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여성자원활동센터 자원봉사회 밑반찬 지원 봉사 동행기
오늘 준비하는 주요리는 돼지고기 장조림과 야채계란말이, 해물파전 등이다. 고맙게도, 강정지역 토종닭을 사육하시는 분이 토종계란도 기증해줘 생달걀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만 4년이 넘게 서귀포지역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25가구와 결연하여 실시한 밑반찬 지원 사업이, 올해는 예산지원이 안 되어 사업 종료까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지난 3월 말에는 회원들의 힘을 모아 '사랑의 알뜰장터'를 운영해 회비 모금 등 필요 재원을 조금 마련할 수가 있었다.
봉사회원들은 거의 다 자기의 일을 갖고 있다. 가정경제 유지를 위하여 출퇴근도 하고, 자영업도 하고, 농사도 짓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회장님만 해도 출퇴근을 해야 하는 근로자로써 아침 출근 도장을 찍고 팀의 오늘 일정을 챙기자 마자 맨 처음 달려와서 앞치마를 둘러댄 분이다.
다행이 영업직이어서 외근하는 시간을 쪼갤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달 회원들의 봉사 스케줄이 빼곡히 적혀있는 총무님의 수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봉사를 자신의 주요 업무처럼 생각하고 사는 분들이시다.
밑반찬을 배달 할 때는 반찬 배달만 하는 게 아니라 회원별로 두 세 가구를 방문하여 애로사항도 청취하고, 노인 분들 건강체크도 하고, 소년소녀가장들의 학업성적 등 안부도 물어본다. 다음에 올 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확인해서 될 수 있는 한 요구사항을 들어주려고 한다.
부회장님과 중문동 윤옥이네(가명)집에 반찬 배달 갔더니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엄마가 배게가 없으니 사 달라고 한다. 부회장님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담에 올 때 꼭 사 오겠다고 약속하시며 나오셨다.
부회장님께서는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가구가 더 생겨나지 말아야 하는데, 한 곳 두 곳 늘어나는 게 참 슬픈 현실이다. 봉사하는 것이 처음엔 좋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안하면 안 되는 나의 의무라고 생각되어 계속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사회복지 분야에 예산 지원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가정이 기본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아직도 한계가 많은 듯하다. 이웃들 모두가 조금이라도 같이 나누며, 더불어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때는 언제쯤일까? 오늘 봉사활동 체험기는 봉사회원들과 함께한 아름답고 슬픈 동행이었다.