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여성자원활동센터 자원봉사회 밑반찬 지원 봉사 동행기

   
 
 
4월 10일 서귀포여성문화센터 조리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뚝딱뚝딱 도마질 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서귀포여성자원활동센터 자원봉사회(회장 현복희)에서 실시하는 어려운 이웃 밑반찬 지원사업이 올해도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준비하는 주요리는 돼지고기 장조림과 야채계란말이, 해물파전 등이다. 고맙게도, 강정지역 토종닭을 사육하시는 분이 토종계란도 기증해줘 생달걀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만 4년이 넘게 서귀포지역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25가구와 결연하여 실시한 밑반찬 지원 사업이, 올해는 예산지원이 안 되어 사업 종료까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동 불편한 독거노인들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는 누구보다 고른 영양공급이 중요하기에 자체 재원을 마련해서라도 꼭 계속 지원되어야 한다는 회원들의 의견 일치로 계속 실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 3월 말에는 회원들의 힘을 모아 '사랑의 알뜰장터'를 운영해 회비 모금 등 필요 재원을 조금 마련할 수가 있었다.

봉사회원들은 거의 다 자기의 일을 갖고 있다. 가정경제 유지를 위하여 출퇴근도 하고, 자영업도 하고, 농사도 짓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회장님만 해도 출퇴근을 해야 하는 근로자로써 아침 출근 도장을 찍고 팀의 오늘 일정을 챙기자 마자 맨 처음 달려와서 앞치마를 둘러댄 분이다.

다행이 영업직이어서 외근하는 시간을 쪼갤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달 회원들의 봉사 스케줄이 빼곡히 적혀있는 총무님의 수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봉사를 자신의 주요 업무처럼 생각하고 사는 분들이시다. 

   
 
 
오늘 신규 봉사자가 두 명 들어와서 조리실 분위기가 훨씬 밝아지고 시끄러워 졌다. 총무님은 시장 본 음식을 정산하고 가구별 조를 짜느라고 바쁘다. 조리 하는 시간은 봉사하는 시간이라기 보다는 모두들 요리가 신나서 하는 사람들 같다. 맛 보면서 감동하고, 이 음식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영양식단을 제공해 줄거라 생각하니 더 흡족해 하는 것 같다.

밑반찬을 배달 할 때는 반찬 배달만 하는 게 아니라 회원별로 두 세 가구를 방문하여 애로사항도 청취하고, 노인 분들 건강체크도 하고, 소년소녀가장들의 학업성적 등 안부도 물어본다. 다음에 올 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확인해서 될 수 있는 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려고 한다.

   
 
 
지난해에는 소년소녀 가장인 성일이네(가명) 집에 도배도 하고 집안청소와 다 닳아진 방충망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집을 홀라당 엎어 환경정비를 하였다고 한다. 사랑의 날을 마련하여 소년소녀 가장들의 합동 생일잔치와 함께 즐겁게 어울리는 시간도 가졌다. 중증장애로 홀로지내며 고생하시는 강숙희(가명) 할머니 댁에는 정기적으로 빨래봉사도 실시한다.

부회장님과 중문동 윤옥이네(가명)집에 반찬 배달 갔더니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엄마가 배게가 없으니 사 달라고 한다. 부회장님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담에 올 때 꼭 사 오겠다고 약속하시며 나오셨다.

부회장님께서는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가구가 더 생겨나지 말아야 하는데, 한 곳 두 곳 늘어나는 게 참 슬픈 현실이다. 봉사하는 것이 처음엔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안하면 안 되는 나의 의무라고 생각되어 계속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사회복지 분야에 예산 지원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가정이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아직도 한계가 많은 듯하다. 이웃들 모두가 조금이라도 같이 나누며, 더불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때는 언제쯤일까? 오늘 봉사활동 체험기는 봉사회원들과 함께한 아름답고 슬픈 동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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