주경제 전반에 미치는 절대적인 위상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도민의 의사에 반하는 협상결과에 대해서는 감귤농가는 물론 도민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태환 “도민의 의사 반하는 한미FTA결과 수용 못해”

첫 번째는 감귤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절대적인 위상’을 정부가, 아니 협상단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도민의 의사에 반하는 협상결과를 도민의 대표인 도지사인 입장에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도민을 대표하는 제주도지사로서는 물론, 김 지사 개인적으로도 한미FTA협상결과는 ‘배신’이었다. 그 동안 주변의 갖가지 ‘시비(?)'에도 불구하고 한미FTA협상이 열리는 미국과 서울 등을 다섯 차례나 오가며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에게 감귤의 민감성을 호소해 왔던 김 지사 입장에서는 ‘충격’이자  ‘분개’였다. 

김종훈과 웬디 커틀러는 “제주감귤의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현란한 외교적 수사로 김 지사와 제주도민을 안심시킨 후 막판에 ‘계절관세’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수(秀)’와 ‘A+’를 주며 잘했다고 웃어댔다. 한미FTA협상은 한미 양국은 물론,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돈과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철저히 약육강식의 결과였다. 

“감귤쯤이야, 제주쯤이야”…한미FTA 힘의 논리에 무릎 꿇은 ‘김태환?제주도민’   

그 즈음 한미 FTA협상 타결로 명태와 민어 어업이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보고한 김성진 해양수산부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박살’이 났다. 노 대통령은 “700명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게 어떻게 어업계의 큰 피해냐”고 강하게 질책한 후 회의장을 빠져 나가버렸다. 명태종사자 700명을 갖고 호들갑 떨지 말라는 핀잔이었다. 

이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시각엔 제주도도 결국은 ‘전국의 1%’라는 시각이 깔려 있었다. 김 지사가 아무리 감귤이 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쌀보다 높다고 강조해 봐야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감귤쯤이야”하는 다수의 논리가 깔려 있었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은, 김태환 지사는 이 힘의 논리에 무릎을 꿇었다.

   
 
 
FTA협상서 당한 수모…이번에 해군기지 후보지 주민들에 돌려주나?

정부에, 김종훈과 웬디 커틀러에 속았던 게 너무 분했을까, 아니면 힘의 논리를 절감했고, 그 효용성을 배웠는지 김 지사는 불과 일주일만에 참여정부의 ‘이중플레이’를 이번에 도민들을 상대로 써먹었다. 그것도 생존권을 내세워 “제발 주민들의 뜻을 존중해 달라”는 위미리와 화순리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다수의 논리, 힘의 논리를 들고 나왔다.

김 지사는 10일 도의회 해군기지특위에서 “도민전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여론이 많은 경우 3개 지역 모두에서 반대여론이 높게 나오더라도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찬성 비율이 높은 곳을 후보지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군이 해군기지 후보지로 꼽은 위미1리와 2리, 화순리 주민들은 자신은 물론 자자손손 후손들의 “생존권을 결코 빼앗길 수 없다”며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입장을 호소해 왔다.

애당초 “지역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해군과 국방부는 자신들의 의도와는 달리 현지 주민들이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자 ‘주민동의’를 슬그머니 없애고 ‘도민동의’로 둔갑시켰고, 제주도는 이를 모른 척 했다.

6일 위미1리 주민들이 삭발
위미리 화순리민 생존권 호소 외면 ‘다수의 힘’으로 결정

그리고는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후보지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더라도, 도민전체가 찬성하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노무현 정부가 제주도민들이 반대하는, 김 지사 스스로가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을 죽일 수 없다며  미국과 서울을 오가며 호소했던 내용을 국민의 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밀어 부쳤던 것처럼.  위미1리와 2리, 화순리 주민들의 의견은 결국 해군기지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와는 상관이 없게 됐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료로만 삼겠다는 것이다. 

아직 제주도민 전체의 여론이 찬성이 많은지, 반대가 많은지 가려지지 않았으나 김 지사는 ‘도민’이라는 힘으로 현지 주민들의 뜻을 대신 결정하겠다는 힘의 논리를 들고 나왔다. 김 지사 스스로가, 제주 감귤산업이 정부의 힘에 논리에 아픔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는 이를 이번에는 거꾸로 해군기지 정책결정에 적용했다.

한미FTA협상에서 ‘도민의 생존권’을 내세워 정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 지사가 정작 지역에서는 위미1리와 위미2리, 화순리민들의 절대다수의 생존권 호소를 외면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셈이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을 ‘다수의 논리’로 무시한 노무현 정부와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다며 생존권을 지키려는 위미1리와 위리2리, 화순리민들의  호소를 ‘다수의 논리’로 누르려는 김태환 도정은 그런 면에서 ‘초록은 동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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